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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총리 감청한 녹음파일 폭로전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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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8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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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총리의 전화 통화를 감청한 녹음파일이 잇따라 폭로돼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총리 감청 폭로전'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초기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언론사 경영자와 보도 지침을 내리는 통화가 공개됐다가 이번 주에는 뇌물과 관련한 아들과의 통화 내용이 이틀 간격으로 폭로됐다.

총리와 정적 관계인 세력이 총리와 측근 등을 3년 이상 감청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폭로 가능성도 있다.

정계에서는 다음 달 30일 지방선거와 8월 대통령선거를 치를 때까지 폭로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로전 수위 갈수록 높아져…"선거 끝날 때까지 계속될 듯"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부패와 관련한 감청 파일은 지난해 12월 17일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 체포작전을 계기로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음파일과 녹취록에서는 장관과 총리의 아들 등의 뇌물과 관련한 비리 사실이 주를 이뤘다.

이런 폭로전은 지난 5일 에르도안 총리의 전화 통화를 녹음한 파일이 처음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것을 계기로 표적을 총리로 좁혔으며 강도 역시 세졌다.

처음으로 공개된 에르도안 총리의 통화는 방송사와 일간지를 보유한 미디어그룹의 파티흐 사라치 부회장과 나눈 대화로 방송 중이던 야당 대표의 발언 보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내용이다.

총리가 직접 언론사 경영진에 전화를 걸어 보도지침을 내린 것에 비난이 일자 총리는 자신이 "모욕당하고 있었다"며 전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감청 파일을 유튜브에 공개한 주체는 '하람자델레르'('종교적 금기를 어긴 죄인들'이란 터키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하람자델레르는 지난 17일에도 에르도안 총리와 사라치 부회장의 통화를 녹음한 파일을 공개했다. 이 통화는 총리가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무스타파 사르귤 이스탄불 시장 후보의 보도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하람자델레르가 유튜브에 올린 20여개의 녹음파일 영상에는 통화 시간과 전화번호, 감청파일 일련번호, 녹취록, 배경 설명 등을 첨부해 파일이 진본임을 강조했다.

폭로전은 지난 24일 밤 에르도안 총리가 아들 빌랄 에르도안과 약 1조원 대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현금을 은폐하는 계획을 논의한 통화가 공개되면서 전기를 맞았다.

에르도안 총리는 종전과 달리 즉각 녹음파일이 편집된 것이라며 부인하고 반역적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총리가 조작이라고 주장하자 26일 밤에는 총리와 아들의 전화를 감청한 파일이 추가로 공개됐다. 이 파일에는 총리가 기업인이 주려던 뇌물 액수가 약속보다 적다며 아들에게 돈을 받지 말라고 말하는 대화가 녹음됐다.

◇총리, 감청 폭로전 배후로 국외 망명 '정적' 지목

에르도안 총리는 27일 이번 폭로전의 배후로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을 지목하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집권당 행사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자진 망명 중인 귤렌을 겨냥해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 펜실베이니아에 머물지 말고 귀국하라"라며 "이 나라의 평화를 흔들지 말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검찰과 경찰에 대거 진출한 귤렌 지지자들을 '국가 내부의 갱단' 또는 '평행 정부'라며 최근 집권당의 부패와 관련한 검·경의 수사를 두고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다만 그는 직접 '페툴라 귤렌'을 거명하지 않고 '바다 건너의 사람', '호자'(종교 지도자, 선생님이란 터키어), '펜실베이니아' 등의 간접적 표현을 쓰고 있다.

친정부 성향의 일간지 2개사는 지난 24일 거의 같은 내용으로 귤렌 지지자인 특별 검사가 에르도안 총리와 보좌관, 장관, 기업인, 언론인 등 수천명을 3년 동안 감청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도 이 보도와 관련해 2천280명이 감청 대상에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며 '평행 정부'의 불법 도청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페툴라 귤렌의 변호사는 귤렌의 전화 통화도 감청돼 공개됨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며 이번 감청 폭로전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녹음파일 진위 논란…정부 "조사 착수"

정부는 총리의 전화가 감청됐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공개된 녹음파일은 조작됐다고 주장했으며 야당과 반정부 성향의 언론 등은 전문가를 인용해 조작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피크리 으시크 과학기술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수사에 착수했다며 "파일을 들어봤는데 기술적 조사를 하지 않아도 명백하게 편집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으시크 장관은 "총리의 전화가 감청됐다는 것은 지난해 12월 17일 이후 명백해졌다"며 감청 사실을 인정했다.

현지 일간지 휴리예트는 과학기술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연구소(BILGEM) 직원 5명이 총리의 전화가 감청된 책임을 물어 해고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 2011년 12월 에르도안 총리 집무실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되자 도청방지 기능이 탑재된 전화기를 개발해 고위 관리 등에게 보급했다.

그러나 도청방지 암호가 유출돼 총리의 통화가 감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인민당의 할루크 코치 대변인은 조작 여부는 총리와 아들의 전화통화 기록을 공개하면 밝혀질 것이라며 통신당국에 기록 공개를 촉구했다.

코치 대변인은 "총리가 조작이라고 부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지 않는다면 교도소로 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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