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이 '유세차 없는 조용한 선거, 골목길 유세'를 내세운 지 4일. 박 시장의 선거운동은 조용하고 소박하고 꼼꼼하고 소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지켜 본 박원순표 선거 운동은 어떤 모습인지 4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선거 운동의 시작 '배낭과 운동화'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유세차 대신 배낭을 메고 골목길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박원순 선거 운동의 대표적 상징물은 '배낭'이다. 박원순 선거 캠프에서는 아예 거리 유세의 명칭을 '박원순의 배낭'이라 지었다. 박 후보의 배낭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기자들의 이러한 물음에 박 후보는 직접 배낭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놓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거는 우리 집에서 특별히 아리수 병에 한 거(레몬차)고… 핸드폰을 두고 왔네. 자꾸 변할 거예요. 그날(선거 캠프 개소식 날) 상인들이 주신 노란수건, 이거(필통)는 여러 가지 사인을 해야 하니까. 이거 (A4용지 세트)는 사람들이 사인을 해달라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게 배낭으로 무장한 박 후보는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시민들과 만났다. 박 후보에게 배낭이란 선거운동의 변화를 상징하는 첫 번째 준비물이다.
◈골목길 유세 '조용히 그러나 꼼꼼하게'
자료사진(사진=윤성호 기자)
조용한 선거는 유세차가 아닌 후보가 직접 자신을 홍보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박 후보는 일단 본인과 눈을 마주친 사람이라면 놓치지 않고 악수를 청한다. 상점도 시간이 허락되는 한 다 들려본다. 한 명 한 명 만나 인사하고 몇 마디 건네다 보면 일정은 종종 길어지기 마련이다.
몇 걸음 걷고 악수, 몇 걸음 걷고 악수. "늦어졌으니 빨리 이동하자"는 캠프 관계자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본인이 혹여 지나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지나쳤다면 다시 돌아가 악수를 청한다. 후보가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장을 강조하는 박 후보에게 시민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조용한 선거는 포기할 수 없는 박 후보 선거 운동의 핵심 전략이다.
◈시민과의 대화 '눈높이 소통'
자료사진(사진=윤성호 기자)
박 후보는 말이 많다. 간담회든 거리 유세든 한 번 시작한 대화는 보좌관이 "그만 가셔야 된다"고 몇 번을 말려야 겨우 끝이 난다.
대화의 대상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박 후보는 상대에 따라 대화 내용을 달리 하는데, 그 내용은 주로 본인의 경험담(고3 학생을 만나 "내가 재수를 두 번하고 고시 공부도 했잖아")이나 덕담(본인과의 사진 촬영을 포기하려는 학생에게 "끝까지 포기하면 안 돼")으로 채워진다.
지하철 승객에게는 '지하철에서 자리 잡는 법 세 가지 요령'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곡식을 팔던 노점상 할머니에게는 자신도 땅콩 터는 법을 안다며 직접 땅콩 터는 시늉을 보여주는 식이다.
"시민들이 나한테 친절할 걸 기대하면 안 되죠. 내가 시민들에게 친절할 걸 생각해야죠."
시민의 상황을 고려한 박 후보의 맞춤형 대화를 듣다 보면 초보 정치인에게서 볼 수 없는 노련함이 느껴진다.
◈셀카 유세 '선거 전략'
자료사진(사진=윤성호 기자)
박원순 후보의 유세에서 빼놓을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사진이다. 박 후보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못지않은 '셀카의 달인'이다.
사진을 찍을 때 역광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도 보여준다. 사진 촬영은 주로 시민들의 요청으로 이루어지지만, 캠프 관계자들이 박 후보와의 사진 촬영을 유도하기도 한다. '셀카 유세'는 떠들썩한 유세차 대신 택한 또 하나의 선거 전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