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들의 가족 9명이 성묘를 위해 26일 오후 평양에 도착했다.
이들은 전날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했으며 이날 고려항공편을 이용해 북한에 들어갔다.
대체로 고령자로 구성된 성묘단은 납북자 재조사 등 북일 관계의 급속한 회복 국면에 이뤄진 방북에 특히 기대감을 내비쳤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여동생과 조부모가 함흥에서 사망한 이시하라 구니야스(石原國靖·78)는 "국교가 없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성묘하고 싶은 생각이 처음으로 이뤄지게 됐다"고 평양에서 소감을 밝혔다.
이들의 들뜬 마음은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서도 엿보였다.
성묘단은 항공기 이륙 약 2시간 전인 26일 오전 11시 50분께 일찌감치 출국장에 도착했다.
와타나베 야스에는 "70세가 다 돼서야 겨우 오빠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방북 일본인은 다음 달 5일까지 북한에 머물며 함흥에 있는 일본인 매장지 등을 찾을 예정이다. 또 일본으로 귀국하고 나서는 방북 보고회도 열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과 후지TV, N-TV 등 일본 언론사 취재진 20∼30명이 이번 방문을 동행 취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일 합의로 양국관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더불어 관계 개선 가능성을 부각하고 싶은 일본 정부와 북한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성묘단의 방북은 북한과 일본이 지난달 말 납치문제 재조사와 제재 해제를 합의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이 2012년 일본인의 성묘 방북을 허용한 이후 지금까지 8차례의 방북이 성사됐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일본인 유족이 9명이나 한꺼번에 방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북한과 일본은 다음 달 1일 베이징에서 국장급 협의를 열고 납치문제 관련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대북제재 해제 등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