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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3면(面)이 아우성인데…'현장에는 장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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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폭설, 기름유출 피해 확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업무보고에 치중

17일 붕괴 사고 전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내부. 이날 환영회에 참석한 부산외대 신입생들이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경북경찰청 제공)

 

나라가 온통 재난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해안 지역은 12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폭설로 결국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100여명의 대학생이 다치거나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또 서해안 지역은 조류인플루엔자가 30일 넘게 확산되고 있고, 남해안 지역은 잇따른 기름 유출로 환경 재앙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일선 공무원들이 밤낮을 잊고 사고 수습을 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2014년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에 녹초가 돼 있다.

각 부처 장. 차관들은 사고 현장이 아닌 정부청사 집무실 책상 앞에서 업무보고서를 쌓아 놓고 씨름을 하고 있다.

정부 행정이 깔끔하게 정돈되지 못하고 어지럽게 널브러져 일관성이 없다는 느낌이다.

◈ AI, 기름유출, 폭설 수습에 대통령 업무보고까지...공무원은 괴롭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부 세종청사는 요즘 2014년 대통령 업무보고에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다.

이번 업무보고는 지난 5일 국무조정실과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를 시작으로 오는 24일 전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환경부는 오늘(19일) 업무보고를 하고 기획재정부는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4일 예정돼 있다.

이들 각 부처는 업무보고를 앞두고 사업계획과 서류준비 등으로 온통 정신이 팔려있다.

특히, 지난달 16일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농림축산식품부는 한 달 넘게 살처분과 방역활동을 하면서 대통령 업무보고까지 준비하느라 거의 모든 공무원들이 그야말로 파김치가 된 상태이다.

농식품부의 한 간부공무원은 “AI가 발생하고 30일 넘게 집에 가지 못해 아이들 얼굴조차 잊어버릴 지경이다”며 “낮에는 AI 사고수습에 밤에는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해양수산부는 최악의 상황이다. 윤진숙 전 장관마저 해임돼 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여수와 부산 기름유출 사고를 수습하고 업무보고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종청사에서 부산과 여수를 얼마나 왕복했는지 셀 수도 없다”며 “대통령 업무보고라도 끝나면 어느 정도 살 것 같다”고 전했다.

◈ 대통령 업무보고...재난재해 현장에 없는 장관들

대통령 업무보고는 국가의 1년 농사를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일정이다. 정부 부처가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만 실제는 국민들에게 정책 보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하기에 부처 장관들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부처 장관들은 업무보고를 앞두고 가급적 현장 방문을 자제하고 청사에서 사전 예행연습 등 보고준비에 치중하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1일 경북 포항시 돼지축사 붕괴 현장을 방문한 이후 이렇다할 특별한 현장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업무보고를 하는 오는 24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참석 일정만 잡혀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동해안 지역에 폭설이 내려 도로가 마비되고 건물이 붕괴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지난 13일 임대주택 단지 방문 이후 현장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달 들어 부처 업무보고회에 참석하면서 AI 피해 농장이나 폭설 피해 지역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국무회의 등을 통해 대책마련을 지시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 사후 약 방문....사전 예방 대책은 소홀

정부 부처 장. 차관들이 재난재해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똑같은 피해가 없도록 예방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최근 장. 차관들이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에 치중하면서 현장을 방문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사고 예방에 대한 결의가 부족하다고 밖에 달리 판단할 수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AI와 폭설, 기름유출 등 국가 재난재해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져 피해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AI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 전국에서 5건의 추가 의심신고가 들어왔고, 환경재앙을 가져 올 수 있는 바다 기름유출 사고는 2건이나 발생했다.

17일 밤 붕괴 사고가 난 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에 학생들이 쓴 글들이 벽에 붙어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이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의 경우도 이미 강원도 지역에서 비슷한 조립식 시설물의 붕괴사고가 잇따랐지만 안전행정부와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들은 사전 예방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관들이 폭설에 붕괴된 조립식 건축물을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 뒤 모든 조립식 시설물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지시했다면 이번 참사도 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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