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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국방부 기자실. 지난해 10월 상관의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오모 여군 대위 사건에 대한 설명을 위해 육군 관계자들이 기자실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군검찰 측 김흥석 육군 법무실장은 "언론에 부정확한 사실관계가 보도 돼 명확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자실을 찾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오 대위의 유서에는 사망직전에 상황을 잘 담고 있다"며 "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음에도 유서에 '하룻밤 자면 편할 텐데' 등 성관계 요구가 있었던 것처럼 부정확한 보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것은 피고인 측에 공개 됐다"며 "군 검찰은 최선 다해 유죄를 입증하고 양형 높이도록 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히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군 검찰 측의 설명을 요약하면 피고인 노모 소령의 발언 가운데 성희롱적 발언은 있었지만 이것은 성관계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 "같이 잘까" 발언은 성관계 요구가 아닌 '심한 농담'하지만 군검찰 측의 이같은 설명은 자신들의 공소사실과도 배치되는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소 당시 군검찰은 공소장에 "피고인은 2013년 7월 12일 시간불상경 사무실에서 공연히 피해자에게 '자는 시간 빼고 거의 하루종일 같이 있는데 그 의도도 모르냐? 같이 자야지 아냐? 같이 잘까?'라고 말하며 모욕하였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당일 오 대위의 일기장을 보면 '농담이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표현이 있다"며 "그래서 성관계 요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러사람이 있는데서 질책하며 '왜 내 의도를 모르냐. 같이 자봐야 알겠냐'고 한게 같이 자자는 이야기는 아니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라며 "통상 말하는 성관계로 보기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명확하게 자자고 요구해야 성관계 요구냐", "군검찰이 발언을 너무 가볍게 평가하는 것 아니냐", "군에서는 농담으로 '같이 자자' 이렇게 말하냐" 등 기자들의 질책성 질문이 이어졌지만 군검찰 측은 물러서지 않았다.
◈ 상식과 동떨어진 군검찰의 인식
군검찰은 공소장에 '같이 잘까?'외에 '너랑 나랑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다. 잠자리에서도 궁합이 안 맞을 거다' 등의 발언, 그리고 어깨와 등을 쓰다듬은 성추행 등의 사실을 확인해 노 소령을 기소했다.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통해 노 소령이 암묵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했을 개연성이 충분한데다 '같이 잘까?'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검찰은 "성관계 요구라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오 대위의 유서와 일기장에서 '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이유로 고인이 된 그의 심경을 꿰뚤어 보기라도 한 듯 "성관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단언하는 양면적인 태도를 보였다.
'법률가의 입장'을 강조하며 "노 소령을 비호하려고 이러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 군검찰 측을 향해 "피고인 변호인처럼 말하면 안된다"는 질책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