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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盧, 대형사고 최종책임은 대통령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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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청와대 NSC가 컨트롤타워 맡아야"


-대통령 통일 대박은 엘도라도 행 티켓 아냐
-비망록, 盧 전 대통령이 쓰지 못하게 된 참여정부 통일외교정책 대신 쓴 것
-좌우에서 협공받은 盧 통일외교정책, 공동선 추구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것
-자이툰 파병, 美 군사적 제재 막기 위한 불가피한 외교전략
-작계 5029유출, 협상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美의 의도적 흘리기?
-朴 균형외교 공감대는 있지만 현실은 과거보다 좋아지지 않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5월 26일 (월)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 정관용> 오늘 3부에는 오랜만에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을 초대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해서 또 국가안보회의의 사무차장, 또 통일부장관을 맡으셨고요. 그래서 통일외교안보분야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 몸이라는 평가를 받는 분이죠. 최근에 비망록 책을 펴냈네요. 제목이 ‘칼날 위의 평화’라고 하는 제목인데요. 이 비망록을 펴낸 이유, 또 어떤 내용들이 들어 있는지 함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종석>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책이 아주 방대하네요.

◆ 이종석> 네, 아무래도 비망록이니까. 방대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4년 동안 계셨죠?

◆ 이종석>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인수위부터 시작해서 4년입니까?

◆ 이종석> 네. 대통령 당선된 직후에 북한 핵 문제가 워낙 그 당시에 아주 크게 이슈가 되었고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대통령 당선자가 200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때. 인수위가 구성되기 전에 저하고 몇 사람들을 불러서 "북한 핵 문제를 꼭 풀어야겠다. 좀 맡아달라". 그래서 다섯 분이 그때 모였는데. 저하고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이시죠. 서울대 교수였고. 서동만 박사님, 그다음에 서주석.

◇ 정관용> 서동만 박사는 안기부.

◆ 이종석> 네. 국정원.

◇ 정관용> 그렇죠. 국정원 하셨던.

◆ 이종석> 그 다음에 뒤에 NSC전략기획실장을 하고 또 외교안보수석을 하신 서주석 박사. 그다음에 연세대학의 유명한 이론가죠. 문정인 선생. 이렇게 다섯 명을 불러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라. 그래서 북핵TF라는 걸 만들었어요. 그때 시작해서 그래서 2006년 12월 달에 통일부장관을 그만 둘 때까지 만 4년간 했었습니다.

◇ 정관용> 그 4년의 기록들을 쭉 정리하신.

◆ 이종석> 네. 아무래도 특히 제가 있었던 시기의 만 3년은 NSC차장으로 있었는데. 그때는 제가 사실은 NSC를 실질적으로 책임을 질 때였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이종석> 그때 저는 대통령님의 지시나 정책 구상. 지시를 받아서 집행하거나 아니면 전달하거나, 정책 구상을 만들어서 보좌하거나 이런 업무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회고록을 쓰시면 제가 이런 걸 쓸 필요가 없는 거죠.

◇ 정관용> 맞아요.

◆ 이종석> 왜냐하면 대통령 회고록이 나온 다음에 그다음에 내가 쓸 게 있나, 없나 봐서.

◇ 정관용> 혹시 비어 있는 게 있으면 채우고.

 

◆ 이종석> 각주를 다는 정도로 메꾸는 건데. 대통령께서 2009년 5월에 불의의 일로 서거 하시는 바람에 당신의 회고록을 남길 수가 없게 돼서. 그래서 이제 아무래도 또 가장 격동적인 시기가 참여정부 출범부터 전반기 3, 4년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이 비망록을 쓰게 됐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종석 전 장관이 쓰긴 썼지만 사실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고록의 성격도 갖고 있다.

◆ 이종석> 뭐 제가 감히 그렇게 말씀드리기가 쉽지는 않지만. 대통령의 시각에서 대통령의 생각에서 제가 말씀을 듣고 있고 그랬으니까. 비망록을 쓰고자 노력을 했습니다.

