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13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일본대사관에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에 항의하는 성명을 전달했다.
김복동(88)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작성 경위 검증 결과 발표를 규탄하는 성명서와 함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서를 전달했다.
고노 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1993년 8월 4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문으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대협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일본대사관 관계자에게 "14살에 끌려가 21살까지 강제로 위안부 노릇을 하며 고통받은 산 역사의 증인"이라며 "일본 정부는 각성하고 진정으로 세계 평화를 위한다면 사실을 규명하고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본대사관 측은 "할머니들의 고통을 잘 알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 자체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라 한국 정부와 협의한 내용임을 밝혀 더 잘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진 제1,132차 수요집회에서 김 할머니는 "과거 천황 때 잘못한 일을 현 일본 정부가 깨끗이 마무리 지으라"고 촉구했다.
위안부 할머니를 상징하는 보라색 나비가 그려진 노란 조끼를 입은 김 할머니는 한국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공동대표와 양노자 팀장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일본 정부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할머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확실히 조약을 맺었다면 이렇게 늙어서까지 나와 싸우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때 해결 짓지 못한 일을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마땅히 해결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또,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 와중에 불거진 위안부 문제 관련 일본 사과 논란을 겨냥해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지만, 과거 없는 역사가 어디 있나"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사죄하지 마라, 배상하지 말라'니까 아베 정권도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어 너무나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민간인이 끌고 갔다느니, 돈벌이로 갔다느니 하는 게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며 "일본 정부가 과거 잘못을 뉘우치고 '우리가 끌고 갔다, 용서해달라'고 깨끗하게 사과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대협은 성명서에서 "이번 검증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고노 담화가 작성되었다는 뻔한 결과를 내놓으며 결국 스스로 발표한 담화를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로 전락시켰다"며 "앞으로 각국 정부, 시민사회와 더욱 강력한 연대로 전쟁범죄와 여성폭력의 현행범이나 다름없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압박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