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등 주요 국제 회의체에서 러시아를 당분간 제외하기로 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행정부가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계속할 경우 더 가혹한 경제 재재 조치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G8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G7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긴급 회동해 이런 내용이 담긴 '헤이그 선언'을 채택했다.
이번 회동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긴급 제의로 헤이그에서 25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따로 마련된 것이다.
주요국 지도자들은 회동에서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한 이후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병력을 증강시키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각종 후속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들은 90분간의 회동 직후 내놓은 공동 성명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략을 바꿀 때까지 주요 선진국의 모임인 G8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릴 예정이던 G8 정상회담은 사실상 취소됐다.
G7 정상들은 대신 상징적인 조치로 올해 여름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G7 정상 회동 직전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의 휴양지 소치에서 열리는 G8 회의가 열리지 않는 것은 확실해졌다"며 "러시아는 잘못된 길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7 회동에서는 러시아의 크림 병합 절차가 마무리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러시아 편입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막고 러시아의 영토적 야욕을 저지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의 행동이 중차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 이번 명백한 국제법 위반은 세계 법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모든 국가들에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정상은 아울러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및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를 상대로 한 재정 지원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나 동부 지역으로 진격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국제사회가 공조해 에너지, 금융, 국방 등 러시아 경제의 핵심 부문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하기로 약속했다.
서방은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할 때 예상되는 러시아의 보복 조치와 그로 인한 서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면밀하게 저울질했다고 EU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백악관 고위 관리는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가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 결과는 러시아에 훨씬 더 가혹할 것이라는 점에 정상들이 의견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면적인 금융자산 동결과 교역 중단 등 경제적 제재는 상당한 부메랑 효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독일은 가스 수요량의 3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고, 영국은 러시아 자금의 국제 허브라는 점에서 경제 전쟁으로의 확전은 꺼리고 있다.
재정이 취약한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더 높아서 경제 제재의 부메랑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됐다.
체코 상공회의소는 EU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 러시아 수출 타격으로 자국 내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5만 개 이상 감소하는 경제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