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공소시효, 증거보관 시스템 못 갖추는 이유
- 영국은 19세기 잭더리퍼 사건도 공식적으로는 아직 수사중
- 반인륜범죄, 국가권력의 범죄는 공소시효 폐지해야 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3월 25일 (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관련 포스터. (배영식 대구시장 예비후보 블로그 캡처)
◇ 정관용> 초등학생 5명이 산에 개구리를 잡으러 갔다가 실종 됐던 일명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1991년에 일어났던 사건이고요. 11년 만인 2002년에 주검으로 발견돼서 모두가 안타까워했습니다. 범인은 지금도 잡히고 있지 않고요. 내일이 바로 사건 발생한 지 꼭 23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이런 미해결 강력사건, 공소시효 폐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시 확산되고 있는 공소시효 폐지논란 먼저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 교수의 도움 말씀을 들어봅니다. 표 교수님 안녕하세요.
◆ 표창원>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91년에 있었던 사건이죠. 우선 너무 오래된 일이나 간략히 정리해 주시겠어요, 이 사건?
◆ 표창원> 91년 당시에 초등학교에 다니던 학생들 5명이 산으로 올라갔죠. 주변의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는 말을 남겼고요. 그런데 기사에 보도되면서 그것이 개구리 잡으러 간다라고 전해지는 바람에 개구리 소년이라는 별칭이 붙었고요. 그런데 산으로 올라가서 실종이 되었고요. 아이들이 실종되었기 때문에 부모님하고 그 동네 마을분들하고 전부 찾아 나섰지만 결국 못 찾았고 경찰, 예비군 다 동원돼도 못 찾았죠.
◇ 정관용> 그랬죠.
◆ 표창원> 그래서 전국적으로 이 개구리 소년 찾기 운동이 벌어지기까지 했고요.
◇ 정관용> 맞아요.
◆ 표창원> 그러다가 11년이 지난 뒤에 유골이 발견되면서 살인사건이 되었죠. 그런데 초기에 경찰은 살인이 아니라 저체온사, 산에서 길을 잃은 바람에 체온이 낮아져서 사망했다 이렇게 이야기해서 유가족들이 상당히 분노하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사건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저체온사가 아니라 살인이라는 것은 다 입증이 됐죠?
◆ 표창원> 입증이 됐다기보다도 법의학팀이 유골에 난 상처하고 옷이 묶여 있는 모습이라든지 이러한 물리적 증거로 봤을 때 타살의 가능성이 높다라고 의견을 제시한 거죠.
◇ 정관용> 범인은 지금 잡지 못하고 있고.
◆ 표창원> 그렇습니다.
◇ 정관용> 공소시효는 이거는 완료가 됐습니까, 안 됐습니까?
◆ 표창원> 완료가 완전히 돼버렸죠.
◇ 정관용> 그럼 이거는 공소시효가 몇 년인 거죠?
◆ 표창원> 그 당시 15년이었죠.
◇ 정관용> 15년.
◆ 표창원> 그래서 2006년에 공소시효가 완료가 돼서 법적으로는 더 이상 내가 범인이다 나선다고 하더라도 그를 기소할 수도 재판을 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 정관용> 지금은 살인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늘어나 있죠?
◆ 표창원> 네, 25년으로 10년이 늘어납니다.
◇ 정관용> 그 당시에는 15년이었다.
◆ 표창원> 네.
◇ 정관용> 그러면 2006년부터는 수사조차 하지 않았던 거겠네요, 그렇죠?
◆ 표창원> 네. 수사를 전혀 하지 않게 되는 거죠. 공식적으로.
◇ 정관용> 공소시효라고 하는 것은 왜 만들어진 거죠?
◆ 표창원> 가장 큰 이유가 법적 안정성이라는 것인데요.
◇ 정관용> 법적 안정성이 뭡니까?
◆ 표창원> 그러니까 법의 위반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예를 들어 그 사람이 물리적으로 사망할 수 있는 100년, 200년 지나도 공식적으로는 수사를 해야 된다라는 것이 남게 되고요.
◇ 정관용> 아, 수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건 의무적으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 표창원> 네. 예를 들어서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와 관련된 문제를 죄를 자손이 법정에 가져와서 고소할 수도 있는 거죠, 물리적으로 본다면.
