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연휴가 시작됐다. 설날 민족대이동과 함께 민심도 대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아무래도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민생고와 관련된 것에 집중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태가 '모두의 문제'보다는 우선 '나의 문제'에 관심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 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 설날에는 어느 때보다도 민심을 좌우할 큼직한 이슈들이 많다.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가입자 개개인의 문제이니까 중요한 문제이고, 이미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류독감 AI도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고향마을 곳곳에 방제작업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테니까 귀성객들이 느끼는 현실감이 클 것이다.
여기에다 졸업과 입학시즌이 다가오니까 진학과 취업문제도 설날 주요 이슈일 것이다. 특히 취업문제는 얼마 전 삼성그룹이 대학별 할당하는 안을 발표했다가 전면유보하기로 했지만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6.4 지방선거가 다가오니까 정치얘기도 빼놓기 어려운 화제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추석 때만해도 가장 뜨거운 문제였던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올 설날 주요 이슈에서 밀리고 있다.
민주당이 귀성객들에게 나눠준 설날정책홍보물에서도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대입 문제는 제외됐을 정도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설날 이슈, 왜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는 외면 받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설날 민심을 거론하는 언론보도를 봐도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는데?
= 오늘 아침 주요뉴스들을 살펴봤는데 어디를 봐도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방송뉴스에서는 당연하고 주요 일간 신문들도 이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조중동은 물론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서도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주요포털사이트에서 '설날민심'으로 검색 해봐도 관련기사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양한 매체들이 설날 민심과 관련된 보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닐 것이다.
설날 민심의 최대 화두는 '신용카드사 개인정보유출' 문제와 '조류독감(AI)', '지방선거'로 꼽고 있을 뿐이다.
▶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왜 주요 이슈에서 제외된 것이냐?
= 대략 5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언론 특히 이른바 메이저 언론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설명을 했지만 설날 민심을 거론하는 언론들이 많지만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언론들이 현안을 쫓아가기 바쁘기도 하지만 조중동과 KBS,
MBC, SBS 등 이른바 메이저 언론들은 이 문제를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다.
언론에서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가 사라지다보니까 국민들의 관심사에서도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민들이 관심을 덜 가지니까 언론들이 외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정치권에서 치열하기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에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서울광장에서 천막농성을 하면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그래서 이 문제가 추석민심의 최대 화두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및 당직자들이 설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서울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설인사를 하고 있다.(황진환 기자)
그런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설날 귀성객들에게 '정책 홍보물'을 나눠줬는데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된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으로서는 당연히 이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민주당에서도 이 문제를 제외했다.
세 번째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아무래도 민심은 살아 움직이는 현안 그리고 정책보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론들도 지방선거 판세를 주요기사로 다루고 있다.
오늘 아침신문들도 조선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서울. 인천.="" 충남.="" 강원="" 민주="" 단체장들="" 강세="">를 보도했고 중앙일보는 4면과 5면에 <우리 동네="" 누가="" 뛰나=""> 각 지역별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사진을 싣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도 3면 전면을 지방선거 관련 기사로 배치했다.
네 번째는 세 번째와 겹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안철수 신당'의 창당 움직임이 정치권의 주요뉴스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의 창당과 영남과 호남에서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고 이에 따른 지방선거의 판세분석 그리고 민주당과 신당의 세 대결 이런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회동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도입에 협력하기로 합의하긴 했지만 이 문제는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정부. 여당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워낙 다양한 이슈들이 터지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정보유출 문제만 해도 심각한데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책임을 국민들에 떠넘기는 발언을 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고, 경색되던 남북관계가 갑자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로 설날 이산가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우리 정부가 2월 17일로 상봉일정을 제시했지만 북측은 아직 구체적인 답변이 없다. '다이내믹 코리아'로 불릴 만큼 워낙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다 보니까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는 여론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 여론조사에서도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주요현안에서 밀리고 있는데?