◇ 정관용> 저도 본문을 좀 봤는데 대통령이 직접 하신 얘기들도 많이 그대로 인용을 했더라고요.

◆ 이종석>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 내용이 곳곳에 상당히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 펴내신 건 무슨 의도가 있습니까, 아니면 준비하다 보니까 이렇게 시간이 걸린 겁니까? 어떻게 된 겁니까?

◆ 이종석> 특별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요. 2009년 5월에 서거하시면서 아무래도 비망록을 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동안에는 준비를 하는데 여러 가지 기억을 살리고 자료를 모으는데도 시간이 걸렸고. 또 사람이라는 게 게으르기도 하고 다른 일이 있다 보니까 차일피일 미뤄져서. 그러다 이제는 5주기를 넘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작년 초에 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한 4, 5달 동안은 모든 걸 전폐하고 이제 모아놓은 자료를 갖고 해서.

◇ 정관용> 5주기에 맞춰서.

◆ 이종석> 꼭 맞춘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왕 맞추려면 4월 달에 했을 텐데.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정관용> 제목을 '칼날 위의 평화'라고 붙이셨네요. 이건 누가 정한 제목입니까?

◆ 이종석> 사실 저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참여정부의 통일외교안보의 가치라면, 저희가 '평화번영과 국가안보'라는 전략서를 대중용으로 내서 국민들에게도 보급을 했는데요. 거기 보면 전략기조를 4개로 잡았습니다. '평화번영정책의 추진', 평화죠. 그다음에 '협력적 자주국방', 그 다음에 '균형적 실용외교' 또 하나는 '포괄안보'였습니다. 뭐냐면 현대안보라는 게 우리가 세월호 사고에서도 봤습니다마는, 어떤 테러라든가 또는 경제에서 전산망이 망가져도 안보 위협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네 가지를 잡았는데. 이 네 가지가 다 중요하지만 대통령께서는 평화를 가장 중시하셨고. 이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주와 균형을 추구하셨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뭐로 잡을까 하다가 평화라는 용어는 너무나 한편으로 많이 사용됐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냥 '자주와 균형을 향하여'로 정하려다 주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너무 진부하다고 하던 와중에 출판사에서 '칼날 위의 평화'라고 하면 어떻겠느냐.

◇ 정관용> 역시 출판사다운.

◆ 이종석> 네. 제가 깜짝 놀랐어요. 왜냐하면 '평화'라는 말하고 '칼날'이라는 말은 두 개가 이미지가 굉장히 대조적인데. 사실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이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정말 한반도에서 평화를 만든다는 게 너무너무 어려웠고 그리고 아주 위태로운 평화였습니다. 또 우리는 칼날 같은 위에 서서 평화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한편으로 평화를 만들어놔도 평화의 당사자가 남북한이나 또는 미국과 북한, 이렇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서로 불신하는 상대끼리 기대는 평화는 또 깨지기 쉽고. 그러다 보니 역시 평화를 지향하고 평화를 열망했지만 그 평화는 '칼날 위의 평화'였다. 다만 그런 '칼날 위의 평화'라도 전력을 다해서 만들어놔야지 그 위에서 칼등 위의 평화를 만들어내고 궁극적으로는 반석의 평화로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것이 노 대통령이 가장 열망하셨던 것이어서 이런 걸 담아 '칼날 위의 평화'로 제목을 잡았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 협력적 자주국방, 균형적 실용외교. 자주국방과 균형외교, 둘 다가 사실 좌우파로부터 협공을 당한 것들 아닙니까?

◆ 이종석> 네. 제가 이 책을 내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그 당시에 추구했던 통일외교안보에서의 가치라는 게, 어떤 진보나 보수라는 그런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우리 공동체가 가지고 있던 어떤 가치랄까, 공동선을 추구했다라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자주라든가 평화라든가 균형이라는 말, 이게 어디 뭐 보수 진보의 문제입니까? 그야말로 분단된 적대적 대결 상태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 우리 국가가 평화를 열망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그다음에 우리가….

