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몽준 의원, 이혜훈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김황식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작심하고 '양자경선'을 요구하면서 서울시장 후보경선 방식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정몽준·이혜훈·김황식으로 3배수 압축된 예비후보들에 대한 당의 '2배수 2차 컷오프' 검토와 맞물리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2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쟁력 있는 두 사람이 1대 1로 집중토론을 하는 게 경쟁력 있는 후보선출 과정이다. 2자대결 구도가 더 원칙에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에서 정하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지, 다른 사람이 반발한다는 이유만으로 원칙이나 기준을 흔들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만 냈던 김 전 총리가 경쟁자 한명을 떨궈내 양자경선을 해야 한다고 공개 요구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김 전 총리는 별도로 기자들을 만나서 "솔직히 제일 강력한 후보 두 사람 사이에서 최종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많다. 제 3자가 끼어들어가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선 토론의 분위기를 흐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정 경쟁자를 '끼어들어 분위기나 흐릴 취약한 후보'로 규정한 셈이다.
특히 김 전 총리는 CBS 인터뷰에서 "박심(朴心)이 나에게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던 많은 분들이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류'와의 교감을 강조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5일 서울시장 예비후보 6명에서 3명으로 컷오프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정몽준·이혜훈·김황식 예비후보에 대해 정밀 여론조사를 거쳐 2차 컷오프 여부를 정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히면서, 3자경선이 아닌 양자경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같은 당의 방침과 김 전 총리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는 양상을 보이자 경쟁자들은 물론, 당 지도부마저 반발하는 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특정 후보를 도와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며 "이제 경선을 시작하는데 자살골을 자꾸 만들려고 하는 것이고, 이런 사태를 일으킨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전날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에서 "원래 3~5배수로 컷오프를 한다고 했는데 3 이하로 줄인다는 것은 원칙을 뒤집는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고 싶은 그런 분이 주도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컷오프는 예비후보 숫자가 너무 많아 물리적으로 곤란할 때나 실시하는 것이고, 과거 대선 경선 때도 상위 2명 말고 지지율 한자리 수 주자들을 자르지 않았다"며 "특정 후보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어떤 구실을 대더라도 평지풍파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