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이준석(68) 씨를 포함한 세월호 선박직 승무원 15명에 대한 첫 재판에서 이 씨 등은 살인 등 주요 혐의를 모두 부인해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피해자 가족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철저한 진실 규명과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광주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 이 씨 등 변호인 측, 살인 등 혐의 부인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형사11부 주재로 201호 법정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첫 재판에서 선장 이 씨와 1등 항해사 강모(42) 등은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주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씨 등 변호인은 "사고 초기 승객 대피를 지시했고 선박 침몰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도주가 아닌 해경에 구조된 것"일 뿐 "전혀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고 원인이 복원성 저하와 과적 등 세월호의 구조적 문제로 판단된다"며 "이들에게 잘못은 있지만 공소 사실처럼 큰 죄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항변했다.
구호조치 소홀 등의 잘못은 다소 인정되지만 살인이나 살인미수, 유기치사상 등의 혐의 적용은 사실관계와 법리오해로 무리가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선장의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박광재 국선 전담 변호사는 "피고인은 사고 직후 가능한 구호조치를 이행했고 배가 심각하게 기울어 구호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경과 다른 선원들에게 구조 당한 피고인에게 잘못 이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박 변호사는 박모 기관장에 대해서도 "교육받은 대로 근무하다 사고를 당했고 공황상태에 있다 다른 승무원과 해경에게 구조된 피고인에게 잘못한 것 이상의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살인 혐의 적용을 반박했다.
서청원 국선 전담 변호사도 강모 1등항해사에 대해 "피고인은 운항관리규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점은 인정되지만 조타실에서 나가기 전에 해경이 도착한 사실을 알고 원활한 구조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고 퇴선해 승객 구조를 하는 등 해경 요청에 적극 협조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김모 2등 항해사에 대해서는 "선장의 지시 없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2등 항해사에 불과해 해경이 도착했을 때 해경조차 대피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자기 의무의 이행 가능성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피고인들도 수난구호법이나 유기치사상 혐의 등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반해 검찰은 이들이 배를 버리고 달아날 경우에는 수백 명의 승객이 숨질 수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면서도 탈출을 감행했고 관련 법률과 운항관리규정에 규정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광주지검 구치감 입구에 앉아 연좌농성중인 희생자 가족들
◈ 피해자 가족들 '분노'피해자 가족들은 비통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철저한 진실 규명과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김모 씨는 피해자 대표 의견 진술을 통해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서 우리들의 손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이 시간이 얼마나 길까 생각하면 긴 잠을 청할 수 없다"고 착찹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우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었던 이름들을 일일이 목놓아 부르고 싶지만 현실 같지 않은 현실에 살고 있다"며 "요즘도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엄마, 아빠 나왔어'하고 말하며 가방을 내려놓을 것만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러나 "피고인들은 살았다. 누구보다 당시 상황을 잘 알았던, 승객들을 구해야 했던 피고인들은 가장 먼저 빠져 나왔다"며 "피고인들이 탈출하라는 방송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승객들은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통스럽지만 살아야할 일이 있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고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줘야 한다"며 "철저한 진실 규명과 처벌을 원하는 만큼 우리 아이들같은 피해자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진실을 파헤쳐 주고 피고인들은 엄벌에 처해 줄 것"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실종자 가족인 단원고 2학년 나모 군의 이모부 이모 씨는 "아직까지 가족들을 찾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왔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이 진술하는 동안 일부 방청객들은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며 흐느끼거나 눈시울을 적셔 주위를 더욱 숙연하게 했다.
일부 피해자 가족들은 피고인들이 법정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등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 살인죄 등 적용되나?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기소취지 진술을 통해 "다시는 이같은 참사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피고인 모두가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