◇ 정관용> 말로는 다 맞는 말씀인데. 하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한미 동맹 위주로만 생각해 오셨던 분들은 자주국방, 균형외교, 이걸 다 싫어했었고.

◆ 이종석> 그렇습니다.

◇ 정관용> 또 반대로 정말 이제는 미국에 대해서 우리가 할 말을 다 해야 한다라고 외치던 분들은 말만 자주국방, 균형외교지, 사실은 미국 말만 들은 것 아니냐라고 또 비판하고. 그런 의미에서 양쪽 비판의 칼날 위에 선 평화일 수도 있습니다.

◆ 이종석> 맞습니다. 그러나 그걸 추구해야죠.

◇ 정관용> 첫 장 1부가 '역사의 무대로 들어서다'라고 하는 대목에 제가 제목을 쭉 보다가 그냥 눈에 탁 띄는 게 하나 있어서 여쭤보는 게, 북한의 특사 동행 요청을 받아서 가셨어요.

◆ 이종석> 네, 2003년 1월 말이죠.

◇ 정관용> 2003년 1월 말이면 사실은 취임하기 전이에요.

◆ 이종석> 네. 인수위 때 현 정부가, 국민의 정부가 마지막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보기 위한 마지막 노력으로 임동원 특보를 특사로 보낼 때 '당선자 쪽에서도 누가 하나 같이 가라'고 해서 당선자께서 저보고 다녀오라고 하여 제가 다녀왔습니다.

◇ 정관용> 그때가 김대중 정부의 퇴임 직전이에요.

◆ 이종석> 그렇죠.

◇ 정관용> 인수위 책임자로, 책임자라기보다는 대표로 특사단에 포함된 건데. 그때 북한에서는 노무현 정부 출범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던가요?

◆ 이종석> 뭐, 말로는 무슨 기대를 한다는 것처럼 얘기를 했지만. 제가 갔을 때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 직전에 CNN 인터뷰를 하면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서 좀 독재를 한다는 식으로 발언을 한 게 MBC 뉴스에도 나오고 그랬어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엄청나게 불쾌하게 반응을 보이고 그래서, 여러 가지 실랑이가 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항상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니까 그들이 그 정권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상관없이 일단은 기대한다는 그런 내색은 하죠. 그러나 그런 CNN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별로 안 좋았었습니다.

◇ 정관용> 이종석 장관을 통해서 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하려고 하나 떠보고 이런 식의 그런 대화는 없었습니까?

◆ 이종석> 그렇죠. 그런데 저희가 가서 '우리 당선자는 어떠어떠한 대북관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정부를 출범시키면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어갈 예정이다. 그러니까 북한 핵 문제를 풀고 남북관계에 있어서 이렇게 대범하게 협력을 하자'. 이런 식으로 대통령님의 메시지를 제가 구두로 쭉 전달을 했죠.

◇ 정관용> 그리고 책 속에 'NSC체제를 설계하다' 이런 대목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실 청와대 내에 국가안보회의가 있긴 했지만 유명무실했던 것을 실질화시킨 게 노무현 정부가 처음 아닙니까?

◆ 이종석> 네. 그렇게 봐야죠.

◇ 정관용> 그 아이디어가 우리 이종석 전 장관한테서 나온 건가요, 아니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인가요?

