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여군 창설이 64주년을 맞았다. 4백 여명에 불과하던 여군 수가 64년 동안 9천여명에 육박하고 장군도 8명이 배출되는 등 여군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여군이 있기까지 밑거름 역할을 했던 퇴역 여군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군출신에 대한 선입견과 강제 전역, 결혼실패 등의 이유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 꽃다운 청춘을 국가에 바친 퇴역 여군에 대한 국가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CBS 노컷뉴스는 모두 5차례에 걸쳐 퇴역 여군의 실태를 살펴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그땐 내가 날렸어"… 어느 퇴역 여군의 회상
2. "정말 싫었는데.." 女軍인 것이 죄
3. '꽃다운 나이에..'울어버린 女軍 하사관
4. "등을 돌리네요" … 방치된 여군들5. '외로움이라도 좀 달랬으면'...퇴역 여군의 마지막 바람
◈ 현황 파악조차 안되는 퇴역 여군, 군가지원은 '전무'
정복 입은 여군. 사진= 전쟁기념관 제공
"선배 퇴역 여군을 보면 어려운 생활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국가가 뭔가 혜택을 좀 줬으면 좋겠어요. 저야 아직 일할 기운이라도 있지만 그 분들은 연세도 많으시고 너무 안타까워요"
여군 중사 출신 김영숙(가명, 59) 씨의 하소연이다.
김 씨의 말처럼 복무중 여군 하사관은 결혼이, 장교는 임신이 금지됐고, 특히 여군 하사관의 경우는 하사 3년, 중사 4년, 상사 5년 도합 12년을 넘길수 없는 3.4.5제 등 차별적 규정 때문에 강제 전역 당하는 피해를 본 뒤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퇴역 여군을 말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퇴역 여군의 현황과 관련해 국방부는 퇴역 여군 수가 1만 3천여명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재향군인회 소속 여군협의회에 자발적으로 회원으로 가입한 여군 출신 수만 2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퇴역 여군의 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이 겪고 있는 생활고 등 실태파악 역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군협의회 관계자는 “퇴역 여군 가운데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한 통계 같은 것은 없다”면서 “우리는 자발적으로 회원에 가입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그런 실태 파악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 결과 국가지원은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결혼 금지 규정이 폐지된 1984년, 임신 금지 규정이 폐지된 1988년, 그리고 3.4.5제가 폐지된 1992년 이전 강제전역 당한 퇴역 여군 가운데 군인연금은 물론이고 국가지원을 받는 이는 단 한명도 없다.
그 이유를 국방부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현역 여군들 복지에 신경 쓰는 것도 벅차다. 향후 지원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는 매몰찬 답변뿐이었다.
국방부 뿐만 아니라 군 출신을 복지증진과 권익신장을 목표로 내세운 재향군인회 역시 "퇴역 여군을 위한 별도의 복지사업은 벌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고령에 생활고…목소리 대변할 사람도 없어
1951년 여군창설식. 사진=전쟁기념관 제공
지난 1994년 영국 글래스고의 한 노동재판소는 임신을 이유로 1978년에 강제 전역당한 헬렌 홈우드 전 소령(당시 44세)에 대해 국방부는 30만 파운드(당시 한화 약 3억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홈우드 전 소령은 뛰어난 장교였으며 성차별을 받지 않았더라면 '의심할 여지없이' 대령이나 준장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당시 영국의 퇴역 여군 가운데 임신 등을 이유로 강제 전역당한 여군은 5천 7백여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천 9백여명이 국방부로부터 보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