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여드레째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항에서 한 시민이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리본에 글을 쓰고 있다. 윤성호기자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전 국민이 슬픔에 빠졌다. 슬픔과 애도가 이어지면서 상당수 국민들이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계속 눈물이 나고 잠을 자기도 어렵다. TV와 스마트폰을 끄고 잊어보려고 하지만 혹시라도 생존자가 나왔나 궁금해 다시 TV를 보거나 기사를 검색하게 된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어나지 말아야 할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재난 참사임이 드러나면서 국민적인 분노의 감정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애도하고 함께 슬퍼하는 감정을 갖되 일반 국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서 피해자 가족들을 도울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어떻게 무기력을 극복해야하나?"라는 주제로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정말 대다수의 국민들이 슬픔에 잠기면서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 같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가 지난 21일 오후 전남 진도항에서 구조 소식만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다. 윤성호기자
= 그렇다. 주변의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다들 슬픔과 함께 무기력감과 우울증을 호소한다.
저도 개인적으로 고2 학생을 둔 학부모이고 세월호 사고가 나기 2주전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입장을 바꿔서 내 아이가 차디찬 바닷속 배안에 갇혀있다고 생각을 하면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게 너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어린 아이들을 바닷속에 둔 학부모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아이를 부르다가 울다가 소리치다가 바닷가에서 마냥 아이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증세들을 호소한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혹시나 생존자가 구출됐을까 싶어서 다시 TV를 켜거나 스마트폰 뉴스를 검색하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이 꿈속에 나타나기도 한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SNS에서도 이런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계속 눈물이 나고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차가운 물속에 아이들이 있는 게 머릿속에 생생해서 잠을 자기가 힘듭니다. 방송을 안보고 싶어도 혹시 생존자가 나왔나 싶어서 안볼 수가 없습니다. 이젠 제발 한명이라도 생존자가 나오길 눈물로 기도합니다."
"자식 키우는 사람으로 남의 일 같지 않다. 밥 먹는 것도 미안하고 내 아이와 웃는 것도 미안하다. 아이들은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지…. 그렇게 자식을 떠나 보내야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지…. 이젠 화나기보다 우울해지고 눈물만 난다."
"실종자 사망자 유가족 여러분 많은 국민들도 잠도 못자고 눈물로 지냅니다. 여러분 편인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러나 국민들은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트위터에서도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토록 무기력한 나라가 돼버렸나? 세월호 최초 침몰 시점이 언제였나 조차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차디찬 바닷속 저들을 어찌해주지 못하고 우왕좌왕 시간만 보내고 있다. 도대체 이 큰 죄를 어찌할 것인지 먹먹할 뿐이다." (@sos*****)
"세월호 사태 침몰 5일째, 생환자는 없고, 수색작업은 지지부진한데, 바다는 말이 없다. 실종자 부모들의 피 말리는 순간이 이어지는데, 지켜보는 우리가 이렇게 무기력 할 수가! 부활절, 하늘이여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parkc****ong)
"인재로 굳어지는 세월호 참사…. 총체적 불신을 자초한 정부와 승객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선사, 무기력한 국가위기 관리능력이 한꺼번에 버무려지면서 국가 위신은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 나라의 국민과 부모로서 이 슬픈 현실을 어찌 감당할까?" (@bon***on)
이처럼 국민들이 패닉상태인 이유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국립의료원 김현정 정신과 전문의는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있고 나들이를 취소하고 공감하면서 슬픔에 잠기는 이유는 이번 일이 피해자들에게만 일어날 일이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일이라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무기력이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오는 감정으로 에너지가 빠진 상태"라면서 "지금은 생기를 느낀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무기력 자체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계속 무기력에 빠져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여드레째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항에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다. 윤성호기자
