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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메이커' 국정원…특검이 필요한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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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년차 '대화록 공개' 2년차 '증거조작' 속썩는 朴대통령

 

이 시대 최고의 ‘트러블메이커’는 국가정보원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대선개입 의혹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공개 등으로 지난해 나라 전체를 정쟁의 회오리 속에 몰아넣더니 이번에는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이다.

특히 자살을 기도한 협조자로부터 ‘국가조작원’이란 비아냥을 듣더니, 어설픈 해명으로 또다른 문서 조작 의혹을 자초하기도 했다. 세간에서는 분노를 넘어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조롱까지 나돌고 있다.

이렇다보니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남재준 국정원장 문책론이 나오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하지만 야권이 요구해온 특검 실시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당은 대선개입 의혹과 마찬가지로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1 검찰도 당사자…제 식구 감싸기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지난달 27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의혹 사건의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입법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벌인 사건인 만큼 이들 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인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하는 것이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면서 공정하게 수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증거 위조가 아닌 국가보안법상 ‘간첩 날조’로 보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12조는 타인을 형사처분 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경우 해당 범죄와 같은 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대로 ‘간첩 날조’라면 간첩 혐의의 형량인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야당에서는 검찰이 중대 범죄인 사안을 문서 위조로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간첩 혐의가 틀림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하고, 항소심에 매달리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당연히 담당 검사들에 대한 수사도 부실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검사들이 지속적으로 재판부를 속여온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검찰이 아닌 다른 사정·수사기구에서 수사에 나서야 하며 그게 바로 특검”이라고 강조했다.

#2 합법적(?) 보호막 둘러친 성역

검찰 수사를 가로막는 ‘법적 한계’도 문제다. 국정원은 국가안보기관임을 내세워 현행법상 보호막을 이중삼중으로 둘러치고 있다.

언론에서 여러차례 지적한대로 형사소송법 111조 1항과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비밀의 엄수)와 제23조(직원에 대한 수사 등) 등은 수사기관의 국정원 접근과 국정원 직원 신병 처리에 두터운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도 국정원장의 ‘협조’를 얻어 국정원 측의 안내에 따라 진행됐다. 국정원 직원의 직무상 비밀 관련 사항에 대한 증언이나 진술에도 국정원장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국정원 직원 구속시에는 국정원장에게 미리 통보해야 한다.

야당 일각에서는 범죄행위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통보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수장인 남재준 국정원장은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제어장치를 갖춘 특검만이 해법이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와 민변 등은 입법청원에 ‘이번 특검법에서는 국정원 직원의 신병 확보 시 국정원장에게 사전 통보하거나 허가를 받도록 한 국가정보원법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를 넣었다.

국정원 법제관을 지낸 이석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은 “국회에서 특검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수사를 가로막는 법을 배제하는 부칙조항을 두고 위반시 엄벌에 처하도록 하면 특검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 다가오는 6.4…정쟁 아닌 정책 경쟁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도 요인 중 하나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특검 요구를 지방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정쟁 시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새누리당의 이같은 특검 반대로 지방선거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이 특검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인 만큼 특검은 기초연금과 함께 지방선거에서 최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 당은 지방선거 정국에서 특검 공방을 치를 수밖에 없고 명분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진단했다.

새누리당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또다시 야당과 특검 승부를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용 없이는 정쟁 선거를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4 ‘경제·민생’ 국정 목표 실현…국정원의 ‘음지’ 복귀

박근혜정부에게 국정원은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집권 1년차인 지난해를 대화록 공개로 정쟁의 혼돈 속에 빠뜨려 버리더니 2년차인 올해는 증거 조작 의혹으로 다시 정쟁의 중심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야말로 정쟁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국정원은 난데없는 증거 조작 의혹으로 또다시 걸림돌로 등장했다. 박 대통령의 “매우 유감”이라는 표현 속에는 국정원에 대한 실망과 노여움이 깔려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에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가 예정된 선거의 해라서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한데 국정원이 다시 정치권에 논란을 제공하면서 경제 구상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박근혜정부와 여당의 국정원 감싸기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특검 만이 정권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대선개입 사건을 특검을 통해 제대로 처리했으면 이번 증거조작 사건을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진상규명만이 국정원을 제대로 기능하도록 해 국가안보를 확립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도 “박근혜정부가 국가기관과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정원장 해임과 함께 특검 수사를 통해 환골탈태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박 대통령의 신뢰, 통합, 원칙이 작동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1998년 김대중정부 시절 안전기획부에서 이름을 바꾸면서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당시부터 이어왔던 부훈 ‘음지(陰地)에서 일하고 양지(陽地)를 지향한다’를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꿨다.

지금이야말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문책을 통해 의혹을 털어내고 국정원이 ‘음지’로 돌아가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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