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다가서고 있다. 윤성호기자
세월호 침몰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10일에도 진도를 방문했다. 이날까지 총 5번째 방문이다.
정 총리는 앞서 여러차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의 전문가 회의에도 참석하고 있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가족들은 "지금 이 순간에는 잠수사들 말고 정부 고위 관료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가족들은 이날 진도 실내체육관과 진도항을 찾은 정 총리에게 "그동안 뭐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실종자를 찾을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기 때문.
특히 정 총리는 지난 1일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말 실수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정 총리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전날 열렸던 각계 전문가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가뜩이나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 총리에게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항에 있는 신원확인소를 꼭 들러달라"고 요청했다.
사고발생 보름 가까이 지나면서 시신 훼손 우려가 커지자 수색을 독려해달라는 취지였다.
지난 1일 오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수색 상황, 대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하지만 정 총리는 "오후에 일정이 있어서..."라고 답해 체육관 안은 순간 고성이 오가고 힘겹게 몸을 가누던 실종자 가족들까지 오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초기인 지난달 20일 새벽에는 수색 지연에 불만을 품고 청와대로 향하려는 실종자 가족들을 설득하려다 오히려 성난 민심에 2시간 가량 차 안에 갇히는 촌극까지 연출했다.
정 총리는 지난달 27일 세월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태가 마무리되면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사표를 반려했다.
이후 국정 운영의 2인자로 사태 수습을 위해 총괄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고 초반부터 실종자 가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미덥잖은 눈초리는 계속되고 있다.
임기 중 '존재감 제로'라는 별명을 얻었던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말실수와 현장 장악력 부재에 이어 '시한부 총리'라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진도를 찾는 정 총리에 대해 실종자 가족 한 명은 "똑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며 "대책이 있었으면 옛날에 진작 냈겠지"라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또 "얼굴도 보러 안 갔다, 싸울 힘도 없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앞서 이달 초 한 가족은 ""국무총리, 장관 다 필요 없다, 잠수사들이 제일 고맙다"면서 "여기 와서 사과할 시간 있으면 목숨 걸고 작업하는 잠수사들 안마나 해주라"며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