= 그렇다. 아직도 100명이 넘는 어린 학생들이 차디찬 바닷속에 갇혀있는 상황이니까 누구도 뭐라고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일반국민들은 슬픔을 간직하고 애도하고 명복을 비는 일은 계속하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을 지낸 하규섭 국립서울병원 원장은(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이번 참사가 국민적 슬픔이니까 애도하고 해야겠지만 많은 국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서 사고수습의 노력을 하는 게 돌아가신 분들이나 실종자들이나 그 가족들을 위하는 길"이라면서 "모두가 다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고 해서 위로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 원장은 "제 생각에는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전국의 종교기관에서 추모하고 명복을 비는 것은 도움이 되므로 종교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분향소를 설치해 국민들이 명복을 빌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 원장은 동시에 "이제는 학생들이건 직장인들이건 텔레비전을 끄시고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그게 관심을 줄이자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우리가 국민적으로 구조의 마음도 모아야 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국민이 일손을 놓고 텔레비전을 쳐다본다고 해서 구조가 빨리 되는 게 아니다. 각자 자기자리에서 구조와 수습을 위해서 노력하는 게 유가족들이랑 실종자 가족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정신신경과 학회 이동우 홍보이사(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세월호 피해자들과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는 건 당연하다.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면서 "그렇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각자가 맡은바 직분을 다하지 못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피해가족들과 안타까움을 나누는 것과 각자 직분을 지키는 것의 조화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사회시스템은 유지가 되어야 피해자 가족들을 도울 수 있다. 시간을 내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장 겸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제는 조금 감정적인 대처보다는 이성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종교계 지도자나 정치권의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이성적으로 대처하자는 이런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피해 가족들을 보듬을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는 건가?= 진도로 의료지원을 다녀온 국립의료원 김현정 정신과전문의는 몇 가지 주의사항과 함께 조언을 했는데 "일단 주변에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잊어버리라'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되니까 하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뇌에 한번 들어가면 이 기억은 죽을 때까지 바로 어제 일어난 일처럼 늘 생생하게 재생이 되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정신장애도 많이 생기고 약물남용, 술 담배 물질남용도 많이 생기고 우울증은 당연한 것이므로 잊어버리라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전문의는 먼저 '가족 간 대화'를 권유했다. "무기력을 느끼는 분들은 뉴스보도 시청을 피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뉴스보도 보는 게 도움이 안 된다"면서 "이번 일로 겪은 아픔이나 슬픔을 속으로 삭이지 말고 가족들끼리 사실대로 얘기하고 들어주고,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할까? 우리는 어떨까? 아이는 어떨까? 아이의 마음이 아프구나! 이런 것들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면서 "가족끼리 공동체끼리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고 진정도 하고…. 말하고 듣고 이런 과정이 치유의 과정이 된다"고 말했다.
윤대현 교수는 "나라 전체가 애도하고 슬퍼해야 한다. 이번 일은 대형 참사여서 오래갈 것 같으니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해야 한다"면서도 "국민들이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의 상담자가 되어 준다는 입장에서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주변에서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변을 돌아봐 줄 것"을 당부했다.
안용민 교수는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그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춰서 재능기부가 됐건 (금품이나 물품)기부가 됐건 자원봉사가 됐건 이런데 힘을 모아서 극복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도 "주변사람들과 대화하고 상담하고 애도하면서 불안정한 마음을 서로 나누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그런 게 필요하다"면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마련해서 국민적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문제나 이런걸 간과한 것은 없는가? 그런 점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마냥 무기력에 빠져있기 보다는 뭔가 피해 가족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움직이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하규섭 원장은 "지금 상황에서 오락을 즐기거나 이런 건 안 되겠지만 적어도 국민들이 잠을 잘 것은 자야하고 자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할 건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무기력 외에도 분노가 상당하다. 분노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여객선 세월호 침몰 6일째인 21일 오후 경기 안산 고잔동 단원고 정문에서 시민들이 단원고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 사실 세월호 관련 특보나 언론보도를 지켜보다 보면 무기력감이 드는 것 외에도 분노가 이는 게 사실이다.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도 아니고 언젠가는 사고가 날 상황이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공황상태에 빠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랬는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넘나드는 우리나라의 수준이 이것 밖에 안됐는가? 세월호가 수입되고 구조를 변경하고 온갖 불법과 탈법이 벌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한탄하고 있다.