◇ 정관용> 그렇죠.
◆ 표창원> 그래서 그런 것들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한다라고 해서 범죄에 어떤 수사 기소를 할 수 있는 한계를 정해 놓은 것인데요. 문제는 그것이 예를 들어서 영국 같은 나라를 보면 원칙적으로는 공소시효가 없고요. 예외적으로 가벼운 범죄들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정해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살인이라든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피해자나 유가족에게는 씻겨지지 않는 범죄는 공소시효를 두고 있지 않는 것이 원칙인 것이죠.
◇ 정관용> 영국의 경우에?
◆ 표창원> 네. 그래서 미국도 마찬가지이고요. 유럽이 좀 우리랑 같은 제도이긴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에서도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고요. 그리고 둔다고 하더라도 30년이라든지 상당히 장기화 되고 있죠.
◇ 정관용> 우리가 그러면 살인과 같은 경우에는 25년 현재 두고 있는데 이게 다른 평균에 비추어서 굉장히 짧은 거다, 이 말씀이군요?
◆ 표창원> 문제는 뭐냐 하면요. 15년과 25년의 차이가 무얼까 보면 예를 들어서 16년, 17년 지난 사건이 해결될 수 있어야만 25년으로 늘린 것이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 정관용> 물론이죠.
◆ 표창원> 그런데 공소시효가 있다는 것은 결국 사건이 발생해서 초기에 6개월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은 이건 미제 사건으로 분류가 되고요. 1년이 지나면 장기미제가 되어 버리거든요. 그러면 가장 큰 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수사관들의 마음속에 아, 이제 이것은 공소시효를 향해서 저물어가는 사건이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은 어려워지겠구나. 그럼 사건철로만 남아 있지 결국은 공소시효 완료와 함께 사라지기를 바라는 수사가 되지 않는 사건이 되어버리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증거보관시스템이 그렇기 때문에 마련되지 않는다는 거죠. 공소시효가 없으면 평생 30년, 40년, 100년이 가도 수사가 이루어질 테니까 중요한 증거물은 당연히 냉장 냉동 보관이 되도록 시설이 마련되게 되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없겠군요.
◆ 표창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개구리 소년 사건도 유골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 보시면 공식적으로 보관이 되어 있지 않고요. 그 당시에 참가하셨던 법의학자분이 사적으로 유실될까 봐, 그냥 보관하고 계신 이런 상황이거든요.
◇ 정관용> 그래요?
◆ 표창원> 네.
◇ 정관용>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 표창원> 다른 미제 사건 다 마찬가지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이게 유족들한테 인계할 수도 없는 건가요?
◆ 표창원> 인계가 이루어져야죠. 장례가 이루어져야 되는데. 그 당시에 발견된 유골 자체를 수집하면서 두개골에 난 상처들 있지 않습니까? 이 부분은 증거물이 되어야 되기 때문에 장례라든지 이렇게 해서 매장이라든지 또는 화장을 할 수가 없죠.
◇ 정관용> 증거물이 되는군요?
◆ 표창원> 네. 그래서 계속 수사 감정을 위해서 보관하고 계셨는데 그런데 공소시효 만료와 함께 사실은 해당되는 유골에 대한 뭐랄까요? 법적인 소유 내지는 보유, 보존 권한 책임 같은 것들이 불분명해져버리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국가는 보관하지 않죠. 보관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런 법의학자분이 연구실이 보관하고 계신 이런 상태가 되는데.
◇ 정관용> 지금 현재도 그 유골을 법의학자가 연구실에 갖고 있다고요?
◆ 표창원> 제가 알고 있기로는 그렇습니다.
◇ 정관용>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군요.
◆ 표창원> 그다음에 그것보다 더 심한 사건들은 피해자의 신원이 안 밝혀진 경우, 또 유족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는 아예 인수해 갈 분도 안 계시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표창원> 그 경우에는 사실상 슬그머니 유골 자체가 그냥 없어져버린 경우들이 많습니다.
◇ 정관용> 그렇겠네요.
◆ 표창원> 그래서 이 공소시효가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증거보관시스템을 갖다가 장기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게 만드는, 그래서 아무리 세월이 지나서 기술이 발달하고 과학이 발달해도 예를 들면 영국, 미국이나 외국은 30년 만에 사건을 해결했다, 이런 뉴스를 우리가 듣잖아요.
