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장수 국가안보실 실장, 남재준 국정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자료사진)
대통령의 군 출신 요직 기용, 과연 성과가 있는 것일까?
청와대의 김장수, 국정원의 남재준, 국방부의 김관진이라는 4성 장군에 군 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들로 국가안보의 삼두체제를 갖췄으나 그 효과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청와대 진용과 내각을 구성할 때 군 출신들만으로 국가안보의 사령탑을 구축하자 여권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대북정보와 군 작전력뿐만 아니라 대외정세에다 정무적 감각을 갖춘 비군인 출신 한 명 정도 청와대나 국정원의 핵심 자리에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의 외교 안보 국방사령탑에 김장수 전 국방장관을, 국정원장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국방장관에 김관진 장관을 유임시키자 북한에서 돌발 사태가 나거나 한·미·일·중 간의 외교적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일처리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당시에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장수, 남재준, 김관진이 훌륭한 군인인 것은 맞지만 국가안보와 국방을 책임지고 일을 처리하기에는 좀 부족한 것 같다. 훌륭한 조합이 아닌 것 같다. 모든 사안을 북한과 대결로만 바라보지 않을까요"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 외교안보사령탑을 김장수 실장에게 맡기고, 국정원을 남재준 원장에게, 국방부를 김관진 장관에게 넘긴다면 이는 북한에 강경함을 내보이는 메시지는 줄 수 있으나 준 전시상황에 대처하는 진용이라고 봐야 한다"며 "뭔가 좀 아쉽다"고 말했다.
박근혜 당시 당선자를 가까이서 보필하던 한 관계자는 "군 출신들을 대거 중용한 이유를 잘 모른다. 대통령의 의중에 들어 있던 사람들 아니겠냐"며 이들 3인방 기용이 전적으로 대통령의 뜻임을 내비쳤다.
김장수, 김관진, 남재준의 삼두체제는 1년이 지나자 말썽을 일으켰다.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 (사진=국방부 제공)
북한의 무인 항공기가 대한민국의 중심추 청와대 상공을 휘저으며 삼두체제의 역량을 제대로 시험했다.
무인 항공기가 청와대 상공에서 대통령의 관저까지도 너무도 상세한 사진을 촬영하고 사라질 때까지 청와대 경호실과 국방부는 뭘 했는가?
북한이 김장수 실장의 집무실 상공을 촬영한 것이다. 알았다면 섬뜩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국방부와 경찰의 철통같은 경호를 받는 구역이다.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에는 최전방과 똑같은 철조망이 2겹으로 둘러쳐져 있으며 심하게 말하면 개미새끼 한 마리도 이동하기 힘들 정도로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야간에는 최전방 GP나 DMZ처럼 물샐틈없는 경계근무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군데군데에서 총을 들고 주간 근무를 서고 있는 군인들을 볼 수 있다.
또 청와대 상공을 감시하는 군 부대 기지와 초소도 있다.
그들은 가로 2m, 세로 1m의 무인기가 하늘에서 촬영을 하는데도 육안으로는 발견하지 못했다. 주간 경계를 소홀히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발칸포. (사진=대한민국 국군 플리커 화면 캡처)
지난 2011년 수도권 방공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수도방위사령부 예하에 제1방공여단을 창설했으며 이 부대는 저고도 대공방어를 위해 천마 단거리 대공유도무기와 20㎜ 벌컨포, 35㎜ 오리콘 대공포, 미스트랄 단거리 대공미사일 등을 갖추고 있다.
서울 도심의 고층빌딩 등에는 비행이 허가되지 않은 저고도 비행체를 요격하기 위한 소규모 방공부대가 배치되어 있다.
모든 항공기는 사전 비행허가를 받지 않고 청와대 부근에 진입할 수 없어 경고사격 또는 경고 없이 격파 사격이 가능하다.
제1방공여단은 수도권에 다수의 방공 레이더를 중첩해서 운용하기 때문에 이번에 파주에 추락한 소형 무인기라도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무인기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이동경로를 몰랐다는 국방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만 청와대 경호실(박흥렬 실장)과 경호실의 지휘를 받는 수방사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과 경기 북부지역을 수차례 비행했는데도 방공 레이더망으로 포착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가 대남 도발을 주도하고 있는 북한 정찰국 소속이며 청와대 촬영 사진이 구글어스 사진보다 선명하다는 등의 속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방공망에 구멍이 뚫릴 때까지 뭘 했느냐? 문책을 피하려 은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파주에 추락한 무인 항공기가 대남 도발을 위한 북한제일 가능성이 농후했는데도 처음엔 사제, 민간용인 것 같다고 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파주에서 북한 무인기가 발견되자 "민간업체 무인기이고 북한의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월 2일 백령도에서 무인 항공기가 추락하자 "북한식 표현인 날자(우리는 날짜)가 쓰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낙하산 착륙 방식 등도 북한 소행을 의심케 한다"며 그때부터 대공 용의점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조사 결과를 청와대에 늑장 보고했다.
청와대가 지난 2일 저녁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어 무인 항공기 대책을 두고 세시간여동안 회의를 열었는데 이는 무려 9일이나 지난 뒤였다.
청와대의 뒷북 대응은 군과 국정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추락 무인기에 대한 판단을 지체해 늑장 보고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군사행동과 무기 등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국방부와 국정원 몫이다.
군 출신인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관진 장관의 능력이 발휘됐어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청와대 등에서 193장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드러나 수도권 상공의 공역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났는데도 국방부와 국정원은 북 무인기를 은폐했거나, 아니면 판단을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
방공망이 뚫린데 대한 비판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 국정원은 안보 구멍과 함께 은폐 축소 의혹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할 차례다.
김장수, 남재준, 김관진의 대한민국의 국방·안보 삼각편대 편성이 아쉽다는 1년여 전 우려가 현실화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