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영 목사
"알코올 중독자나 정신질환자는 인생이 본인의 의지대로 안되는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가장 큰 병은 사람과 관계, 세상과 관계를 스스로를 단절시키고 있는 점입니다."
17일 오후 6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있는 ''석산 정신과(원장 김용희)''
직장이나 가정문제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나 질환을 앓고 있는 주부와 직장인, 청소년 등이 상담진료를 받기 위해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석산 정신과에서 원내처방을 받은 사람은 줄잡아 하루 평균 15명. 현대병인 스트레스나 불면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병원 한 켠에서 상담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 가운데, 환자는 아닌 듯 보이는 한 남자가 성경책과 찬송가를 들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 병원 김승태 원무과장은 매주 목요일 6시30분이면 이곳을 방문, 입원 환자들을 위해 복음을 전해주는 서울 목동 지구촌선교교회 오수영(48) 목사라고 소개했다.
외래 진료실 외에 의원 내에는 알코올중독이나 정신병을 앓고 있어 중·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20~60대 입원 환자들을 위해 정신병동이 마련됐고, 오 목사는 요양·치료중인 환자들을 위해 주님의 말씀인 ''복음''을 전파하고 있었다.
오수영 목사2
입원 환자들은 오 목사를 반갑게 맞이하려는 듯 병동내에 의자 등을 모아놓고 작은 간이예배당을 마련한 뒤 예배 준비에 한창이었다.
"요한복음 14장6절 말씀입니다. 자 다같이 소리내서 읽겠습니다. ''내가 곧 진리요 길이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그렇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중보입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은 우리 죄 때문입니다."
오 목사의 설교가 시작되자 환자들은 "아멘~", "주여", "할렐루야"로 화답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새삶을 갈망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입원 환자들 모두가 오 목사를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40여명의 입원 환자 중 예배참가는 10여명 뿐이고 나머지는 바둑이나 종이로 만든 화투놀이, 독서 등을 하며 오 목사의 설교에 무관심했다.
그러나 오 목사는 낙심하지 않았다.
"고통을 극복할 수는 없어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는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나쁜 습관은 운명처럼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행한 우리 죄와 허물을 철저하게 회개하고 주님의 십자가를 통해 구원받고 예비된 생명의 면류관과 의의 면류관을 차지해 하늘의 영광 가운데 함께 해야합니다."
오 목사가 이곳 정신병동 환자들을 위해 복음을 전하게 된 사연도 기막혔다.
정신병을 앓아온 처남이 경기도 양평의 모 기도원에서 요양해왔으나 차도가 없자 얼마전 이곳 석산 정신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된 것이 인연이 돼 복음을 전하게 된 것.
오수영 목사3
더욱이 그는 목사 초임 시절부터 무속인들을 많이 만나 복음을 전파하고 주님을 영접하도록 하는 등 정신병동뿐 아니라 점집 등을 전전하며 복음을 전한 ''괴짜'' 목사였다.
"대대수의 무속인은 목사를 만나면 ''점쾌가 나오지 않는다'' ''재수없다''라며 피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정신적, 영적인 문제가 있게 마련입니다. 서울 목동의 한 무속인은 교회문을 부수고 난동을 부린 적도 있지만 결국 주님을 영접하는 ''어린양''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오 목사가 정신병동을 나서려하자 환자들은 일일이 오 목사의 손을 잡고 끌어안으며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이곳 병동 사람들이 구원받길 기도합니다. 병원의 과학적인 회복·치유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을 평온한 구원의 세계로 인도하는 일입니다."
"목회자로서 신자와 불신자가 없고 오히려 정신병동에서 복음을 전파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오 목사.
그의 복음이 세상과 단절을 자초한 병동 사람들에게 구원과 희망의 촉매제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