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여자들을 죽이면 휴대전화 대리점을 차려주겠다"
김모(36)씨는 빚 독촉을 하는 여성 두 명을 살해할 마음을 먹고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 2명에게 "내가 너희들 인생을 평생 책임져 주겠다"고 꼬드겼다.
30일 오후 11시 전남 곡성군 석곡면의 모 저수지 낚시터에서 김씨는 그렇게 꼬드긴 박모(25)씨와 류모(25)씨와 함께 빚을 받으러 찾아온 여성 두 명을 둔기로 내려쳐 기절시키고 목 졸라 살해했다.
김씨는 살해한 여성 A(42·여)씨와 B(39·여)에게도 꾸준히 꼬임을 했다.
2년 전인 지난 2012년 김모(36)씨는 천안 지역에 사는 A씨를 지인 소개로 만났다.
무직이지만 중개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씨는 중국에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아 가로챘다.
A씨의 지인과 가족들은 "김씨가 약 1억 원에 걸친 돈을 빌려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의 행동은 여러모로 의심스러웠다. 자꾸 돈을 계속 요구할 뿐 중국 내에 목조사업 등에 대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빌리고 조금씩 갚아가는 행태를 계속하는 사이 김씨가 A씨에게 빌린 돈은 쌓여만 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의심을 품고 김씨에게 빚을 독촉하기 시작했다.
이에 김씨는 "중국에 사실 좋은 사업아이템이 있다"며 두 여성과 함께 지난달 24일 중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김씨의 말과는 달리 별다른 돈벌이를 찾지도 못한 A씨는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하루만에 귀국했다.
김씨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A씨는 빌려준 돈을 한꺼번에 되찾기 위해 지난달 29일 친구인 B씨를 데리고 광주로 향했다.
첫날은 간단히 차 한 잔 마시고 헤어진 이들은 30일 오후 7시 김씨의 연락으로 다시 만났다.
김씨는 A씨 일행에게 "곡성으로 밤낚시나 하러 가자"고 유인, 렌터카를 빌려 타고 후배인 박씨 등을 데리고 출발했다.
밤낚시를 하는 척하던 김씨 일당은 A씨 일행을 둔기로 쳐 기절시키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트렁크에 싣고 곡성에서 광주로, 다시 광주에서 무안지역으로 수십 ㎞ 이동했다.
이어 각각 가방 속에 담은 A씨와 B씨의 시신을 무안지역의 한 다리 위에서 영산강으로 던져 버렸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지난 7일 김씨 일당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하자 김씨 일행은 미리 맞춘 말들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시간 장소 등에서 미묘하게 서로 진술이 다른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A씨의 휴대전화 발신위치가 마지막을 끊긴 곡성의 저수지 주변을 집중수색하던 경찰은 범행에 쓰인 피묻은 장갑을 발견했고, 김씨 일당이 빌린 렌터카에서 미세한 혈흔을 찾아냈다.
그러나 주범 김씨는 낌새를 알아채고 12일부터 휴대전화 끄고 잠적했다.
경찰은 이미 붙잡은 박씨와 류씨를 조사하는 한편 주범인 김씨를 뒤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