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KT사옥. (사진=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요사이 잘 지내?"
"사무실이 없어졌어요, 일단 대기중입니다."
5일 오후 KT 광화문 사옥 15층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나눈 대화 일부다.
황창규 KT 신임 회장이 53개 계열사 사장단에 재신임 여부를 통보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선 가운데 KT 본사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KT는 이날 팀장급 전원에 대해서도 인사발령을 냈다.
지난달 주주총회 직후 황 회장이 "현장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대로 많은 팀장들이 직급을 내놨다.
앞서 황 회장은 상무급 이상 임원 130명 가운데 1/3 가량을 줄인 바 있다.
KT 내부에서는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방만해진 조직을 슬림화하는 데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이석채 전 회장이 외부에서 데려와 챙겼던 일명 '올레KT'와 공채 출신인 '원래KT'가 극단적인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연고와 친분으로 임명된 낙하산 인사를 솎아낼 수 있지만 비교적 직급이 낮은 실무자로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까지 조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지나친 '순혈주의' 아니냐는 우려다.
지난달 말 본사 임원 인사에서도 주요 보직 대부분이 KT 내부 출신으로 채워지고 '올레KT' 인사들은 전원 퇴사했다.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 KT파워텔과 KT네트웍스, KT스포츠, KT M&S, KT캐피탈 사장단도 임기만료 교체와 해임 통보를 받은 가운데 이런 분위기는 전 계열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KT의 한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 시절 공채출신 인사들이 핍박받았다고 하는데 간부들은 다 잘 나갔다"며 "그런 사람들이 실무자를 포함한 외부 영입인사를 무분별하게 솎아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 인사는 "KT를 위해 충성을 다 했는데 납득할 만한 설명없이 '당장 현장으로 내려가 대기하라'는 인사를 누가 받아들이겠냐"며 "공채 출신이 다 해먹겠다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인사 태풍이 불면 조직이 뒤숭숭한 것 아니겠냐"며 "조만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임원급과 팀장 인사를 마친 KT는 조만간 일반 직원 인사를 끝으로 대규모 인적쇄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