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사의를 표명한 국무총리 유임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나자 정치적인 공방 뿐만 아니라 법리적인 공방도 제기되고 있다.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분명하게 밝혔고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다고 확인했으며 후임 총리후보자를 지명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으니까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 총리는 유임이 아니라 새롭게 총리로 지명한 것이니까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를 다시하고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그렇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사표를 수리한 게 아니므로 유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수습이 마무리 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하도록 했으니까 사표반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 "정홍원 국무총리 왜 총리자격 논란이 제기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정홍원 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총리 자격에 문제가 있다니? 총리로 유임된 것 아니냐?
= 일단 청와대가 후임 총리 지명을 하지 않고 정홍원 총리의 사의를 반려한다고 공식발표하면서 정홍원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총리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고 심지어 한 누리꾼은 국무총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신청인 김모 씨는 지난 27일 정홍원 국무총리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김 씨는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 참사를 기해 이미 국무총리직의 사의를 공표하고 사의를 받아들인 박근혜 대통령은 후임 안대희, 문창극을 국무총리로서의 적임자로 국회에 청원했으나 여의치 않자, 이미 사임한 전 국무총리 정홍원을 다시 국무총리로 직무를 수행케 한 것은 적법절차, 청문회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법률위반으로써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고 신청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은 평범한 한 국민"이라면서 "야당이 뭐가 걸리는 게 있는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용기를 내서 가처분 신청서를 내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는 정홍원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수행하는 건 "헌법 취지에 위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적어도 헌법 정신과 인사청문회법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새정치민주연합)은 "정홍원 총리 유임은 정치적 용어이고 법률적 용어는 새로운 지명"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새로 청문회를 해야 하고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정홍원 총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그게 무슨 소리냐? 다시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거냐?= 그렇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두 달 전 사의를 표명했고 이를 받아들였으니까 대통령이 두 번이나 후임 총리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다.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차기 총리를 지명할 수 없다"면서 "다만 차기총리가 오기 전까지 업무공백을 막기 위해 차기 총리가 오기 전까지 일해라 이거였다. 그런데 정홍원 총리를 차기 총리의 자리에 갖다 놨다. 그러니 청문회와 국회임명동의가 필요하다. 유임이라고 말하지만 법률적으로는 새로 지명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찬운 교수도 "대통령 유고시 권한대행을 해야 할 국정의 2인자인 막중한 자리의 국무총리를 헌법에서 정한 임명동의를 밟는 절차까지 갔음에도 사임한 사람을 유임시키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총리임명 권한행사로 볼 수 없고 인사청문회법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두 가지 이유로 정 총리 유임은 헌법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첫 번째는 정 총리가 계속 총리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회 임명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청문회나 동의 절차 없이 유임이라는 편법을 사용했다. 둘째는 청문회법 위반이다. 정 총리는 새 총리로 지명한 것이니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을 모두 위반한 것이다.
박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대통령의 정 총리 유임은 임명절차를 위반한 법률위반이거나 헌법에 명시된 국무총리 임명동의를 거치지 않은 위헌여부를 다툴 사안"이라면서 "대통령의 위법이나 위헌은 국회에서 탄핵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당연히 이번 사안은 탄핵감"이라고 주장했다.
▶ 정홍원 총리 유임이 상식에 어긋난다는 건 알겠지만 법리적으로도 문제라는 얘기 아니냐?= 그렇다.
