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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 조승희는 미국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한국영화 ''올드보이''를 닮으려 한 것이 아니라 미국 학교의 대표적인 총기난사사건인 콜럼바인 사건 범인들의 범행을 모방한 것으로 결론나고 있다.
조승희는 미 NBC 방송 앞으로 보낸 글과 사진, 육성 동영상에서 ''에릭과 딜런 같은 순교자들(martyrs like Eric and Dylan)''이라며 콜럼바인을 두 번씩이나 언급했다.
조승희가 동영상 비디오에서 검은 티셔츠를 입고 화면을 향해 부자들에 대해 저주를 퍼붓고 자신이 이런 짓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이는 장면은 13명을 살해하고 자신들도 자살한 콜럼바인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의 범인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의 그 모습 그대로다.
미 NBC 방송은 19일 아침 7시 ''투데이'' 프로그램에서 에릭과 딜런이 콜럼바인 사건 당시에 카메라 앞에서 미국의 타락한 사회를 향해 퍼붓는 독설 장면을 거듭 방영했다.
조승희가 벤츠와 보석을 언급하며 부자들을 저주하는 모습과 거의 똑같다. 이 방송은 조승희가 ''콜럼바인'' 사건의 범인들과 자신을 동일시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가 범행을 저지른 날은 콜럼바인 사건 발생일 20일과 나흘밖에 차이가 안나고 콜럼바인 사건이 자주 언론에 등장해 콜럼바인 사건이 조승희의 범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이 미 AP 통신의 분석이다.
미 워싱턴 포스트지도 이날 콜럼바인 사건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콜럼바인 사건을 떠올려 조승희의 버지니아 총기난사사건과 에릭과 딜런의 콜럼비아 사건의 유사성을 제기했다.
조승희가 미국인의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한 콜럼바인 사건을 거론한 것은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고 자신을 에릭과 딜런과 동일시함으로써 순교자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콜로라도 대학의 폭력 예방과 연구센터의 빌 우드워드 소장은 "조승희 사건과 콜럼바인 사건과는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모방범죄라고 말했다.
콜럼바인 사건이란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주의 덴버시 근처 제퍼슨 카운티에 있는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에릭과 딜런이라는 10대 학생이 동료 학생들을 지하실에 감금한 뒤 학생 12명과 교사 1명 등 모두 13명을 무참히 총살한 사건이다.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은 조승희의 버지니아공대 학살사건과 텍사스 대학교 총기난사사건(16명 사망)에 이어 미국에서 일어난 3번째 대형 총기난사사건이다.
반면에 조승희가 보낸 사진 중에서 한국영화 ''올드보이''의 광고 포스터와 비슷한 사진은 장도리를 든 사진 단 한 장이다.
그런데도 미 CNN과 ABC, 폭스 방송, 뉴욕타임스 등은 조승희의 장도리 사진과 한국영화 ''올드보이''의 배우 최민식씨의 장도리 포스터와 흡사하다며 관련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마치 조승희가 ''올드보이''가 되려고 했다는 뉘앙스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