◆ 이종석> 본래 NSC구조가 굉장히 유용하다는 생각은 국민의 정부 때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 임동원 특보가 외교안보수석비서관때 NSC회의기구로 NSC를 만들었습니다. 대통령보좌기구는 아니였지만. 그걸 이제 저희가 확대 개편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구로 만들었는데. 그건 제 생각이 아니었고 실제 여야에서도 그런 생각들이 있었어요. 노무현 후보한테 보고를 드리니까 '그렇게 해야겠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셔서 노무현 후보도 당연히 그런 입장을 갖고 계셨습니다. 제 개인적인 그런 의견은 아니었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까도 설명했던 자주국방, 균형외교. 이 두 가지 문제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충돌이랄까, 논란이랄까, 이런 게 극심하게 벌어졌던 게 사실은 자이툰부대 이라크파병 문제 이거 하나였었고. 한·미 간에는 우리 주한미군의 이른바 전략성 유연성 문제 하고 또 '작계 5029'를 둘러싼 갈등. 이런 대목들을 이 책에서 주로 다루셨는데. 먼저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게 이 이라크 파병 문제이니까. 이라크 파병 때문에 '무슨 자주국방, 균형외교냐. 친미다', 이런 비판을 많이 받았잖아요.

◆ 이종석> 네.

◇ 정관용> 그 비하인드 스토리랄까, 간단히 말하면 뭐가 되겠습니까?

◆ 이종석> 그거는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자주' 하나만 있던 게 아니었지 않습니까? 더 본질적인 것 하나가 '평화' 아니었습니까?

◇ 정관용> 평화번영이죠.

◆ 이종석> 평화가 있는데. 중요한 건 북한 핵 문제가 단순히 있는 것이 아니고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규정을 했잖아요. 그리고 북한 핵 문제가 다시 재발했잖아요. 그 상태에서 2003년 3월 달에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공격했잖아요. 대량살상무기가 있을 거다라고. 그런데 없었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이라크보다도 훨씬 더 미국한테 명분을 주기 용이한,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더 미국하고 각을 세우고 있고 그다음에 더 많은 혐의를 가지고 있는 나라잖아요. 그리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군사적 제재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옵션은, 모든 선택지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이런 신생용어를 사용했지 않습니까?

◇ 정관용> 평화가 위협받고 있었죠.

◆ 이종석> 그렇죠. 거기서 대통령이 아마 여러분이 기억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2003년 3월에, 사실 그때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 네오콘의 패권주의가 워낙 강했어요. 그리고 그때는 9.11테러 때문에 또 미국이 더 화가 나 있었고. 그러나 "한반도에서 군사적 제재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전쟁으로 가니까", 이걸 대통령이 아주 노골적으로 말하고 나섰죠. 왜냐하면 미국이 그런 선택지는 선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다른 나라의 어떤 지도자도 그렇게 못했죠. 일단 평화가 엄청 중요하니까. 그래서 미국이 결국은 군사적 제재 얘기는 쑥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 정관용> 우리가 이라크에 파병까지 하면서 미국을 도와주니 군사 제재 같은 얘기는 하지 말고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라, 이런 거란 말이군요.

◆ 이종석> 그 와중에 그렇게 하고 나니까 우리 대통령도 미국에 대해서 뭔가 우리가 들어줘야 되고 또 한편으로 한반도에서 핵 문제가 전쟁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도 뭔가를 해 줘야 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우리의 자주적 결정으로서 한다면 이라크 파병, 우리가 좀 미국한테 설명하고 사정 얘기하고 파병을 안 할 수도 있죠. 그러나 그게 좀 어려웠던 거죠. 대통령은 자기 이념을 따른 게 아니라 통치자로서 국민, 국익….

◇ 정관용>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 이종석> 네. 국익이 뭐냐, 그걸 생각했던 거죠.

◇ 정관용> 평화 쪽으로 미국의 방향을 확실히 잡아내는 설득용으로 파병이 필요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 이종석> 그러니까 이라크 파병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라크 파병 하나만을 갖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그 작전계획 5029. 이건 북한에 무슨 유사 시 급변사태 같은 게 있을 때 어떻게 하느냐, 이런 거 아닙니까?

◆ 이종석> 네.

◇ 정관용> 그걸 가지고 한·미 간에 협상도 하고 그랬는데. 이번에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실을 몇 가지 공개하신 것 가운데 하나가 그게 '신동아'에 보도가 됐단 말이에요. 그런데 마치 한국에서 그걸 언론에 흘린 것처럼 미국이 막 우리를 공격했었잖아요.

