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된 단원고 교사 이모 씨의 제자들이 두고 간 조문 화환. (조혜령 기자/자료사진)
'바다의 킹왕짱 선생님 사랑합니다'
분홍색 카네이션 대신 흰 국화꽃을 받은 선생님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 제단 맞은편 한 켠에는 조화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조화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담임 교사 이모 씨의 제자들이 지난 8일 이 씨의 영정이 분향소에 오던 날 함께 가지고 온 것.
스승의 이름에서 따온 듯한 별명을 조화에 적은 제자들은 이 씨에게 '사랑한다'는 마지막 고백을 남겼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단원고 교사 14명 중 6명이 차가운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5명의 교사는 아직까지 차디찬 진도 앞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실종 교사들의 가족들은 지금도 진도에서 속절 없는 기다림에 속을 태우고 있지만 자식을 잃은 학부모 앞에서 마음 놓고 슬퍼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진도 체육관에서 아이의 소식을 기다리던 한 가족은 "선생님 가족들도 며칠째 기다리고 있지만 저분들은 지금 말도 못 한다"며 "아마 제일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살아 돌아왔지만…"생존 교사 학교 복귀 어려울 듯"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세월호에서 구조된 교사들은 하루하루 말 못할 고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지만 수백 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은 현실 앞에서 단원고 교감 강모 씨는 죄책감을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제자를 버려두고 혼자만 살아나온 죄인'이라며 자신을 책망한 강 씨는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힘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스스로 아이들 곁으로 떠났다.
사고 당시 강 교감 외에도 두 명의 교사가 세월호 사고에서 구조됐지만 이들 역시 세간의 이목을 두려워하는 것은 물론 죄책감에 사로잡혀 고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