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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달곰, 덕유산 넘어갈 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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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단절구간 987곳, 장수군 사치재에서 첫 연결사업 시작

지리산 종복원센터에서 증식 중인 반달가슴곰 (사진=장규석 기자)

 

지난 2004년에 시작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복원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반달곰은 20년 안에 멸종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0년에 걸친 복원사업 끝에 지리산에 야생으로 서식하는 반달곰은 현재 34마리까지 불어났다.

17마리가 자연사, 올무, 농약 등으로 죽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반달곰은 지리산에 잘 적응하며 점점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다. 종복원기술원 이배근 부장은 "반달곰이 지리산에서 매우 잘 살아나가고 있다"며 "반달곰 복원의 열쇠는 이제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인간에 의한 밀렵이나 난개발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것이다.


초창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반달곰 복원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종복원기술원은 반달곰이 50마리가 되면 인위적으로 방사를 하지 않아도 자연증식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올 봄에만 반달곰 새끼가 7마리나 태어나, 이대로라면 최소 자연증식 개체수 50마리에 도달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는 반달곰이 지리산에서만 서식 중이지만, 이렇게 마릿수가 늘어나면 언젠가는 반달곰 서식지는 백두대간을 타고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곳곳이 끊어져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도로나 철도건설, 산지개발 등으로 우리나라 생태축이 훼손, 단절된 구간은 987곳에 달한다. 생태축 단절로 서식지가 파편화되면서 야생동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로드킬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로드킬은 연간 5천8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6월 들어 반달가슴곰 새끼 2마리가 추가로 출생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올 봄에 태어난 반달곰 새끼는 7마리에 달한다. 복원사업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사진=종복원기술원 제공)

 


◈ 끊어진 지리산과 덕유산…사치재의 복합단절 구간

전북 장수군 번암면 유정리 370번지 일대는 일명, '사치재'로 불린다. 이곳은 사람이 살고 있는 민가를 피해 지리산에서 덕유산으로 가는 최단코스(생태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반달곰을 비롯해 야생동물들은 지리산에서 덕유산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지리산 줄기가 끝나는 바로 앞으로 2차선 743번 지방도가 지나고, 바로 그 위에는 88고속도로가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 2개가 지리산과 덕유산의 맥을 끊고 있는 이른바 '복합단절 구간'이다. 야생동물들은 여기를 건너다 숱하게 로드킬을 당한다.

하지만 마침 내년에 개통되는 신(新)88고속도로가 산 뒤쪽으로 우회하고 기존 고속도로가 필요없게 되면서, 생태축을 연결할 계기가 마련됐다. 사치재가 백두대간 생태축을 잇는 첫 복원사업 대상지가 된 것이다.

복원사업을 추진 중인 환경부는 필요없게된 구(舊) 고속도로를 지방도로 전환하고, 대신, 기존 지방도 1km 구간을 폐쇄할 예정이다. 건너야할 도로가 하나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리고 지방도로 활용될 구 88고속도로 위로 생태 육교를 놓거나, 아래 쪽에 생태 터널을 만들어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에 힘을 보태기 위해 사치재 바로 옆의 농지 8필지는 '자연환경국민신탁'이 시민과 기업이 모금한 돈으로 사들여 영구보존하기로 했다. 논밭으로 향하는 사람의 발길을 끊고, 반달곰 등 야생동물이 쉬어가는 숲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다.

자연환경국민신탁 김민재 차장이 저 멀리 공사 중인 신 88고속도로를 가리키고 있다. 김 차장이 서있는 곳은 743번 지방도 사치재 구간이고, 김 차장의 어깨 위로 현재 88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아래에 보이는 농지가 이번에 국민신탁이 사들인 토지다. 해당 논밭은 숲으로 환원된다. (사진=장규석 기자)

 


◈ 시민참여로 더욱 뜻 깊어…관계기관과 지자체 협조 중요

김민재 자연환경국민신탁 차장은 “사들인 농지는 반달곰이나 야생동물이 먹이활동을 하고 쉬어가는 숲으로 조성할 예정"이라며, "생태축 복원사업의 첫 삽을 시민들이 모금한 돈으로 시작해 사업에 큰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관계기관과 주민들을 설득해 여기까지 오는데 꼬박 3년이 걸렸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생태축 연결사업은 국비가 70%, 지방비 30%로 진행된다. 그러나 많은 지자체들이 지방비를 투입하고, 관리 부담을 지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호경 환경부 사무관은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도로공사와 지방도를 관리하는 전북도와 장수군,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의 협업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이제 실제로 도로를 폐쇄하는 시점에서 관리 주체 문제 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생태축 복원 사업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상태다. 아직 우리 백두대간은 986곳의 단절구간이 남아 복원사업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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