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세월호 사고와 같은 참사를 비롯해 크고 작은 사고에서는 무엇보다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사고에 총체적으로 대응할 사령탑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초기에 국정의 최고 책임을 지고 있는 청와대가 어떤 인식을 갖고 사고에 대처했는지를 복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 오후 5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방문해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경옥 안전행정부2차관이 "갇혀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라고 보고하자 박 대통령은 "아, 갇혀 있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세월호를 탈출해 바다에 떠있는 것이 아니라 침몰하는 배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영상=김영환 의원실 제공)
그렇다면 중대본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을까. 박 대통령이 중대본을 방문하기 20분 전인 오후 4시 40분쯤 이 차관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한 기자가 실종자의 행방과 관련해 "290여명이 선실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 차관은 "수중에 있을지, 해상에 있을지, 선내에 있을지 그것은 지금 탐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대본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중대본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청와대도 부정확하거나 부실한 보고를 받았고, 박 대통령에게도 잘못된 정보가 입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부실한 보고의 정황은 사고 현장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접수부터 인명구조, 수습까지의 과정을 해경이 지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산 단원고는 경찰 무전기 통신 내용을 전해 듣고 사고 당일 오전 11시 6분과 8분 두 차례에 걸쳐 "학생 전원구조"라는 문자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구조작업과 사고수습이 해경 지휘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의 무전기 통신 내용은 해경의 보고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단원고의 한 교사도 오전 11시 8분쯤 목포해경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학생 전원 구조 여부를 물었고 목포해경은 "그렇게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침몰하는 세월호 (사진=해경 제공)
오후 들어 상황이 급변하기는 했지만 배가 이미 침몰하는 순간에도 현장에서는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보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사고 당일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오늘 오전 진도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사고와 관련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즉각적인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청와대는 김장수 안보실장이 위기관리센터에서 사고와 구조현황을 파악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관련 상황을 즉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안행부 차관의 브리핑과 보고, 박 대통령의 중대본 발언에 비춰봤을 때 김장수 실장이 올바른 보고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여객선침몰사고 공동 대책위원장인 김영환 의원은 "사고가 발생한지 8시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된 보고가 되지 못했다면 대단히 중차대한 문제"라며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