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선사의 구조작업 혼선과 미흡한 대응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한국판 블로그인 '코리아 리얼타임'을 통해 한국 인터넷에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분노가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당국이 안전기준을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았다는 한국의 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면서 당국이 선박 한 척을 점검·검사하는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비난을 받았다면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가장 먼저 배에서 탈출한 선장과 무책임하게 대응한 선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준 국민 및 책임감 있게 대응하는 정부와 달리 비겁하게 의무를 다하지 않은 선사의 모습이 대조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포브스는 한국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공공분야는 국민의 요구에 책임감 있게 대응하고 있지만 기업은 개혁 저항 세력의 보루가 됐다면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 민주화가 쟁점이 됐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AP통신과 ABC방송 등은 인명 피해를 키운 선사의 무책임한 초기 대응을 집중적으로 조명했고 세월호 선장을 2012년 1월 좌초한 유람선을 버리고 도망가 구속된 이탈리아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선장과 비교했다.
영국과 일본 언론도 당국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이 크고 탑승객이 타고 남을 정도의 구명정이 있었지만 대부분 사용되지 않았다며 선사의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8일자 1면에 사고 소식을 보도하면서 제목으로 "생존 희망이 사라지면서 인재(人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대놓고 지적했다.
사고를 끝까지 수습했어야 할 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한데다 44개에 달하는 구명정이 거의 사용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선실안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학생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 수중 전문가를 인터뷰한 별도의 기사를 통해 추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선체에 있는 '에어포켓' 덕분에 상당수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에어포켓 내에 빽빽이 들어가 있을 사람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독성물질로 변화돼 구조장비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