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집트의 대표 광장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취임 당일 또다시 성폭력 사건이 벌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일간지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집트 검찰은 지난 8일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 용의자 7명을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수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엘시시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거리 행사가 열렸다.
이집트 경찰은 엘시시 취임일 타흐리르 광장에서 발생한 성폭력 고발 사건 27건을 접수해 조사 중이다.
특히 당일 오후 10시께 집단 성폭행 현장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2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피해 여성은 벌거벗겨진 채 엉덩이가 검붉은 멍으로 뒤덮였고 일부 출혈이 발생한 모습이다.
영상에는 남성 여러 명이 이 여성을 둘러싸고 있다가 흰색 제복 차림의 경찰관 1명이 가까스로 여성을 끌어내는 모습이 담겼다.
이 여성은 애초 검은색 셔츠를 입고 광장에 있다가 나체 상태로 의식을 잃은 채 구급차로 옮겨져 구출됐다.
하니 압델라티프 이집트 내무부 대변인은 체포된 용의자 7명의 연령대는 15~49세로 이들이 영상에 나온 성폭력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발생한 또 다른 여러 건의 성폭력 사건이 민영 타흐리르TV와 알하야트TV에 방영되기도 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여파가 확산하자 내무부장관에 "성폭력 대응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명령했다.
이집트 시민단체 '나는 성희롱을 목격했다'는 성명을 내고 최소 4명이 타흐리르 광장에서 성폭력을 당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른 피해자도 정신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집트에서 성폭력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공공장소에서 집단 성폭력은 이집트의 가부장적 문화와 뿌리 깊은 남녀 차별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몰아낸 '민주화 시위의 상징'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최근 3년간 집단 성폭력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타흐리르광장에서 생방송을 하던 외국 여기자가 현지 남성들에게 끌려가는 장면이 직접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여성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명예로운 이집트 국민에게서 이런 수치스럽고 부도덕한 행동이 나올 수 없다"며 대통령 취임식에 오점을 남기려는 세력의 조작된 행동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국방부 관료였던 2011년 4월 "여성들을 성폭행으로부터 보호하고 군경이 성폭행범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처녀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러다 대선 유세 기간에는 여성을 존중하고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한편 언론과 교육을 통해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성폭력 가해자들이 '수치심'을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집단 성폭행 영상이 이집트 대통령 취임식에 오점을 남겼다"며 "성폭력을 억제하겠다는 엘시시 신임 대통령의 다짐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