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그늘에서 무조건 누워 자고 있는 그리스인 (아테네=김한규 명예기자)
그리스의 여름에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낮에 돌아 다니면 어리둥절 할지 모른다.
그리스인들은 한낮인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 상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낮잠을 즐기기 때문이다.
하물며, 관공서에서도 그렇다고 하니,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복장이 터질 수 밖에 없다. 한참 바쁘게 일해야 하는 시간에 낮잠을 즐기다니 우리의 사고 방식으로는 이해가 안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그리스에 있으면서 나는 그들의 이유 있는 낮잠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하늘 우러러 구름 한 점 없는 살인적인 땡볕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가을 하늘의 푸르른 그것과 같은 하늘이 여름 내내 지속되는 것이다. 희뿌연 서울 하늘이 싫어 그리스의 이국적인 하늘을 보고 싶은 이들은 그리스로 오라.
그렇지만 푸르른 가을 하늘의 대가를 얻는 대신에 두터운 썬크림과 짙은 선글라스 그리고 창이 넓은 모자로 중무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거처하는 민박집에 같이 투숙하는 한 한국인 관광객은 그리스인과 자정에 저녁 약속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매우 의아해 했지만, 그 시간 식당에는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를 관광하면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을 전혀 개의치 않고 죽은 듯이 배를 들어내 놓고 낮잠을 즐기는 개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어른들이 보신다면, 혀를 차시며 ''''개 팔자가 상팔자여~!'''' 라고 말씀하실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여기 그리스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일 것이다. 시내 거리 곳곳에 벌러덩 드러누워 있는 개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들의 주인들도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과는 이른 아침과 해가 지는 무렵, 하루 2번에 걸쳐 시작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에게 ''''시에스타''''는 매우 중요한 것이며, 혹여 잘 모르는 이방인이 이것을 방해한다면 그들은 진실로 사과의 의미를 전달해야만 할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시에스타는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기 위한 ''''힘의 원천''''인 것이다.
처음 그리스에 와서 이러한 얘기를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 하였지만,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어느 새 우리도 오후 2시가 지나면, 옆 사람의 모습에서 시간이 되었다는 신호를 발견하니 말이다.
일정이 마무리 되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면 분명 이 시에스타가 너무나 그리울 것이다. 어쩌면, 사무실 안에서 상사의 눈을 피해 그리스의 푸르른 하늘을 꿈꾸며 그것을 즐기는 달콤한 상상을 해본다.

(아테네=김한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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