◆ 이종석> 네.

◇ 정관용> 그런데 정작 흘린 게 미국 쪽이라고요?

◆ 이종석> 그러니까 사실 작계 5029가…작계로 가면 안 되고 개념계획이라는 걸로 끝이 났는데 우리는 작전계획으로 가면 안 되죠. 왜냐하면 북한의 급변사태라는 것 자체가 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해야 되니까요. 그런데 그런 내용이 어느 날 다 밖으로 흘러 나갔잖아요. 그건 흘러가면 안 되는 거죠, 아주 극비사항인데. 그래서 그냥 미국이 우리한테 "한국 정부가 이거 왜 흘렸냐" 아주 막 다그쳤죠. 그래서 제가 도대체 우리쪽에서는 정보가 나갈 데가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사실 여러 번 '신동아' 기자한테 물어봤어요. 그분도 아주 전문적인 훌륭한 분입니다. 그런데 그때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실은 미국 사람한테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한거냐" 물어봤더니 그 기자가 "차장님을 좀 곤란하게 해서…". 어디까지나 해석입니다. "그렇게 해서 5029 협상을 좀 유리하게 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고….

◇ 정관용> 미국 쪽에 유리하게.

◆ 이종석> 네, 미국 쪽에서. 왜냐하면 우리가 누출한 게 되면 곤란해지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이종석> 사실 제가 그것 때문에 워싱턴 가서 미국 관리들도 만나서 또 해명하고,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 정관용> 그리고 아까도 나왔던 게 NSC에서 재난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느냐, 마느냐 이번 세월호 이후에 논란이 됐고. 결국 'NSC는 그거 맡는 데 아니다'라고 말했던 김장수 안보실장은 경질이 됐지 않습니까?

◆ 이종석> 네.

◇ 정관용>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종석> 저희가 처음에 인수위 때 2003년 초에 재난관리문제를 다루는 데 청와대 NSC센터가 이걸 컨트롤 타워를 할 거냐, 말 거냐 가지고 논란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에서 이걸 맡으면 대통령한테 이게 부담이 너무 많이 된다.

◇ 정관용> 재난이 벌어졌을 때?

◆ 이종석> 네. 반대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노무현 그 당시 당선자죠. 딱 한 마디로 정리를 하시더라고요. "어떤 대형사고가 나면, 특히 대형 사고가 나면 국민은 대통령한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거다".

◇ 정관용> 그렇죠.

◆ 이종석> "그러니까 대통령실에서 책임 있게 이걸 컨트롤 타워 해야 된다"고 하셨어요. 컨트롤 타워 한다고 해서 다 하는 게 아니고 책임부서가 있잖아요. 그 책임부서랑 같이 해서 위에서 잘 안 되는 걸 도와주고 체크해 주는 게 컨트롤 타워 아닙니까? 해야 된다는 대통령의 얘기 한마디로 정리가 된 거죠. 그런데 저는 지금 생각해도 그게 맞다고 봅니다. 청와대가 다 한다는 게 아니고 핵심적으로 안 되는 걸 갖다가 조정해 주고.

◇ 정관용> 지원해 주는 것?

◆ 이종석> 그렇죠. 그런데 항상 실시간으로 같이 보면서 통제해 주는 거지.

◇ 정관용> 그런데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는 청와대에서 그런 역할 안 한 것 같죠?

◆ 이종석> 그건 제가 잘 모르겠는데, 언론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고. 그건 정 교수님이 더 잘 아시는 것 아닙니까?

◇ 정관용> 지금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데 이걸 총리실에 두느냐, 청와대에 두느냐, 논란인데. 이종석 전 장관이 보시기에는 그러면 청와대에 있는 게 맞습니까, 어떻습니까?

