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초박빙 양상인 부산시장 선거에서 '서병수 구하기'에 나서자 대구의 '동지'들이 반발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동남권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를 내세워 부산 표심을 잡으려던 전략이 신공항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구 지역을 자극했다.
새누리당의 부산시장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의 유치를 위해서, 같은 당 대구시장 후보는 이를 막기 위해서 각각 "시장직을 걸겠다"고 맞섰다.
새누리당은 28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김무성 공동 선대위원장, 윤상현 사무총장, 정의화 국회의장 후보자 등 중앙당과 부산시당 소속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회의 장소나 내용에서 '가덕도 신공항 유치' 카드로 서병수 후보를 적극 지원하려는 새누리당의 속내가 엿보인다. 서 후보는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서 후보는 이날 회의로 "신공항 건설의 첫삽을 떴다"고 한껏 고무됐다.
김무성 위원장은 회의에서 "부산시민의 염원이 담긴 가덕도에서 중앙선대위 회의가 열리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부산 발전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려면 16명의 부산 국회의원들과 새누리당 출신 부산시장의 완벽한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서 후보만이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은 "부산에 항구는 있지만 공항이 없기 때문에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되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김정훈 부산시당 선대위 공동위원장은 "신공항 유치에는 심오한 정치력이 발휘돼야 한다. 서 후보가 당선돼야 부산시민의 염원이 실현된다"고 각각 거들었다.
서 후보도 "중앙당에서 이곳까지 오신 것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염원을 깊이 인식하고 뒷받침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직을 걸고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유치하겠다. 오늘 이 자리가 신공항 건설의 사실상 첫 삽을 뜨는 날이라고 믿는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신공항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구지역 동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대구시장 선거 역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의 추격이 매서운 상황이다. 자칫 '새누리당이 대구를 버렸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당장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인 권영진 후보는 긴급성명을 내고 "신공항 입지를 정략화하면 시장직을 걸고 260만 시민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권 후보는 "어제 중앙당을 향해 그렇게 가덕도 회의를 막았는데도 회의가 개최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지금 부산 선거가 어렵다는 이유로 여야 모두가 남부권 신공항을 선거용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 정략적인 가덕도 신공항은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구 동구을 지역구인 유승민 의원도 '동남권신공항을 둘러싼 유치한 정치싸움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참으로 어리석은 언행"이라고 이날 선대위 회의 내용을 비난했다.
그는 "최소한의 판단력조차 없는 무능한 당 지도부와 중앙선대위는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도부에 경고했다.
유 의원은 과거 사례를 거론하며, 중앙당의 태도는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불과 3년전 영남 5개 광역단체가 신공항을 두고 서로 싸우다가 이명박정권이 이를 아예 백지화해 버렸던 쓰라린 경험을 벌써 잊고, 이런 바보같은 정치싸움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냐"며 "속좁은 지역논리에 파묻혀 지역갈등만 부추긴다면 신공항은 박근혜정권에서도 또 다시 백지화될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