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장악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경고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서방이 천연가스와 석유 가격을 하락시켜 러시아에 실질적 타격을 줘야 한다고 서방언론들이 주장했다.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 분쟁에서 서방의 외교적 대응이 실효가 없다는 것을 '학습'한 만큼, 러시아 경제가 크게 의존하는 에너지 관련 정책을 지렛대로 푸틴 정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미국 경제지 인베스터스비즈니스데일리(IBD)는 3일(현지시간) 기사에서 "러시아 국가 경제의 천연가스·석유수출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과감한 에너지 정책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약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IBD는 우선 미국과 유럽이 대체 에너지인 셰일 가스 생산을 대거 늘려 화석연료 의 가격 하락을 부추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도 미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늘리고 자국 석유 수출을 재개하면 러시아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의 LNG 수출은 정부의 최종 허가를 받기까지 수년이 걸릴 정도로 규제가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1970년대 중동 석유 파동 이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자국 석유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해 실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 우방에 대해서는 LNG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재조명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유럽 가스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강국이지만 화석연료 수출에 나라 살림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러시아가 천연가스·석유 수출로 번 돈은 2012년 기준으로 중앙 정부 수입의 52%, 전체 수출액의 70%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사설에서 현 푸틴 정부를 '배럴당 115달러 유가가 유지돼야 독자 생존이 가능한 흥청망청 정권'으로 부르며 유가 폭락을 러시아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에 공급되는 러시아 가스가 갑자기 끊기더라도 유럽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4일 내놓았다.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가 없어도 약 45일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가스를 비축하고 있는데다 2007년 이후 포근한 겨울이 계속돼 연료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