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압박 공세 속 우크라 조기대선전 돌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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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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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의회, 크림반도 합병 위협…야누코비치 크림 은신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조기 대통령 선거 선거전이 시작됐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대선 선거 운동 시작을 알리고 이날부터 대선 후보 등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한 우크라이나 의회는 5월 25일을 조기 대선일로 선포한 바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의회와 야당이 야누코비치의 잔존 세력과 러시아의 압력을 극복하고 헌법 개정과 새 정부 구성 등의 정치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러시아, 친서방 의회·야당 압박 공세 = 친러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몰아내고 친서방 성향의 야권이 권력을 잡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가 영향력 유지를 위해 압박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인터넷 매체 '우크라이인스카야 프라브다'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 문제 담당 위원회 위원장 레이니트 슬루츠키가 이끄는 의회 대표단이 25일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방문했다.

의회 대표단은 크림 지방 정부 및 지역 의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 정국 위기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야권이 지난 21일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주요 야당 지도자들이 서명한 정국 위기 타개 협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의원들은 또 러시아 당국이 크림반도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주민들에 대해 자국 여권을 간소화한 절차에 따라 발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이밖에 크림 주민들의 투표나 지역 의회 결정으로 크림을 러시아에 병합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러시아는 이를 신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정치 위기의 와중에 친러 성향의 동남부 지역과 친서방 성향의 중서부 지역이 충돌해 국가 분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히 민감한 것이다.

향후 우크라 정국 추이에 따라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주민의 50% 이상이 러시아인으로 친러 성향이 강한 크림반도가 새로 들어선 우크라이나 중앙 권력의 친서방 정책에 반대해 분리·독립을 선언하거나 러시아에 합병을 요청하면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 중앙 권력이 크림의 분리·독립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군사 작전에 나서고 러시아가 이에 맞서 크림으로 군대를 파견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는 지금도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을 자국 흑해함대 주둔 기지로 조차해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국가 분열 시나리오가 크림에서부터 촉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미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병력을 이동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우크라이나 주요 야당 '스보보다'(자유당) 당수 올렉 탸그니복은 24일 러시아가 세바스토폴항을 침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탸그니복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내 정보에 따르면 세바스토폴로 이미 러시아 군대가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낮에 러시아 남부 항구 도시 템륙에서 세바스토폴로 흑해함대 소속 대형 상륙함 '니콜라이 필첸코'가 도착할 예정"이라면서 "이 상륙함에는 200명의 병력과 10대의 장갑차 등이 실려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산 일부 식료품에 대한 수입을 잠정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검역위생감시국 국장 세르게이 단크베르트는 이날 러시아와 관세동맹(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산 일부 식료품에 대한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 의회 권력 합법성 논란…대선 선거운동 시작 = 우크라이나 대선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실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가 실각하고 도피길에 오른 가운데 기존 야권이 주도하는 의회가 권력을 잡고 야누코비치 퇴진과 조기 대선을 선포함으로써 시기가 앞당겨지게 됐다.

야누코비치는 의회의 이같은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야권이 지난 21일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서명한 정국 위기 타협 협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며 새로 들어선 의회 권력의 합법성을 부인하고 있는 러시아도 조기 대선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의회는 대선 일정을 예정대로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대선 후보들은 투표일 55일 전인 3월 30일까지 후보 등록을 하면 된다. 출마를 하려면 약 28만 달러(약 3억원)의 공탁금을 맡겨야 한다.

대선 후보론 야누코비치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끌어온 기존 야권 지도자들이 대부분 거론되고 있다.

전(前) 헤비급 권투 챔피언 출신으로 주요 야당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당수인 비탈리 클리치코는 오래전부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대표 아르세니 야체뉵도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자신과 클리치코,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또 다른 야당인 자유당의 탸그니복 당수 등 3명의 주요 야권 지도자들이 모두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제도권 밖의 과격 야권 조직을 대표하는 인사의 출마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22일 의회 결의로 출소한 율리야 티모셴코 전(前) 총리의 출마도 유력시됐으나 티모셴코 측은 그녀가 대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티모셴코의 변호사 세르게이 블라센코는 "누군가가 티모셴코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말을 퍼뜨렸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확인했다. 티모셴코는 2010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에게 약 3% 차로 낙선한 바 있다.

야누코비치는 원하더라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선거법은 조기 사퇴한 대통령의 대선 재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 22일 야누코비치가 대통령직을 스스로 포기했다면서 그의 퇴진을 결의했다. 의회는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신임 의회 의장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겼다.

의회가 이미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의회에 대폭 이전하는 '2004년 헌법'의 복원을 결의한 상태라 새로 뽑히는 대통령의 권한은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헌법에서와는 달리 총리 후보 지명권이 대통령에서 의회로 넘어갔고, 내각 구성에서도 국방장관과 외무장관, 국가보안국 국장 등 3명의 후보만을 지명할 수 있다. 다른 장관들은 총리가 지명권을 갖는다.

◇ 야누코비치 크림 은신설 = 실각 후 도피 중인 야누코비치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에 있는 러시아 군기지에 은신해 있을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TV 방송 ATR은 이날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야누코비치가 당국의 수배령을 피해 세바스토폴항의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에 도피해 있으며 여기서 선박을 이용해 러시아로 망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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