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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서강대 교수들 "이것이 과연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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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주체가 아니라 진상 규명 대상"

 

서강대 교수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관련해 '특별법 제정을 통한 독립적 기구 설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총 52명의 교수가 참여해 8일 발표한 '이것이 과연 국가란 말인가?'라는 제목을 성명을 통해서다.

성명에서 교수들은 "참사의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같은 충격요법으로 현 국면을 무마, 탈피하려는 시도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철저한 진상과 원인이 규명돼야 하며, 이를 위해 희생자 가족은 물론 인권·시민단체를 포함한, 법적 권한을 지닌 독립적 기구가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수들은 "극도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국민 신뢰를 상실한 정부가 진상 규명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진상 규명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교수들은 "진상 규명 대상에는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포함돼야 한다"며 "정부가 할 일은 진상 규명 기구 설립과 활동의 완벽한 보장과 적극적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교수들은 세월호 희생자 추모 시위 등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교수들은 "박근혜 정부는 국민 요구를 외면하기로 이미 결정한 듯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승객 구조에는 그토록 무능했던 공권력이 정권 구조에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희생자 가족들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침묵시위 시민들을 잡아넣었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국민들의 진상과 원인 규명 요구를 계속 외면하고 억압한다면, 정부는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교수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경제적 이윤이나 효용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을 국정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이와 관련해 "핵발전소를 비롯해 국민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험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는 즉각 실제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실행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이것이 과연 국가란 말인가?" ―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서강대학교 교수 성명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6월 8일 현재, 초기에 탈출한 172명을 제외하고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사망자 290명, 실종자 14명. 3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퍼런 바닷물 속으로 사라져버린 기괴하고 참혹한 광경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우리 모두는 엄청난 충격과 무력감, 슬픔과 자괴감에 빠졌다.

침몰 이후의 구조 과정은 극도의 무능과 무책임과 공감 능력의 부재로 점철되었다.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하고 자신들만 탈출한 선장과 선박직 승무원들. 안전을 철저히 무시한 청해진해운. 침몰하는 세월호를 바라만 보며 ‘골든타임’을 허비한 해경. ‘안전’과 ‘바다’에 무지한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책임자 엄벌을 외치며 자신에게는 일찌감치 면죄부를 부여한 대통령.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며 ‘대통령의 안보’에만 주력한 국가안보실장.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컵라면을 먹던 교육부 장관. 컵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니라며 이를 변호한 청와대 대변인.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 했던 안전행정부 국장. 승객 80명을 구조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는 해경 간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속속 드러난 해양 분야의 문제점들과 이른바 ‘해피아’의 실상.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이 과연 국가란 말인가?”

실종자의 전원 수색과 철저한 진상 규명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 대한 근원적 반성과 성찰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만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과 가족들에 대한 참된 애도의 길이며, 세월호 참사의 재발을 방지하는 길이다. 우리 서강대학교 교수들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또한 대학의 교육을 맡은 사람들로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며,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세월호 참사는 결코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참혹한 형태로 터져 나온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인간과 생명보다 돈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고삐 풀린 탐욕스런 자본주의와 이를 추종, 수용해온 우리들에게 있다. 우리에게는 무한 경쟁 속에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의 첩경이라는 환상이 팽배해있다. 개인, 집단, 국가 이익의 극대화 그리고 물질적 풍요와 소비가 지상 목표가 되었다. 정의, 윤리적 감각과 의식, 원칙의 준수, 공감과 연민, 검약과 나눔의 가치는 일찌감치 폐기되었고, 극도의 이기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세월호에 잠복해온 우리의 민낯이 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세월호 침몰을 이끈 선령 규제의 완화, 선박의 개조와 증축, 과도한 승객과 화물, 이 모두가 탐욕과 이윤의 극대화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닌가. 안전에 필수적인 규제의 완화와 철폐, 비정규직의 만연, 민영화 추진, 이 모두가 생명이나 안전보다 효율과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의 징표가 아닌가. ‘해피아’는 해양 분야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병폐가 아니다. 정부와 산업계 전반에 걸쳐 일반화된 이른바 ‘관피아’의 한 형태일 뿐이다. 이권을 매개로 한 끈끈한 유착은 핵 산업, 금융 산업, 법조 산업을 비롯해 우리나라 도처에 널려 있지 않은가.