300명이 넘는 실종자 중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 청원 100만명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는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은 국가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 존재의 지상명령입니다. 그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천명했듯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총체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라와 있고 청원 서명자는 24일 아침 8시 현재 29,383명으로 3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분노가 일시적 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동우 교수는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굉장히 큰 슬픔 외에도 큰 분노를 느낀다. 그렇지만 쉽게 잊어먹는다"면서 "이제는 그 분노를 일순간만 느끼지 말고 우리사회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 국민들이 쉽게 분노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그런 것 때문에 이런 대형사고가 반복이 되는 점이 있다"면서 "일시적인 분노로 끝내지 말고 일종의 '의분'으로 유지를 하면서 국가 시스템 전반을 바꾸도록 국민들이 계속 압력을 넣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정신과전문의도 "마음 아파만 하고 내가 무기력하게 당했구나 이거는 바꿀 수 없는 세상이구나! 이렇게 되면 정말 무기력한 세상이 될 것"이라면서 "바뀌는 게 눈에 보이지 않으면 끝까지 따라가서 그걸 확인하고, 그게 되지 않을 경우 왜 안 되는지 물고 늘어지더라도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슬퍼하고 분노하고 말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바뀔 때까지 국민들이 목소리는 내고 따지고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감시하지 않으면 21년 전 서해훼리호 사고로 292명이라는 안타까운 목숨을 잃고도 바뀐 게 없는 것처럼 대형 안전사고가 되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의료지원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레째인 22일 오후 전남 진도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배식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 진도 현지와 안산 등지에서는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 특히 단원고 학생들을 돕기 위한
의료지원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총괄의료지원단'을 구성해서 15개 종합병원들이 진료지원팀을 진도에 보내 순차적으로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세월호 관련 심리지원 대책을 발표했는데 안산 단원고 학생 1명당 주치의 1명을 배정하고, 최소 3년간 안산 지역 피해자와 주민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현장을 다녀온 의사들의 얘길 들어보면 희생자 가족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한다.
피해자 가족들이 과로로 탈진하고 실신해서 의료진을 찾아오지만 편하게 진료를 받고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탈진해서 수액을 맞더라도 편하게 맞고 있을 시간이 없다면서 빨리 맞게 해달라거나 선박이 항구로 들어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몰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 지원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들도 진도로 순차적으로 파견되고 있는데 현장을 다녀온 한 정신과 전문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말을 걸기도 어려웠고 지금 위로를 한들 그게 위로가 되겠느냐"면서 "찾아와서 고통을 호소하는 가족들과 상담은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오히려 의사들이 구석진 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번 일을 겪은 가족들이 자책을 하는 경우가 가장 나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가장 나쁜 것이 자신을 탓하는 것이라면서, 바깥으로 분노를 표출할 때는 그나마 건강하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내가 왜 아이를 수학여행을 보냈을까? 내가 왜 안산으로 이사를 갔을까? 내가 왜 그 학교에 보냈을까?" 부모들이 이런 자책을 하게 되면 남은 아이에게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고 그러면 그 남은 아이는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자책하게 된다는 것이다.
2000년 고등학생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부일외국어고 수학여행 버스 참사 당시 살아남은 김은진씨는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 "살아 있는 사람도 돌봐 주세요.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생존자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처벌이 죄책감입니다. 내가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가지 말라고 붙잡았더라면, 이 지긋지긋한 '만약에'라는 가정(假定)이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가슴팍을 짓누르며 숨도 쉴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에게는 잊혀지겠지만 당사자 가족들이 겪어야 할 후폭풍은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바뀌어도 잠잠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참사의 여파는 1차 피해자인 승객뿐 아니라 2차 피해자인 가족이나 목격자, 친구,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을 비롯해 3차 피해자인 구조대원과 응급의료팀에 이르기까지 충격의 파장이 넓고 강하게 지속되는 만큼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김현정 전문의는 "우선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얘기를 들어주고(들어주는 것이 위로다) 비난하지 말고, 비판하지 말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순수하게 그 사람이 느끼는 그대로 받아주고 공감하고 그러는 게 필요하다"면서 그 다음단계는 "적극적으로 대화하거나 행동하는 것으로 단원고를 찾아 헌화를 하고 오거나 게시판 같은데 비방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올리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과거의 각종 사고나 재난 등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안부전화를 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