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여부 등을 경영평가 항목으로 넣겠다고 나서자 노조가 경영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도대체 경영평가가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매년 2월,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명단이 확정되면 전국의 공공기관들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이들 평가단의 손에 공공기관의 목줄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3~6월 전국에 있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을 상대로 경영평가를 실시하는데 평가 결과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월 기본급의 최대 300%를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지만 낙제점인 D등급 이하를 받은 공공기관은 성과급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기관장은 옷을 벗어야 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각종 경영평가단 위원들이 결정되면 전국이 난리가 난다"며 "경영평가를 잘못 받으면 그해 기본급에서 200~300%가 적게 나오는데 D등급을 기관장이 교체되는 건 물론이고 노조 집행부도 옷을 벗어야한다"고 전했다.
그는 익명을 전제로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기관이름도 실명으로 나가면 나중에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기관 이름도 쓰지 말아 달라”고 잔뜩 몸을 낮췄다.
◈ 평가 교수 속한 대학에 보험성 위탁교육 주기도…로비방법도 다양
그의 말대로 경영평가는 공공기관에겐 저승사자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영평가 준비 과정에서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기관장과 임원이 나서 평가단 명단을 확보한 뒤에는 출신지, 본적, 출신학교 등 어떻게든 끈이 닿는 전담 마크맨을 만들어서 로비에 들어간다"며 "예전에는 기관장이 새로 오면 주무부처와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만 인사를 했었는데 이제는 경영평가단 소속 교수들에게까지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화됐다"고 말했다.
평가단 소속 교수들이 속한 대학을 상대로 '보험성 위탁 교육'이 이뤄지기도 한다.
한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평가단(교수)이 속한 대학이 있는데 우리 기관 말고 다른 기관도 해당 대학에 가서 교육을 받아주는 것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기관도 그런 성격으로 교육 파견된 인원들이 꽤 있는데 회사 측에 이유를 물으면 '경영평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보낸다'고 설명한다"고 귀띔했다.
교육파견은 공무원의 '교육연수'처럼 공공기관 구성원들을 상대로 한 재교육시스템으로 대학 등에 교육파견을 가게 되면 공무원은 교육기간동안 근무일수가 인정이 된다. 공공기관이 특정 대학에 직원을 교육파견 보내게 되면 해당 직원에 대한 교육비는 물론 해당 직원의 임금까지 두 배로 지출하게 된다.
평가를 앞두고 컨설팅이나 족집게 과외를 받는 것은 공공기관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관의 규모나 특성 등에 따라 다르지만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보고서 감수를 받거나 보고서 작성 비법을 전수받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경영평가단 실사를 대비한 리허설을 벌이는 기관도 있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관 실적을 매달, 분기마다 체크하고 분기마다 워크숍을 하고 (민간 전문가를 불러)코칭을 받는다"며 "경영평가단 실사를 앞두고는 이들을 불러서 모의현장실사도 진행한다. 수능 전 족집게 개인과외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고 전했다.
자문을 해주는 전문가들은 과거 경영평가단이나 각종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대학교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에 ‘올인’하다 보니 본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1년 내내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사장부터 많은 인력이 평가 준비에 전력투구한다"고 전했고 다른 공기업 관계자 역시 "본사 업무 대부분은 경영평가를 어떻게 잘 받을지 1년 내내 올인하는 것"이라며 "본사가 올인하면 본사를 바라보는 사업소도 거기(경영평가)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의 경영을 바로잡겠다며 도입된 경영평가. 당초의 취지는 오간데 없이 평가를 위한 평가만 남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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