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1일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헌법해석을 변경한 것과 관련해 일본 언론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그동안 아베 내각의 집단자위권 구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온 신문들은 일제히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일 각의 결정이 전쟁과 무력행사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를 무너뜨리는 해석개헌", "폭거"라고 규정하고 일본이 2차 대전 후 70년 가까이 쌓아온 민주주의가 이렇게 간단히 짓밟히는 것이냐고 사설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헌법 해석을 변경했더라도 자위대 파견을 확대하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 국회 심의에서는 여당 내 협의에서처럼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무력행사 요건에 등장하는 '명백한 위험', '우리나라의 존립' 등의 단어가 멋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들이 타국이 벌인 전쟁에 참가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아베 총리가 미·일 동맹을 강조한 것과 관련, 미국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영국이 이라크전 참전의 상처를 아직 회복하지 못했고 정치 지도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일본이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을 우려했다.
도쿄신문은 자민당과 공명당이 밀실 회의에서 집단자위권 사례의 현실성을 따지는 대신 국외 무력행사를 인정하는 해석개헌의 기법을 논했다며 각의 결정은 "헌법 9조를 파기하는 것과 같은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개헌 절차로 국민의 판단을 구하지 않고 해석을 바꾼 것은 입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관련법안을 심의할 국회가 이에 저항하는 기개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보수 또는 극우 성향의 신문들은 헌법 해석 변경이 미·일 동맹을 강화하거나 억지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일본의 평화·안전을 더 확고하게 하는 역사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아베 총리가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일관한 것이 결실을 낳았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새로운 헌법해석이 집단자위권에 관한 1972년 정부 견해를 답습한 것으로 합리적인 범위에 있다고 일본 정부의 주장을 지지했으며 관련법이나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에 전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국외의 전쟁에 일본이 말려들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가 있지만, 이번 결정이 아시아의 안정을 지키고 전쟁을 막는데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중국이 강경하게 행동하고 있고 미국의 역할이 약화한 만큼 이를 보완해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제언하고 공명당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집단안전보장에 관한 검토를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이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결의를 비로소 제대로 보여주게 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