= 여론조사를 해봐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이슈가 빠르게 소멸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 평가하는 질문 중 이른바 '국정원 이슈(대선개입 의혹·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를 답하는 비중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문제가 국정운영 부정 평가에서 가장 높았던 때는 지난해 7월 넷째주로 19%로
다른 부정적인 항목들보다 압도적인 1위였다. 한 달 뒤인 8월 넷째 주 조사에서도 국정원 문제는 부정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6%였지만 11월 넷째 주에는 처음으로 10% 이하로 떨어졌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심화됐던 지난해 '12월 셋째 주'에는 5%로 조사됐고 새해 들어서는 더욱 급락해 1월 셋째 주에는 1%로 14개 쟁점 중 꼴찌였다. 1월 넷째 주에는 3%로 올랐지만, 소통 부족(22%)과 공약실천 미흡(16%), 철도·의료 등 민영화 논란(9%) 등 다른 쟁점들에 비해 관심도가 훨씬 낮았다.
▶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이대로 사라지는 것이냐?
=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민주주의의 근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사라질 문제는 아니다.
우선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은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독교와 가톨릭·불교·천도교·원불교 등 5대 종단의 평신도 시국공동행동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즉각적인 특검조사와 함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5대 종단 평신도들은 '5대 종단 평신도 시국공동행동' 선언문에서 3개항을 요구했는데
"▲국가기관을 동원한 대통령 선거 개입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즉각적인 특검을 실시할 것. ▲불법 부정 선거의 기획자, 집행자인 이명박과 책임자들을 즉각 수사하고 처벌할
것.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 할 것" 등이다.
이들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5대종단의 힘을 모으고 종교계 외의 각계각층과 함께 힘을 합쳐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5대 종단 평신도 시국공동행동은 오는 2월 19일 저녁 7시 30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차 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월 25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제 23차 부산시국대회 (제공사진)
부산지역에서는 지난 25일 서면에서 관권부정선거규탄과 민영화 저지를 위한 23차 시국대회가 열렸고 어제(29일)도 부산사상터미널에서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국가기관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여는 등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월 6일에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경찰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실형이 선고되건 아니면
무죄가 선고되건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는 또 여론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꾸준히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가 2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그런데 민주당의 설날 정책홍보물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빠졌다는 건 의외인데?
= 그렇다. 민주당은 설날을 맞아 '불통의 겨울에도 봄은 옵니다'라는 제목의 정책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민주당의 설날 정책홍보물에는 <2014년의 비전과 목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공약파기="" 실상="">, <2013년 정기국회에서의 성과물> 등을 담고 있다.
공약파기 면에는 박근혜 정부 1년 손바닥 뒤집듯 약속위반이라는 제목에 ①기초선거 공약폐지 공약 파기, ②노인연금 공약 파기, ③경제민주화 공약 파기 등 '8대 공약파기 거짓말'로 강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서는 2013년 정기국회의 주요 성과로 국회주도로 국정원의 선거개입. 정치개입을 방지하는 개혁을 달성했음을 강조하고 있을 뿐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는 제외됐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그제(28일) 당 회의에서 "설날 국민 밥상머리 화제는 개인 정보유출, 조류인플루엔자, 전월세 대란 등 이른바 '정·조·전 3란'과 약속 파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민주당에서 이 문제를 제외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제외됐다기 보다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게 맞을 것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의 순서로 가는 게 맞지만 우선 가능한 재발방지를 먼저 했다"면서
"당장 코앞에 닥친 민생문제가 시급하다보니 국정원의 대선개입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민병두 의원은 "설날을 맞아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했을 것"이라면서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가리기 위한 불씨를 계속 살려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 당지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중진들도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도 이 이슈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면서 "민주당 스스로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이슈를 살리지 못한 건 전력적인 미스"라고 말했다.
전병헌 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를 밝히기 위한 특검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당장은 민생이 급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지만 지방선거국면에서 이 문제는 본격적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박근혜>우리>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