◇ 정관용> 가끔씩 나옵니다.
◆ 표창원> 그런데 우리는 아까 질문을 해 주셨지만 과연 지금이라도 수사하면 해결할 수 있겠느냐. 못 하죠. 왜 못 하느냐.
◇ 정관용> 증거가 없어서.
◆ 표창원>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법정에서 그거를 유죄를 다툴 수가 없게 되는 거죠.
◇ 정관용> 이게 그러니까 단순히 공소시효, 수사를 하느냐, 마느냐뿐 아니라 증거보관시스템, 국가적 체계와도 바로 직결되는 것이다.
◆ 표창원>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지금 이렇게 공소시효가 지나버려서 수사할 수 없게 된 그런 미제 사건들이 많습니까?
◆ 표창원> 네, 알려진 사건들만 해도 잘 아시겠지만 이형호 군 유괴 피살사건, 화성연쇄살인사건. 제주 관덕정 살인사건 꽤 되고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건은 무척 많죠.
◇ 정관용> 그래서 표 교수님 보실 때는 공소시효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합니까?
◆ 표창원> 일단 살인이라든지 어린이 대상 범죄, 그리고 성폭력범죄 중에 DNA 증거가 확보된 범죄, 이런 것들은 세월이 지난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용의자만 나타나면 범인 여부를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 반인륜적 범죄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공소시효를 아예 없애는 게 맞고요.
◇ 정관용> 지금 어린이 대상 범죄는 일단 공소시효가 없어졌죠?
◆ 표창원> 어린이 대상 성범죄만 그렇죠.
◇ 정관용> 성범죄만?
◆ 표창원> 납치 유괴는 아닙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그것까지 포함을 해야 된다는 거고요.
◆ 표창원> 그렇습니다. 그리고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도 마찬가지죠.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는 그 권력이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수사를 못하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 이후에 수사가 가능해졌을 때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진실을 밝히도록 하는, 그래서 국가권력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억제 효과를 가질 필요도 있죠.
◇ 정관용> 상징적 의미도 클 거예요. 그건 그렇죠.
◆ 표창원>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렇게 해서 공소시효를 살인이나 어린이 대상 범죄 등등에서 다 폐지한다고 해서 뭐 100년 동안 계속 수사해라, 꼭 그 말씀은 아닌 거죠. 다만 증거보관시스템 같은 걸 갖추게 되면 혹시라도 어떤 다른 건에서 용의자가 나오게 되면 그때 다시 처벌할 수 있게끔 되는 거 아니냐, 이 말씀이신 거죠?
◆ 표창원>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강제수사, 이것까지로 연결되는 건 아니니까 법적 안정성도 크게 해치는 건 아니겠네요.
◆ 표창원> 네, 그렇죠. 말씀드린 대로 영국의 사례를 보면 공식적 법적으로 잭더리퍼라는 살인마 잭이라는 사건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도 보여지고요. 그 사건은 공식적으로 아직 수사 중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어떠한 용의자에 대한 의심점이 상당히 축적이 되어서 수사가 제기된다. 그러면 그 용의자의 무덤을 찾아가서 유골에서 DNA를 확보한 다음에 그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그런 증거물이 있다면 DNA를 비교해 보고 범인 여부를 가릴 수 있죠. 그 사람이 사망했다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죠. 그런데 지금 잭더리퍼 사건을 계속 경찰이 수사하느냐. 그건 아니죠.
◇ 정관용> 법적으로는 수사 중인 것이고?
◆ 표창원> 네, 현실적으로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 정관용> 알겠습니다.
◆ 표창원> 하지는 않고 있는 거죠.
◇ 정관용> 언급하신 잭더리퍼 사건은 언제 있었던 일이죠?
◆ 표창원> 그게 19세기에 영국 화이트홀이라는 지역에서 발생했죠. 화이트채플.
◇ 정관용> 19세기.
◆ 표창원> 셜록홈즈 시리즈에도 나오는 사건이죠.
◇ 정관용> 1800년대에 있던 사건도 법적으로는 수사 중이다?
◆ 표창원> 네.
◇ 정관용> 그 말씀으로 정리를 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표창원>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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