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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근성에 펀드시장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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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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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요상한 펀드천국 된 이유

 

NOCUTBIZ
한국처럼 펀드가 많은 나라는 드물다. 이유가 있다. 어떤 펀드가 한번 뜨면 유사펀드가 수없이 등장하고, 투자자가 우르르 몰려서다. 작은 펀드를 만들어놓고 '뜨기를' 기다리는 이들도 많다. 얄팍한 냄비근성에 펀드시장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펀드가 일반화되면서 길 가다 발에 차일 정도로 많아졌다. 최근 펀드통계에 의하면 1만개에 가까운 펀드가 한국시장에 풀려 있다. 세계 1위다. 하지만 이게 꼭 좋은 현상은 아니다. 펀드는 규모가 크든 작든 펀드매니저라는 선장을 두고 있다. 펀드매니저는 투자전략을 짜고 종목을 결정한다. 당연히 펀드수익률에 영향을 끼친다. 제아무리 작은 펀드라도 펀드매니저는 배정된다.

많게는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들의 몸값을 감안하면 1명의 펀드매니저가 몇십억원의 작은 펀드를 여러 개 맡을 수밖에 없다. 결국 집중해서 운용할 여건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관리에 소홀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수익률은 더 형편없어질 것이고, 해당 펀드는 천덕꾸러기가 된다. 펀드시장에 쓸데없는 펀드만 하나 더 늘어나는 거다.

한국은 왜 펀드천국이 된 걸까. 물론 발전적인 의미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사모펀드가 많아진 것이 그 이유다. 부자들이 많아지고 부동산보다 금융자산을 선호하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펀드를 만들다보니 몇백억원 심지어 몇십억원의 펀드가 등장한 거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첫째, 유행에 따라 만들어지는 펀드들이다. 어떤 회사가 특정 유형이나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펀드를 만들었다 치자.

우연인지 예상대로였는지 좋은 결과를 나타내면 수없이 많은 동일 유형의 펀드가 시장에 봇물을 이룬다. 1등을 쫓는 한국인들의 속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좋으면 다행인데 중간에 수익률이 꺾이면 나중에 들어간 사람들은 손해를 보는 것이고 원금에서 손해를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둘째, 작은 펀드를 다양하게 많이 만들어 놓고 그중에 하나만 뜨기를 기다리는 운용사들의 전략도 문제다. 그물을 많이 드리우고 기다리면 월척이 잡힐 것으로 믿는 거다. 정말 우연히 월척이 잡히기라도 하면 수많은 강태공들이 그곳으로 몰리니 운용사들은 손해 볼 게 없다. 1000억원 펀드를 하나 만드는 것보다 50억짜리 펀드를 20개 만드는 것이 마케팅 효과 측면에서는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물론 1조원이 넘는 대형펀드만 많아져야 한다는 건 아니다. 대형펀드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국 펀드시장이 올망졸망한 펀드들의 천국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는 일단 수익률이 좋게 나온 펀드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봐야 한다. 뜬다고 해서 아무 펀드나 유행처럼 매수하는 것도 금물이다. 적어도 거시경제 차원에서 객관적인 근거를 살펴보고 판단한 다음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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