세월호 참사는 끔찍한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다시 불러온다. 1995년 6월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다. 붕괴 이전, 불법 증축과 용도 변경, 관할 구청 공무원의 뇌물 수수가 있었다. 붕괴의 위험을 감지했지만 영업은 계속되었고, 경영진은 붕괴가 일어나자 가장 먼저 탈출했다. 당시에 정부는 철저한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고 참사는 재현되었다. 삼풍백화점과 세월호의 참사는 탐욕과 극도의 이윤 추구로 일어났다. 이번에는 땅이 아닌 바다에서, 대형 건물이 아닌 한국 최대의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로 그 모습이 바뀌었을 뿐이다. 위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23기에 달하는 핵발전소는 우리 모두의 안전에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다. 수명을 10년 연장하여 가동 중인 고리1호기는 선령 규제 완화를 통해 운항을 해온 세월호와 너무나 닮지 않았는가. 핵발전소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변화 없이는, 안전에 대한 어떤 대책과 구호도 공허하며 거짓일 뿐이다.

대통령, 정부, 정치인들의 약속만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반복을 결코 막을 수 없다. 우리의 목표와 가치에 대한 근원적인 반성이 없는 한,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현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모든 것이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사회 불안이나 분열”을 야기하는 의견 개진과 행동이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외침을 사회 불안과 분열의 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세월호가 제기한 문제의 뿌리는 보지도 건드리지도 말자는 것과 같다. 지금껏 경제에 전력을 다한 결과가 바로 세월호 침몰인데, 대통령은 벌써부터 “우리 경제”에 대한 “악영향”과 소비심리 위축을 염려한다. 우리는 국민경제와 경기부양을 위해 또 다른 세월호 침몰을 감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칠흑 같은 바닷물 속에서 공포에 질려 숨진 희생자들, 특히 어린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이번에는 결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같은 충격요법으로 현 국면을 무마, 탈피하려는 시도는 우리의 안전을 위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철저한 진상과 원인이 규명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희생자 가족은 물론 인권단체와 시민단체를 포함한, 법적 권한을 지닌 독립적 기구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설립되어야 한다. 극도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정부가 진상규명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진상규명의 대상이며, 그 대상에는 해당 정부부처, 청와대, 대통령까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진상규명 기구의 설립과 활동을 완벽히 보장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기로 이미 결정한 듯,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시작했다. 승객 구조에는 그토록 무능했던 공권력은 정권의 구조를 위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신속하고 철저하게 희생자 가족들을 감시하고 가로막고, 침묵시위의 시민들을 잡아넣었다. 여기에 언론도 가세했다. 주류 보수 언론은 기꺼이 ‘기레기’라는 말을 감수하면서 희생자나 그 가족, 국민의 입장이 아니라 정권의 입장을 챙겼다. 하지만 국민들의 진상과 원인 규명 요구를 계속 외면하고 억압한다면, 정부는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승객과 제자와 친구를 구하려고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포기한 승무원들과 교사들과 학생들, 바로 이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는 이분들이 남겨주신 희망의 불꽃을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과 참여로 이어나갈 것을 굳게 다짐하며, 정부에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1. 정부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실종자로 남지 않도록 모두 찾아내어야 한다. 이것만이 구조 과정에서 보인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용서를 청하는 길이 될 것이다.

1.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막지 말고 겸허히 들어야 한다. 정부는 집회의 부당한 진압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하며, 부당한 언론 개입을 즉시 중지해야 한다.

1.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원인 규명을 위한 독립적 기구의 설립과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1. 정부는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희생자 가족들과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물질적, 심리적, 정서적인 보상과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1.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경제적 이윤이나 효용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을 국정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특히, 핵발전소를 비롯하여 국민의 안전에 치명적인 위험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는 즉각 실제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강영안, 강희정, 김건수, 김광수(법학전문대학원), 김균, 김근, 김녕, 김대중, 김무경, 김성례, 김승희, 김영록, 김용해, 김재웅, 김진욱, 김태원, 김향숙, 김현주, 남준우, 류석진, 문진영, 박수진, 서동욱, 서명원, 손호철, 송봉모, 송의영, 신호창, 오세일, 오준호, 우재명, 원재환, 윤각, 이근욱, 이덕환, 이보아, 이상수, 이요안, 이재혁, 이정훈, 이종진, 이호중, 장순란, 전상진, 정용철, 정유성, 조현철, 지현경, 한징택, 홍지순, 황인성, Hosuk Sean Lee. (총 5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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