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농협 임직원들이 양파 소비촉진을 위해 소주에 양파를 넣어 마시는 '양주' 캠페인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회식자리에서 양파 소주를 마시는 충북농협 직원들. 사진제공=충북농협
지난 11일 저녁 퇴근시간이 지난 시각, 농협중앙회 건물 뒤편의 골목길 작은 식당에는 한눈에 봐도 농협직원임을 알 수 있는 30대 남녀 4명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들은 식당에 들어와서는 곧바로 삼겹살에 양주 2병을 주문해 나눠 마셨다.
요즘 전국의 농협 직원들은 이들처럼 '양주'로 고된 하루의 스트레스를 푼다. 삼겹살이나 닭갈비, 오리 주물럭 안주에 양주 한 잔이면 족하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닭갈비에 양주라니, 웃음이 절로난다. 하지만 양주가 틀림없이 맞다. 양파와 소주가 만나면 이른바 '농협 양주'가 되는 것이다.
◈ 풍년의 역설...'겨울양파 대풍, 가격 폭락'
농협 직원들이 주전자에 소주와 양파를 섞어 소위 '양주'를 만들어마시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가격 폭락으로 시름에 잠겨있는 양파 농가들을 돕기 위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18일 '양파 심각단계'를 발령했다.
현재 전국의 양파 재고물량은 5만6000톤에 달한다. 전 국민이 한달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양파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kg당 도매가격이 558원(3월 평균)으로 평년의 1099원 보다 49%나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겨울양파 재배면적이 지난해 보다 12%나 증가한데다 작황까지 좋아 풍작을 이루면서 재고물량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농협은 144만7000톤에 이르는 겨울양파 생산물량이 4월말부터 본격 출하되면 양파 가격은 더욱 하락해 양파 재배 농민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양파 소비를 위한 '양파+소주=양주'
농협 직원들은 요즘 속이 타들어 간다. AI 탓에 줄어든 닭과 오리 소비가 겨우 회복되는가 싶었더니, 이번에는 양파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전국 5만 양파재배 농가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는 묘안이 필요했다. 농협은 요즘 '어니언 드림'과 '양파 타임머신' 운동을 벌이고 있다.
양파의 주 소비층인 3045세대가 젊음에 관심이 많다는데 착안해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 양파 소비를 통해 20대 젊음을 되찾자는 취지이다.
'아침에는 양파 즙 한잔, 저녁에는 양주 한잔'이 캠페인 슬로건이 될 정도이다.
농협은 지난달 22일에는 서울 청계산에서 등산객에게 양파즙 50만 개를 나눠주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양파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생 양파 보다는 양파 즙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생 양파는 1주일에 2.4㎏까지 소비가 가능하지만 양파즙은 24㎏까지 소비할 수 있다.
농협 충북본부의 마낙영 지점장은 "아침에 양파즙으로 속을 든든하게 한 뒤에 저녁에 양주를 마시면 속이 얼마나 편하지 모른다"며 "처음에는 양파 소비촉진 캠페인에 마지못해 참가했던 직원들도 이제는 양파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고 말했다.
◈ 농협중앙회 "양파 수매 확대 계획"
농협중앙회가 양파 수급조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은 지난해 양파 계약재배 사업물량 19만8000톤을 수매한 데 이어 올해 수매물량을 28만5000톤으로 지난해 보다 44%나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2014년 양파 유통협약'을 통해 조생 양파 1만5000톤을 자율감축하거나 산지 폐기처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만생 양파 4만2000톤은 수매와 비축, 자율감축을 통해 공급을 조절해 나갈 계획이다.
이달 14일부터 10일 동안 전국 33개 도시 157개 전국 농·축협 하나로마트에서 양파, 마늘 등 채소류에 대한 소비촉진 행사를 실시한다.
이번 행사에서 양파와 깐마늘 등 주요 농산물을 50% 내외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농협중앙회 이상욱 경제사업 대표는 "양파는 피를 맑게하고 소화기능 개선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파 농민들을 돕기 위해서도 소비촉진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