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우리 엄마처럼"…작지만 위대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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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것 아니에요…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이에요"

경기 안산 중앙역 인근거리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수백 장의 편지를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기자

 

"큰 일 하는 거 아니죠. 전혀 큰 일 아니에요. 같이 서로...나누고 싶은 마음이죠"

투박하게 내 뱉은 한 마디였다.

안산에서 개인 택시를 하는 박윤배(57)씨는 장례식장을 찾는 유가족과 지인들의 이동을 돕는 무료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월요일 박 씨는 화성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아끼는 후배의 딸이 세월호 침몰로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딸을 잃은 후배의 아내는 충격에 뇌출혈로 쓰러졌다.

뉴스를 보며 마음만 졸였던 박 씨는 후배가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큰 일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그래도 택시 기사들이 안산 지역 지리도 잘 알고 하니까 장례식장이나 화장장 갈 때 조금이라도 도움 됐으면 하는 거죠 .어려울 때니까...같이 돕고자 해서 하는 겁니다“

장례식장에 참석해 박 씨는 영정사진을 보며 죄책감과 미안함이 몰려왔다고 전했다.

“어른들이 다 잘못이죠. 애들이 무슨 죄 있어요...생각하면 할수록 미어지죠. 아직도 (아이가) 눈에 선해요”

박 씨는 마지막까지 “필요할 때 아무 때나 연락하면 언제든 갈 수 있어요. 택시기사 모두 자발적으로 하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안산 개인택시 조합에)연락해서 무료로 이용하시면 돼요”라고 강조했다.

◈"특별한 것 아니에요.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이에요"

“아무 말 않더라도 그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유가족에겐 도움이 될거에요.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웃는 자와 함께 웃으라는 말씀 따라 함께 동참하러 온거죠.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상담사 A씨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심리치료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

안산지역 장례식장이나 학교 등에 마련된 상담테이블에서 세월호 침몰로 상처를 입은 유가족과 친구, 지역민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다.

“정말 많이들 우울해 하시고 힘들어 하세요. 죄책감에 많이 시달리시죠. '수학여행을 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후회, 아쉬움에 애통해 하는 분들 많아요. 그 분들한테 충분히 슬픔을 표출하고 토해낼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A씨는 상담사들을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곁을 지켜주는 엄마와 해수욕장을 지키는 세이프가드에 비유했다.

“아이들 놀 때, 그 근처에 앉아있고 지켜봐주는 것만으로 ‘우리 엄마 저기 계시네’ 생각하며 마음을 놓잖아요. 우리가 앉아만 있어도 ‘누군가 나를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 저희는 그것만으로 만족해요”

하루 왕복 4시간 거리를 마다 않고 봉사에 나서고 있는 A씨는 강릉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매일 안산을 찾는 동료 상담사나 지역 대학생들을 보며 오히려 더 힘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 "드러내지 않고 아낌 없이 도울 생각이에요"

안산 지역 교회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사고 발생 직후엔 봉사하고 싶은 마음만 크게 앞섰다. 무작정 진도에 가봤지만 행동으로 무언가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산제일교회 주철 목사는 “뭔가 답답한 마음을 토해내고 싶은데 우리가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밤을 새서라도 일 하면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조금이라도 편해질 것 같은데...진도에도 가보고 거기서 여기저기 뛰어다녀 보고 찾아다녀 봐도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더라구요”

그러다 눈을 돌려 안산에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게 됐다. 자식의 생환을 기다리며 진도에 가 있는 부모 대신 혼자 남아 집을 지키는 가족들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큰 일은 할 수 없고, 언니 · 오빠 ·형 · 동생 실종되면서 아이들 정신적 충격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혼자 있다보니 많이 외로운 것 같고 겁도 내고...컵라면으로 끼니 때우는 아이도 있어서 그 친구들 방문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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