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입차주의 눈물③]신규 허가도, 허가 이전도… 진퇴양난 지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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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혼란·사업자 반발 우려" vs. "번호판 브로커라도 정리하자"

내 돈 주고 내가 산 차이지만, 명의는 회사 명의…. 바로 '지입제'다. 이 지입제 때문에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화물차 지입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2003년 화물파업, 2008년 파업, 그리고 2012년 파업까지 지난 10년 동안 화물차 운전자들은 지입제의 개선을 요구했다.

지난달 25일에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이번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5대 요구법안이 다뤄지지 않으면 오는 29일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5대 법안은 △번호판 소유권 보장 △표준운임제 법제화 △직접운송의무제 폐지 등으로 이뤄졌다.

이들 요구 사안만 봐도 지입제가 낳은 부작용들은 여전히 화물차 운전자들을 괴롭히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산 차가 운수회사 명의로 등록되는 지입제는 회사의 영업용 번호판을 받으려는 절대 '을'인 화물차 운전자들을 옥죄고 번호판 장사로 수입을 올리는 운수회사와 지입 브로커들의 배만 불렸다는 얘기다.

따라서 화물차 운전자들은 지입제를 아예 폐지하고 택시처럼 화물차 운전자에게도 개인 면허권을 부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입차주 대표 김영대 씨는 "지입제라는 구조를 허용하니까 어떤 정책이 나와도 운송사업자들이 실적에 악용한다"며 "결국 지입제를 없애면 해결이 간단한데도 관습처럼 박혀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운전면허 없는 사람이 운전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만, 운송면허는 내주지 않고 화물을 운송하게끔 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정부는 지입제 문제는 '진퇴양난의 외통수'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우선 정부는 차주에게 신규 허가를 내주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운송물량보다 차주가 너무 많아져서 시장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화물차 운전에 나설 수 있는 화물산업 특성상 한정된 화물량에 비해 너무 많은 화물차 운전자가 난립하면 오히려 출혈을 감내해야 하는 과당경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사업자가 가지고 있던 허가를 이전해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 사업자가 재산권을 강제로 빼앗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 실제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

지입제는 운송을 맡는 차주와 경영을 맡는 운수회사가 분리돼 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는 만큼 제도 폐지보다는 부작용 최소화가 더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 80년대 군사정권의 행정력이 극대화된 시절에도 지입제 폐지는 결국 실패했다"며 "예전에도 차주나 정부가 번호판을 사들이려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번호판 가격에 프리미엄만 오를 뿐 정작 사업자는 번호판을 놓지 않아 부작용이 컸다"고 설명했다.

또 "설혹 차량 1대만 소유한 차주가 개별허가를 받아도 기존 사업자와 경쟁하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충분한 대안 없이 섣불리 허가를 내주거나 이전하면 시장에 혼란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재 갑-을 관계의 지입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차량 소유권자인 화물차 운전자들이 적어도 자신의 영업용 번호판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입제를 유지하더라도 화물자동차를 1대만 가지면 곧바로 차주가 소유한 차의 번호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것.

이미 2004년에도 화물운송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면서 특례조항을 통해 기존 차주들에게 운송 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한 전례가 있는 만큼 그 후에 지입계약을 체결한 차주에게도 이를 확대하자는 얘기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운송회사는 반드시 운송할 물량을 가져와서 차주에게 나눠주고 번호판은 실제 차량소유주와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차주가 운송회사와 비교적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과도한 지입료나 번호판 값 등 지입제의 폐단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존 운송회사는 여전히 지입제에 따라 운송사업을 운영할 수 있고, 오히려 화물 물량도 없이 번호판 수수료만 받던 회사들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경 의원은 "운송 실적은 없이 번호판 수수료만 받는 회사들은 애초 법적 근거가 빈약한 회사들"이라며 "우선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회사를 정리하고 화물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방안을 정부와 의회가 함께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산 차를 자기 것이라 말도 못 하고 운수회사나 브로커들에게 사기를 당해도 호소할 곳 없는 지입차주들.

오늘도 번호판조차 마음대로 달 수 없는 화물차 30만 대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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