◆ 이종석> 국가안전처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국가안전처는 총리실에 있을 수 있죠. 문제는 대통령실과 국가안전처 사이를 매개하는. 국가안전처가 어떻게 모든 걸 다 통괄하겠습니까, 대통령실에서? 안 되지 않습니까. 대통령 비서가 해야 되죠, 그거는.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 청와대는 총괄 컨트롤 타워.

◆ 이종석> 그렇죠. 모든 집행을 다 하는 게 아니고.

◇ 정관용> 그러니까 거기에서 말하는 컨트롤은 지휘 통제라기보다는 지원.

◆ 이종석> 네. 지원하면서 문제가 되면 즉각 들어가서 지휘할 수도 있지만. 상황을 잘 되게 해 준다는 것이죠.

◇ 정관용> 4년의 기록을 방대하게 묶어내셨는데. 스스로 돌아볼 때 가장 아쉬운 건 뭡니까, 그 4년 동안?

◆ 이종석> 글쎄요. 국민들께서 아까도 말씀드린 저희들이 했던 일들에 대해서, 특히 그 당시에는 많은 통일외교안보 사안은 보안 위주로 됩니다. 그러다보니까 정말 오해가 되거나 한국 정부가 무능력하다든가 또는 반미라든가 이런 식으로 아주 곡해되는 것들에 대해서 진상을 있는 대로 밝히기 어려웠다는 거죠. 그것이 보안이 생명인 통일외교안보이다 보니까. 그래서 그런 것들, 즉 국민들께 제대로 인식이 안 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평화, 자주, 균형, 포괄안보라는 가치가 제대로 빛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또 그런 것들을 제가 모시고 보좌했던 참모로써 다 하지 못한 것은 다 제 책임이 큰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 정관용> 그 평화와 자주, 균형이라고 하는 게 지금 이 시점에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까, 퇴행하고 있습니까? 어떻게 보세요?

◆ 이종석>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균형외교라는 것을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에서 가야 할 길은 그거라는 공감대는 전보다 넓어졌는데. 현실은 과거보다 더 좋아졌다라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 이종석> 글쎄, 저는 제가 과거의 사람이기 때문에 말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중요한 거는 국민들한테 정확하게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적 경로를 하나 하나씩 보여주는 철학과 비전과 그다음에 거기로 가는 길. 전략 경로를 보여줘야 된다.

◇ 정관용> 실천?

◆ 이종석> 네, 실천이죠. 실천인데. 그 실천은 국민들한테 길을 보여줘야 됩니다. 그 길로 설령 가다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길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디로 갈지 모르잖아요. 그런데 정부가 그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네. 통일 대박까지는 좋은데.

◆ 이종석> 어떻게 통일로 갈 것인가가 돼야죠. 대박이라는 거, 통일 대박이라는 게 엘도라도처럼 그냥 어디 가서 티켓, 버스타고 가서 내리면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걸 만들어가야 되는데. How to,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거는….

◇ 정관용> 구체적인 게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 이종석> 그런데 그게 벌써 시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 정관용> 1년도 넘었는데, 그렇죠?

◆ 이종석> 네. 이제는 구체적인 게 필요하다. 전략이 필요하다는 거죠, 구체적인 것보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래서 아무튼 가야 할 길은 평화, 자주, 균형인 것은 맞습니다. 거기에 대한 공감대는 그때보다는 더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박근혜 정부까지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가 됐으니까.

◆ 이종석> 네.

◇ 정관용> 제대로 한 걸음, 한 걸음 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또 이분들이 '칼날 위의 평화'를 보시면서 많은 도움을 좀 얻기를 바라고요, 현장에서.

◆ 이종석> 네. 저도 그런 걸 바라고. 사실 여러 가지 반성적인 얘기나 필요한 교훈적인 것들을 좀 쓸려고 했습니다.

◇ 정관용> 노무현 전 대통령 4년, 통일, 외교 비망록. '칼날 위의 평화'를 펴내신 이종석 전 장관, 오늘 함께 만났습니다.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종석>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시사자키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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