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조기총선 힘겹게 종료…정국 불확실성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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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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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야권의 반대 속에 2일 힘겹게 조기총선을 실시했으나 정정 불안이 일단락되기는커녕 정국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됐다.

반정부 시위가 거센 방콕과 야당 지지도가 높은 남부지방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대의 선거 방해로 투표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잠정 집계에 따르면 유권자 4천877만명 중 1천200만명이 투표를 하지 못했으며, 전국 375개 선거구 중 53개 선거구에서 투표가 파행을 겪거나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달 26일 실시된 조기투표에서 방콕 투표소 대부분과 남부지역에서 투표가 무산됐으며, 남부지역 28개 선거구에서는 후보등록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투표가 실시되지 못한 이 지역들에서는 선거가 다시 실시돼야 하며, 이는 최소한 2~3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조기총선 실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몇개월 동안 새 의회가 개원하지 못하며 이에 따라 새 정부도 구성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상당 기간 잉락 친나왓 현 총리가 과도내각 수반 자격으로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반정부 시위대와 야권은 이번 총선이 여러 측면에서 현행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며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후유증이 더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들은 총선이 법 규정상 같은 날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돼야 하나 이번 선거는 전국 동시 선거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위법,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불참했으며, 이 때문에 집권 푸어 타이당이 승리해 재집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을 사실상 지지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는 잉락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계속하는 한편 푸어 타이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선거 무효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당선자가 언제 확정될지도 미지수다.

선거위원회는 투표가 끝난 직후 개표를 시작했으나, 투표가 실시되지 않은 지역에서 투표가 다시 실시될 때까지 당선자 확정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집권당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사면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포괄적 사면을 추진한 것을 계기로 지난해 11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잉락 총리가 지난해 12월 의회를 해산한 데 따라 실시됐다.

반정부 시위대는 그러나 선거로는 친탁신 세력의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을 중단시킬 수 없다면서 잉락 총리의 퇴진, 선거 전 정치개혁 등을 요구하며 조기총선에 반대해왔다.

제1야당으로서 기득권 계층을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은 방콕 중산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 도시 근로자 등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지 못해 선거로는 푸어 타이당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20년 동안 한차례도 총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으며,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는 푸어 타이당은 지난 2000년 이후 실시된 모든 총선에서 승리했다.

탁신 진영은 저리 대출, 복지 확대, 쌀 수매 등으로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부정부패 의혹으로 방콕 중산층으로부터는 외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정부 시위대는 선거를 통하지 않은 채 과도의회 격인 '국민회의'를 구성하자고 주장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따라 의회가 해산된 데 이어 조기총선, 집권당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정정 불안이 계속되면 군부가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은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지난 1932년 후 이미 18차례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정계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태국 정계에서 가장 카리스마가 강한 인물로 통하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실각한 것도 지난 2006년 군부 쿠데타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이상 지속하고 있는 이번 정정불안도 결국 군이 시위대와 정부 중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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