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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고2 딸의 질문…"아빠, 왜 배에 못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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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전과 마찬가지로 '기적'만 바라는 해난 구조작업

침몰된 세월호 여객선 피해 가족 (사진=윤성호 기자)

 

1993년 10월 10일 오전 10시 10분, 서해 페리호가 전북 부안 위도 앞바다에서 침몰해 292명이 사망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2014년. '잔인한 달' 4월에 우리는 다시 한번 서해 페리호 사망자수와 비슷한 규모의 실종자가 발생한 해상 여객선 침몰사고를 목도하고 있다.

선수 아래 차디차고 어두컴컴한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배안에 우리의 꽃다운 아들.딸들이 사흘째 갇혀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군인과 잠수사. 구조대가 나섰지만 어제 하루 내내 찾아낸 것은 시신 19구일뿐이다.

그나마 선체로 진입할 방도를 찾지 못했고 모두 수면 위로 떠오른 사체를 인양했을 뿐이다.

그저 바다 수면 위 고래 지느러미처럼 뾰족하게 나와 있는 '세월호' 선수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그 선수를 바라보며 배에 갇힌 친구들이 엄마.할머니에게 보낸 카톡 문자를 읽으며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을 뿐이다.

대형 크레인 '설악호'. 2천톤급 설악호는 서해 페리호 사건 때도 등장했다. 당시에도 선박 인양을 위해 '두달 걸린다. 세달 걸린다'는 분석과 추론이 난무했다.

21년이 지난 오늘, 우리 현실은 어떤가? '무게 1만톤이 넘는 여객선이어서 서해 페리호때보다 '인양이 더 어럽다. 어렵지 않다' 라는 분석과 추론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귀가 닳도록 들은 말들이다. 어쩌면 그때와 똑같은 판박이일까? 기시착오란 말인가?

인간은 자연앞에 무력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21년 전 대형 해상사고의 교훈을 '추억과 사고'로만 기억하고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준비하지 않은 사고의 '역습'을 받는 것일까?

기자는 입사하자마자 서해 페리호 사건을 첫 대형사건으로 경험했다. 대형크레인 설악호에도 올랐고 전북 군산 공설운동장에 인양한 사체가 즐비한 그날의 기억은 오늘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날 해 저물어 불던 바닷바람은 정말 스산했다. 형제자매를 '죽음'으로 맞이한 유가족들의 통곡소리가 먹구름처럼 몰려왔고 무거웠다.

'빠른 조류, 높은 파도, 캄캄한 시계'에 가로 막혀 구조작업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헌신적 구조에 나선 분들의 어려움과 안타까움은 형용하기 어렵다. "아이를 살려주세요"라고 실종자 가족들이 대통령에게 애원했지만, 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할 뿐이다.

우리는 지난 21년간 엄청난 성장을 이루며 발전을 해왔다. 세계 첨단제품 수출의 최강자 중 하나이고 세계 10대 무역국이 됐다. 비록 1인당 국민총소득(GNP)이 최상위 선진국들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버겁지만 정부는 '자부심'을 가지라고 권해왔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내적 자부심을 키우기 위해 '국민의 안전'이라는 화두를 갖고 취임했다. 2013년 3월 23일 이런 사고를 예상했는지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라고 바꿨다.

그런데 '안전'의 필요성은 절감했지만 안전을 지킬 구체적 방도는 준비되지 않았다.

침몰 여객선 실종자 구조 작업 (사진=윤성호 기자)

 

'빠른 조류, 높은 파도, 캄캄한 시계'는 21년 사고당시에도 있었다. 바다는 늘 사납다. 잔잔한 바다 날씨는 간간히 오는 행운 일뿐이다.

1993년 서해 페리호, 2010년 천안함 침몰 같은 대형 해상사고를 겪었지만 우리는 지난 21년간 '빠른 조류 높은 파도 캄캄한 시계'로부터 늘 절망해야 했다. 그 변명은 일부분 옳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왔는가?

보도에 따르면 첫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 구조선과 헬리콥터는 구조를 위한 어떤 효율적인 장비도 갖추지 못했다. 신고를 받고 그냥 달려갔다.

그것으로 족했다. 배 밖으로 나온 사람만 겨우 구했다. 배가 전복되기 전 1시간, 아니 30분은 구조작업의 성패를 가르는 시간이다.

이번 사고는 배 전복시 선내에서 선장이 적절한 퇴선을 유도하지 않았고 배 밖에서는 구조다운 구조도 제대로 한번 못해 실종자가 크게 늘어난 '복합적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구조선은 배 안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고 손을 쓸 수 없었다. 해난사고 발생 시 한사람의 희생자라도 구할 수 있도록 한계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구조장비와 대처 요령은 습득 되지 못했다. 기적만 바라는 것은 21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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