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무죄를 선고받은 뒤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은석 기자.
법원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객관적 사실과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피지 않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증언을 배척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서울청 증거분석팀이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 닉네임을 수사팀에 전달한 시기 △권 과장과 서울청 수사2계장과의 통화 내역 등과 관련해 권 과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권 과장의 증언 취지와 부합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채택하거나 일부 사실을 확대 해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재판부, '의미없는 분석자료’라는 권은희 증언은 무시
재판부가 권 과장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댓글 작업에 사용한 아이디와 닉네임 증거분석 결과의 송부 과정에 관한 것이다.
재판부는 "2012년 12월 18일 밤, 1차로 수사팀이 서울청으로부터 받은 증거분석 결과물에 아이디와 닉네임이 들어있었는데도, 권 과장이 '아이디와 닉네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분노해 서울청에 직접 가서 아이디와 닉네임을 받아왔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 과장은 공판 도중에 "아이디와 닉네임이 담긴 회신이 온 것은 맞지만, 그 의미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붙어 있지 않아 수사팀에서 의미를 알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 입장에선 자신들이 서울청 증거분석팀에 의뢰한 내용과 서울청에서 2012년 12월 16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 발표한 내용을 종합해보더라도, 수사자료로써 메모장 파일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즉, 권 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아이디.닉네임을 받지 못했다는 진술을 했지만, 추후에 공판과정에서는 아이디 등을 받았으나 확인.분석이 곤란한 상태의 자료들었다"고 새롭게 진술했다.
서울청 수사2계장도 키워드 분석과 증거물 반환을 놓고 권 과장도 각각 한 차례씩 통화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1차 증거물 분석자료에 아이디와 닉네임이 있었다는 피상적인 사실과 권 과장의 진술 중 일부만 놓고 객관적 사실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 검찰도 "재판부, 유선 통화내역는 못봐"권 과장에 이어 검찰도 재판부가 휴대전화 통화 내역만 보고 권 과장과 서울청 수사2계장이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선전화는 내역을 확보할수 있는 시스템이 안돼 있다"며 "재판부가 (휴대전화 통화 내역만 보고) 다소 성급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 과장이 기자회견에서 재판부에 대해 반박한 내용을 검찰도 확인한 것이다.
권 과장은 앞서 법정에서 "수사2계장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를 수사 과정에 개입시켰다며 항의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다른 경찰 증언만을 기초로 "사실과 다르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권 과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2계장과 통화를 휴대전화 뿐아니라 내부선을 통해서도 했다"며 "재판에선 휴대폰 내역만 얘길 하고 있는데,결론부터 얘기하면 경찰과 통화할때는 내부선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