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절친의 오열'…高3이 트윗에 필사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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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관련 소식' 전파 단원고 3학년 김민혁 군 트위터 "기적은 반드시 일어난다"

 

"발을 동동 구른다는 말이 있잖아요. 처음에 제가 그랬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가슴이 너무 아프고…"

침몰한 세월호에 타고 있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선배인 3학년 김민혁(17) 군. 김 군은 트위터를 통해 구조자 및 실종자 명단과 구조작업 진행 상황 등, 사고 관련 모든 이슈를 실시간으로 리트윗하고 있다.

김 군의 팔로워는 지금 3만여 명. 단원고 재학생으로서 사고와 관련한 학교 상황을 카카오톡이나 트위터로 간단히 전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트윗 활동이 일파만파 퍼졌다.

김 군의 트위터 계정 '기적을 바라는 단원고의 3학년 김민혁'(@Medrowdia)에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보낼 생필품을 어느 주소로 보내면 좋을까요?', '최종 보고로 사망자 28명, 실종자 274명…', '단원고 2-2반 박00학생 생존자 명단에 있는지 RT 부탁 드려요' 등의 트윗이 초 단위로 리트윗되고 있다.

◈ "작은 일인데 너무 커져서 당혹스러워"

"작은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없어 하고 있는 것뿐인데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요"

처음 시작은 같은 학교 친구가 '동생이 그 배에 있다'면서 오열하는 모습을 본 뒤였다. 강해 보이던 친구가 우는 모습에 크게 당황했다.

그 직후 아는 선배가 '은사님이 단원고로 전근 가셔서 2학년부에 계시는데 혹시 그 배에 탔는지 아느냐'고 물어왔다. 선배의 은사는 실종 상태였다.

사촌 동생의 친구 40여 명도 모두 함께 세월호에 올라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계속 고민이 됐다.

지금 김 군이 트위터를 통해 하고 있는 일은 '실종 학생을 찾아달라'는 내용의 글을 리트윗하고, 진도 현장에서 실종자 및 구조자 소식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연결해주는 것 등이다.

김 군의 트위터가 알려지면서 김 군에게 소식을 전해주겠다며 도움을 자청한 사람들도 많아졌다. 김 군의 트위터처럼 '생존자 파악 트위터'나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트위터' 및 각종 사고 일지를 보고서 형태로 정리하는 트위터 등 도움이 되는 이야기나 정보를 정리해 올리는 계정들이 잇달아 만들어지고 있다.

김 군은 "팔로워가 너무 많아져서 당혹스럽기도 했다"면서 "SNS에서 단원고 재학생으로서 아는 만큼만 질문에 답하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마음에 시작한 작은 행동일 뿐"이라고 말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피해 가족들이 진위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생존자 명단' 메시지를 확인한 후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 "후배와 선생님들 모두 살아 돌아오기만 바랄 뿐"

"'고3인데 공부 안 하고 왜 이런 일 하느냐'부터 '실종자 중에 가족도 없으면서 네가 관계자냐'는 핀잔도 듣고…"

김 군의 트위터가 알려지다 보니 의도치 않게 억측이나 안 좋은 소문도 돌았다. 언론으로부터 호기심 어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 군과 마음을 같이 하는 친구들은 '기운 내자'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

"모두 제 친구의 동생, 아는 형의 은사님, 여자친구, 남자친구잖아요. 정말 많은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들인데…"

한편 구조 작업은 난항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발생 사흘 만에 선체에 공기를 주입하고 특수구조단이 겨우 선체에 진입했지만, 그 사이에 28명의 사망자가 발견됐다.

뿐만 아니라 18일 오후에는 단원고 교감 강 모(52) 씨가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 힘이 벅차다"면서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두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로워져 있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면 사망자 명단을 써 놓은 종이와 빈소 안내 종이가 붙어 있는데, 학교에 갈 때마다 명단 끝에 펜글씨로 새로운 이름이 적히는 걸 보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어떤 친구는 '아예 저 종이를 붙여놓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단원고 학생들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마음을 모으고 있다. 한 후배가 2학년 교무실과 교실에 무사 기원을 간절히 기도하는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기적을 바라는 마음' 수백, 수천 장이 모였고 매일 저녁 촛불문화제도 열리고 있다. '

김 군 역시 마지막 한 명이 구조될 그 순간까지 지금 하고 있는 '작은 행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실제로 학교에서 매일 봉사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많은 분이 현실에서 하는 것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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