정치적인 공방 외에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법리적인 공방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나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국무총리 임명동의 조항을 위배했다는 부분에 대한 의견이고 한 가지는 실제로 정 총리의 사의를 수용했느냐 여부에 대한 논쟁이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헌법 제86조 ①항에는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를 낸 것은 헌법에 규정된 임명동의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을 지낸 한 법조인은 "대통령의 행위는 문서로 이뤄지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 했다면 동의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두로 사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법률적 행위라기보다는 정치적 행위로 볼 수 있지만 국회에 후임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절차를 문서로 밟았다면 논란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총리 (사진=청와대 제공)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도 "(정홍원 총리는)이미 사의를 밝혔고 대통령께서도 사표 수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 했다"면서 "그 뒤에 두 차례 후임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안대희 후보자는 국회에 임명 동의 요청을 한 것은 사표 수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총리임명 동의 절차, 또 청문회 절차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적어도 헌법 정신과 인사청문회법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을 텐데?= 취재과정에서 여러 전문가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다수설은 헌법위반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봉기 경북대 법률전문대학원 원장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정홍원 총리. 유임인가 새로운 후보지명인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이 부분을 또다시 정치쟁점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재신임과정을 살펴볼 때 몇 가지 논란거리가 없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전공자의 한 사람으로서 엄격한 법리해석상 그것은 국무총리직 사표의 반려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교수는 "공무원의 신분관계는 '쌍방적 행정행위'에 해당한다며 사직의사표시(사직서 제출)와 그 수리로서 성립하는 것이고 통상적으로 그 수리가 후임자 임명동의안을 보냈다고 해서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정 총리의 사의표시를 세월호 사건 처리 후에 수리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헌법학자인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종철 교수는 "정홍원 총리 유임은 헌법정신에는 어긋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위헌이라고 하거나 청문회를 다시 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공직자가 사직서를 냈더라도 이를 수리하지 않으면 계속 복무해야 한다"면서 "정 총리가 사의를 밝혔지만 계속 총리직을 수행해온 만큼 사의를 수리했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조순형 전 국회의원은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두 차례나 후임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만큼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다만,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때까지라고 분명하게 밝힌 점과 후임 총리가 임명되지 않아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경우 엄밀하게 말해 총리직을 계속 유지한 걸로 봐야 한다"라는 의견이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총리 유임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설득력이 없는 일이긴 하지만 헌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은 "헌법 제82조에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라고 규정돼 있다면서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한다고 밝혔더라도 사임계에 재가하지 않았다면 법률적 효력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운찬 총리가 사퇴할 때 곧바로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정홍원 총리는 사의 표명 이후에도 계속 총리직을 수행했으니까 유임에는 법적인 하자는 없다는 설명도 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총리직 사퇴 기자회견하는 정홍원 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 총리의 자격에 대해 찬반으로 맞서 있다는 건데, 왜 새삼 자격시비가 제기되는 거냐?=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것이 헌정사상 처음 있는 비정상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헌법학자나 법률가들은 사의를 표명하고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박근혜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한다는 건 꼼수이고 비정상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 사실상 사의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번복하면서 사과도 없이 청문회 탓을 대는 건 비정상 중에 비정상이라고 말한다.
박찬운 교수는 "사의를 표명한 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법률위반이나 위헌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여·야나 진보·보수를 떠나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아주 이상한 정치적 관행과 선례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헌정사에 나쁜 관행을 재생산 할 수 있으니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판단을 받거나 최소한 청와대가 잘못된 인사절차를 밟은데 대해 대국민사과와 함께 이런 일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2006년 참여정부시절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사직서를 받고 헌재소장으로 추천을 했는데 이게 절차를 위반했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고 결국은 전효숙 헌재소장 지명자가 대통령에게 지명철회를 요청해서 새로운 헌재소장이 임명됐다. 당시에 전효숙 재판관을 헌재소장 잔여임기를 하도록 임명했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면서 다시 6년의 임기를 하도록 하려다가 문제가 됐던 것이다.
박범계 의원은 "당시 전효숙 재판관은 이미 사표를 냈고 그 수리 의사를 대통령이 밝힌 것이기 때문에 민간인이다, 따라서 헌법 위배다, 그래서 두 번 청문회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을 하면서 넉 달 동안 청문 절차도 진행을 안 해 줘서 지명 철회를 했는데 지금 정홍원 총리 문제는 사표 수리가 아니다, 따라서 유임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법리상으로도 맞지 않고 이중 잣대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개탄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야당시절 했던 주장과 여당이 된 뒤의 주장이 달라 이런 논란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정홍원 총리의 유임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이런 문제가 제기되는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의 최고 책임자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당 중진인 이재오 의원도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과 관련해 한비자를 인용, "世有三亡(세유삼망 - 망하는 세 가지 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세유삼망은 "以亂攻治者亡(이난공치자망), 以邪攻正者亡(이사공정자망), 以逆攻順者亡(이역공순자망)"이라는 글로 세상을 망하게 하는 3가지라는 뜻인데 난(亂)이 치(治)를 공격하면 망하고, 사(邪)가 정(正)을 공격하면 망하고, 역(逆)이 순(順)을 공격하면 망한다"는 의미다.
▶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 게 옳은 거냐?= 이미 임명돼서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었으니까 새로이 청문회를 한다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따라서 새로 청문회를 하거나 국회임명동의 절차를 밟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이대로 끌고 갈 수는 없다.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할 때 분명하게 밝힌 부분이 있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11일만인 지난 4월 2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정홍원 총리는 당시 "사고 발생 전 예방에서부터 초동 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때에 처리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면서 "가족을 잃은 비통함과 유가족 아픔과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서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홍원 총리는 이어 "진작 책임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이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자리를 지킴으로서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를 결심했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 총리가 책임지겠다는 부분은 어떻게 할 건지 그리고 두 차례나 총리후보자를 지명했다가 철회한 부분에 대해서 분명하게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비서관회의에서 어물쩍 해명하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법률적으로 따져서 문제가 없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경우 대국민 약속을 어기는 동시에 국민들의 신뢰를 송두리째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