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자료사진)
검찰이 일당 5억원 황제노역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해 노역장 유치 집행을 정지하고 벌금을 강제 환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허 전 회장이 자진 납부 의사를 밝히면서 결과가 주목된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지난 26일 오후 광주교도소에서 노역중이던 허 전 회장을 소환해 5시간 넘게 조사를 벌였다.
허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돈을 마련해 미납 벌금을 모두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허 전 회장은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5일동안 노역을 한 것으로 인정돼 하루 일당 5억원씩 25억원의 벌금을 탕감받고 과거 긴급체포 됐던 1일도 노역장 유치 기간에 포함돼 벌금 254억원 가운데 224억원이 남아 있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지인이나 가족 등의 협조를 얻어 남은 벌금 224억원을 납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6일 지역 원로 등으로부터의 의견 수렴과 관련 법리 검토 등을 거쳐 허 전 회장에 대한 노역장 유치 집행을 정지시켰다.
허 전 회장의 황제노역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하루 5억원씩의 벌금이 납부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노역장 유치집행도 형 집행 관련 규정을 준용하고 있고 형집행정지 사유 중 '임의적 형집행정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또 벌금은 강제집행 대상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조속히 벌금을 자진 납부할 수 있도록 벌금을 강제집행할 수 있도록 은닉재산 파악 등 필요한 모든 조치도 취할 방침이다.
늑장 납부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허 전 회장의 벌금 납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찰과 국세청은 최근 허 전 회장 소유 부동산 10여곳과 그림을 포함한 비술품 1백여점 등을 압수해 공매 절차를 밟고 있다.
공매를 통해 마련된 돈은 허 전 회장의 체납 세금(국세 123억, 지방세 24억원)에 먼저 충당돼 벌금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이에 따라 검찰과 세무 당국이 이미 확보한 허 전 회장에 대한 채권 공매 절차 진행하더라도 미납 벌금을 해결하는데 부족할 가능성도 있어 당국이 허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은 수십억원대 공사비 미지급 사건 등 허 전 회장의 연루 가능성이 있는 추가 범죄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결정적인 비리 혐의는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상대 정부와의 공조 등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리는 등 해외 재산 추적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허 전 회장이 빠른 시일 안에 벌금 224억원을 자진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뒤늦게 나마 전방위적인 은닉재산 파악과 수사로 성과를 내야하는 검찰과 세무 당국의 몫이 됐다.
이에 앞서 허 전 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으로 감형된 뒤 2011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뉴질랜드로 도피해 수배를 받아왔다.
노역 일당은 1심에서 2억 5천만원, 항소심에서는 두 배인 5억원으로 선고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허 전 회장은 지난 22일 자진 귀국한 뒤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지만 '노역 일당 5억원'으로 벌금 249억원을 모두 탕감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법부와 허 전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