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들을 수사하며 유 전 회장에 대한 수사망을 조여오던 검찰이 자녀들과 핵심 측근들의 잇따른 소환 거부로 난관에 부딪혔다.
검찰은 최선을 다해 유 전 회장 일가 체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지만 '숨바꼭질'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16일 소환을 통보받은 유 전 회장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유 전 회장 자제들 모두 소환 불응…檢, 유 전 회장으로 가는 길목 막혀 '난색'
검찰은 해외에 머물고 있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와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 등 핵심 계열사 대표들에게 세 차례나 소환을 통보했지만 이들은 귀국하지 않았다.
1997년 세모스쿠알렌 전국대리점연합회 행사의 유병언 회장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유 전 회장의 두 딸인 섬나·상나 씨도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았지만 사실상 거부했다.
검찰은 차남 혁기 씨와 장녀 섬나 씨, 김혜경 대표와 김필배 전 대표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미국 수사당국과 공조를 통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연락도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오전에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대균 씨마저 소환에 불응했다.
이에 검찰은 국내에 머물고 있는 대균 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13일 자택 등을 찾아 집행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수사가 시작된 이래 하루가 멀다하고 핵심 계열사 관계자들을 줄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계열사 대표와 측근 8명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던 검찰이 유 전 회장을 향해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어려움을 만난 것이다.
14일 오후 경기 안성시 삼죽면 금수원 정문에 내걸린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현수막 뒤로 구원파 신도들이 검찰의 유대균 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반대하며 진을 치고 있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유 전 회장 일가, 어디에 있을까?검찰은 해외에 머물고 있는 자녀들과 핵심 측근들도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체포한다는 입장이지만 빠른 시간 안에 체포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들이 멕시코 등 제3국으로 도주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균 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검찰은 추적팀을 구성해 소재 파악에 힘을 쏟고 있다. 대균 씨에 대해서는 A급 지명수배를 내리고 밀항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원파의 본산인 금수원은 물론, 유 전 회장 소유로 알려진 몬테크리스토 레스토랑과 대균 씨의 고향 등 잠적해 있을만한 곳을 차례로 수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른 가족들과 지인들을 통해서도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고 있다.
대균씨는 유 전 회장을 도와 계열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지분을 갖고 있지도 않은 계열사 '세모'로부터 매달 1,00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998∼2003년 대균 씨가 시세 20억원에 이르는 부친 소유 부동산을 사들인 경위와 계열사 간 자금 흐름 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숨바꼭질'을 벌이며 조사를 지연시키는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월호 침몰 참사'의 중대성 등을 고려했을 때 자진 출석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의무가 있는 이들 일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잠적하며 조사를 미루는 동안 유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중요한 증거들이 은닉되거나 조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이들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 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검찰이 9시간여만에 강제진입에 나섰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염곡동에 있는 자택에 진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유병언 전 회장 이 주 금요일 소환통보…출석할까검찰은 유 전 회장 자제들이 모두 소환통보에 불응함에 따라 유 전 회장에게 오는 16일 오전 10시까지 소환을 통보했다.
소환통보에 불응한 이들에 대한 수사를 거치지 않더라도 그간 압수수색과 측근 수사를 통해 유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들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녀들이 모두 소환에 불응한 상태에서 유 전 회장이 검찰에 순순히 모습을 드러낼지는 불확실하다.
유 전 회장 소환통보 사실이 알려지자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 앞에 매일같이 구원파 신도 수백명이 모여 검찰수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유 전 회장이나 그 일가의 신병 확보 과정에서 이들과 마찰이 있을 수 있어 검찰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 전 회장이 이러한 배경 뒤에 숨어 16일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16일 반드시 출석할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만일 유 전 회장이 정당한 이유없이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발부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