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접경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분리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크림사태 재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경고하는 동시에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추진키로 하는 등 외교적 해결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 도네츠크·하리코프 친러 시위대 독립 선언 = 러시아 동부 도네츠크 주정부 청사를 점거한 친러 시위대는 7일(현지시간) 공화국 건설을 선언하고 5월 11일 이전에 분리 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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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코프에서도 주정부 청사를 장악한 시위대 100여명이 공화국 창설을 선포했다.
이들은 또 다른 동부 도시 루간스크의 친러 시위대와도 입장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동부 3개 지역 친러 시위대는 청사에 러시아 국기를 내걸고 '러시아'를 구호로 외쳤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했다.
분리 독립 운동이 벌어지는 이들 3개 도시는 러시아어 사용 지역으로 인구가 1천만명(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4천600만명)에 달하고 산업생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 우크라 강경 대응…러, 무력사용 자제 경고 = 우크라이나는 이들 지역에 치안 병력을 충원 배치하는 등 강경대응 태세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분리주의와 무력 사용은 정치가 아닌 범죄"라면서 대(對)테러 작전 차원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법기관 관계자는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정부가 폭동 진압을 위해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원들로 위장한 미국 용병부대 '블랙워터'(Blackwater) 대원 등 전투부대를 투입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국경을 넘어 군대를 보낼 상황을 만들려고 배후에서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이같은 의혹을 반박하면서 정당한 주장을 하는 동부 지역 주민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가스 대금 변제 시한이 지나면서 가스공급 중단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 미국, 추가제재 경고…4자회담도 추진 =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진입을 시도할 경우 추가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니 대변인은 또 친러 시위대 일부가 지역 주민이 아니라 고용된 용역이라는 강한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외교적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 러시아, EU,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4자 협상을 10일 내 개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총장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상황에 깊은 염려를 표하고 긴장 해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