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공기업 개혁, 국가적 의제가 된 배경공기업 개혁은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개혁 작업의 핵심의제이다. 공기업의 막대한 부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지난해 11월 21일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공기관 부채문제를 국정의 탑 아젠다로 생각한다”며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기업 부채는 2011년 이후 국가채무를 앞질렀다. 2012년 말 현재 493조원으로 국가채무(446조원)보다도 47조원이나 많다.
부채과다기업 12개 기업의 부채(412조원)중 이자를 내야하는 금융부채만도 305.2조원이다. 해마다 지출하는 이자만도 7조원이 넘는다. 이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기업에 대한 해외 신용평가사들의 신용평가도 투자부적격으로 속속 돌아서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심각한 부채를 방치했다가는 자칫 국가 부도 사태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 공기업 개혁의 목표, 다름아닌 ‘부채 감축’정부는 부채감축 중점관리기업 18곳의 부채를 2017년까지 39.5조원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부채비율을 2012년 220%에서 2017년에 200%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다.
왜 200%일까? 민간기업의 채권발행이 가능한 신용등급 BBB수준이 바로 200%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 개혁은 이 부채를 낮추는 것 이외의 논란은 사실 불필요한 것이다.
◈ 공기업개혁 논란, 엉뚱하게 과잉복지로 번져과잉복지 논쟁의 서막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올렸다. 그는 작년 11월 14일 공공기관 조찬간담회에서 그 유명한 “공공기업 파티는 끝났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 뒤로 박근혜 대통령도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틈만 나면 지적한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예산낭비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해나가겠다”(2013년 11월 18일, 국회 시정연설)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는 이런 부분(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강력한 의지를 갖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2013년 11월 25일, 수석비서관회의)
"공기업 자체의 방만 편법 경영도 심각한 문제다. 이런 잘못된 관행들을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2014년 1월 6일 신년기자회견)
“과다한 복지후생 등 방만경영은 부채원인을 떠나 반드시 정상화시켜야할 부분이다. 다수의 공공기관이 별도협약에서 심지어 이면합의를 통해 과다한 복리후생비를 지원하고 있다”(2014년 2월 10일 수석비서관회의)
그러나 공기업을 개혁한다며 이렇게 과잉복지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공기업의 부채 원인은 과잉복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 공기업 복지, 진짜 과한가?
공기업이 방만경영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때 어느 복지서비스를 직원에게 주는지 이것만 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가령 탄광에서 일하는 석탄공사 직원의 경우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을 무상으로 받는다. 그런데 이것이 과잉복지일까?
이 회사는 다른 공기업처럼 이전 정권에서 여러 차례 공기업 개혁을 진행해 오면서 복리비를 계속 축소해 와서 지금은 자녀학자금과 격년으로 받는 건강검진 외에는 사실상 복지가 전무하다.
따라서 과잉복지를 말하려면 1인당 ‘전체’ 복지비용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많은지가 기준이 돼야지 ‘어떤’ 복지를 받느냐가 기준이 돼서는 곤란하다.
게다가 공기업의 임금은 그 동안 꾸준히 낮춰져 왔다. 2008년에는 임금 반납, 2009년과 2010년에는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었다.
임금이야말로 복지의 기본이다. 따라서 복지비를 이야기할 때 임금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땀 흘린 직원들에게 주는 복지가 꼭 비판 받아야 하는, 그런 나쁜 것인지 말이다.
◈ 부채가 많은데도 복지비용을 지출한다?과잉복지 논쟁의 등식은 ‘부채과다 기업이 과다 복지를 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