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업무는 정규직 노동자가 하고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일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다는 '위험의 외주화'가 기업의 공시자료를 통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고용형태공시제에 따라 1일 공개된 기업별 정보를 보면, 산업재해가 빈번한 조선과 건설업이 하도급 등으로 노동자를 간접고용한 기업들의 상위에 랭크됐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사업장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 가운데 무려 69.9%가 소속 외 비율, 즉 파견직이나 용역직, 하도급업체 직원이었다. 이들은 비정규직이면서 해당 기업으로부터 직접 고용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산재로 인정받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이렇게 '사용자의 책임 없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은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포스코건설 본사(65.5%), 현대건설(65%) 순이었다. 씨제이대한통운과 에스원이 뒤를 이었고, 다시 중공업들이 줄줄이 간접고용에 열심이었다.
지난해 3월 전남 여수에서 6명의 폭발사고 사망자를 낸 대림산업(56.3%)과 최근 산재로 무려 8명의 사망자를 낸 현대중공업(59.5%) 역시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었다.
그외에도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주식회사, 삼성물산까지 상위 10개 기업은 최소한 사업장 내 노동자의 반 이상을 간접 고용하고 있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간접고용은 비정규직보다 '더 나쁜'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며 "대기업은 위험하고 유해한 업무를 하청 주고 책임을 면하고, 하청기업은 돈이 없다는 핑계로 사고 예방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험한 작업일수록 하도급 등 간접고용 비율이 높다는 지적은 오래 제기돼왔지만, 실제 기업 별로 그 규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7년 안전보건공단이 하도급을 주는 이유에 대해 51개 사업장의 원청관리자들에게 물은 결과 40.1%가 "유해위험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과도 상통하는 결과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공시를 통해 업종에 따라 고용형태가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안전 문제가 이슈인 건설이나 조선업의 경우 간접고용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 1위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체와 관련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192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