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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창조경제 핵심은 박정희 모델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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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꽂는 문화로는 창조경제 불가능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진중권 (동양대 교수, 미학 오디세이 저자)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진중권 교수를 만나는데요, 늘상 만나던 시사논객으로서의 진 교수가 아닌 미학자로서의 진 교수를 오늘 만나려고 합니다. 이 분이 원래 유명한 미학자시잖아요. 미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생소하던 90년대에 ‘미학 오디세이’라는 책을 썼고요. 대학생들의 필독도서로 20년간 사랑을 받았습니다. 벌써 20년이 됐습니다. 그때 20대던 이 청년작가 50대의 중년이 됐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로 만나보죠.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진 교수님, 안녕하세요.

◆ 진중권>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시사 이야기가 아닌 걸로 우리가 만나는 날이 있네요. 이 책 나온 지가 벌써 20년 됐습니까?

◆ 진중권>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20년 전에 ‘독일유학 가는 비행기 값이나 벌어보자‘ 해서 쓰셨다고요?

◆ 진중권> 제가 유학 가려고 돈을 좀 모아놨는데 어머니가 그 돈을 가지고 차를 사버리셨어요.

◇ 김현정> 어머님이? 그래서 책 써서 벌어야겠다?

◆ 진중권> 네. 책 써서 비행기 값을 벌었죠.

◇ 김현정> 그러면 20년이 지나도록 이렇게 꾸준히 사랑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하셨다는 얘기네요?

◆ 진중권> 그렇죠. 그때는 잠깐 팔리다 말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유학 가서 지내다 보니까 뒤늦게 유학 오는 학생들이 와서 ‘책 잘 읽었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오래 가겠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김현정> 사람들은 왜 이 책을 꾸준히, 20년이 넘도록. 20년이면 그동안 미학서적이 많이 나왔을 텐데도 이 책, ‘미학 오디세이’를 찾을까요?

◆ 진중권> 좋은 책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시금석은 시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단 시간의 테스트를 통과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품질을 인정받은 측면이 있고요. 20년 동안 스테디셀러가 됐다는 건 아직도 그 책을 대체할 만한 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봐요. 지금 다시 읽어봐도 사실 미학에 대해서 아주 쉬우면서도 또 폭넓고 또 그 정도의 깊이 있게 쓴 책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 부분에서 조금 자부심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 부분은 저도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책이 참 쉬워요. 그러니까 미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을 어렵지 않게 구어체로 풀어줍니다. 지금은 사실 쉬운 말로 친절하게 풀어주는 책들이 많습니다만, 그때만 해도 어떤 학문이든 쉽고 친절한 책에 대해서는 좀 얕보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 진중권> 그렇죠. 혹평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공부하는 사람들내에서는. 두 가지였는데 왜 이렇게 그림이 많냐, 아이들 보는 그림책이냐. 또 하나가 어투가 상스럽다고. 대화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또 그런가 했는데 이게 재미있게도 인터넷의 특성하고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90년대 초반이 인터넷 문화가 막 확산될 때 아닙니까? 인터넷 매체라는 게 기본적으로 영상매체고 그다음에 우리가 인터넷에 글을 쓰지만 실제로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쓰지 않습니까? 그리고 원래 책은 독백입니다, 저자의 독백이고 1인칭, 3인칭 관계인데. 인터넷에 들어가면 항상 쪽글, 댓글이지 않습니까? 대화체를 사용하니까 그 당시 공부하는 사람들한테는 이게 굉장히 낯선 포맷이었는데, 플랫폼이었는데 오히려 대중들에게는 익숙한 포맷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나저나 김중권 교수님 미학이라는 학문이 지금도 흔하지 않은 학문인데 어떻게 그 시절에 미학과를 택하셨어요?

◆ 진중권>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사실 대학에서 전공 선택하는 사람들 고등학교 때 뭘 알겠습니까? 성적 보고 가거나 이러는데 저는 이름 보고 갔거든요.

◇ 김현정> 이름을 보고요?

◆ 진중권> 과 이름을 훑는데 미학이라고 있더라고요. 나 여기 갈래. 나중에 미학과 들어가서 보니까 미학과가 좋아서 온 학생은 저밖에 없더라고요, 그나마.

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중권 트위터 캡처)

 

◇ 김현정> 미학이 뭡니까 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으셨을 텐데. 뭐라고 쉽게 설명을 하세요?

◆ 진중권> 옛날에는 미학 그러면 미술 아니냐 그래서 저는 훈련소에 있을 때 졸지에 끌려나가서 그림도 그렸거든요. 각개전투 이런 거.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철학에서 크게 우리가 세 가지 가치를 다루거든요. 흔히 말하는 진선미입니다. 그래서 진을 다루는 게 존재론이니 인식론이니 논리학이니 형상학이니 이런 거고요. 선이라는 부분을 다루는 게 윤리학입니다. 얼마 전에 베스트셀러가 됐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런 게 바로 윤리학 부분이고요. 그다음에 미, 이걸 다루는 게 바로 미학이죠. 그러니까 미학이라는 건 결국 미와 예술에 관한 철학적 성찰이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번에 미학오디세이 20주년 출간 기자회견에서는 이런 얘기하셨더라고요. ‘미학이 미래의 경제학이 될 것이다’, 이건 무슨 말입니까?

◆ 진중권> 원래 ‘미학이 미래의 윤리학이 될 것이다’ 라는 칼 마르크스의 말을 패러디한 건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삼성하고 애플하고 갈등이 있지 않습니까? 보면 애플 같은 게 예술 패러다임으로 나가고 있고 삼성은 아직 기술 패러다임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디자인 특허가 문제가 되고. 이런 방식으로 과거에는 디자인이라는 게 기술을 따라가야 했다면 요즘은 거꾸로 디자인이 기술을 끌고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예술과 결합하지 않은, 쉽게 말하면 창의성이 없는 기술은 기능으로 전락하는 시대가 돼버린 거죠. 그래서 미학이라는 것이 창조력, 상상력 이런 것이 경제에 가장 중요한 팩터가 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미학이 미래의 경제학이 될 것이다 라고 했던 겁니다.

◇ 김현정> 창조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하고도 그러면 미학이 통하는 면이 있는 거네요?

◆ 진중권> 사실 저는 창조경제 자체는 올바른 설정이라고 봅니다. 다만 우리가 창조경제로 나간다는 게 무슨 뜻이냐 하면 이제까지 우리나라 정부라는 게 외국을 흉내내는 것, 모방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남이 닦아놓은 길을 빠르게 따라가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우리도 이제 올 만큼 온 겁니다. 고속도로를 우리가 스스로 내면서 가야 하는 차원에서 이럴 때 중요한 게 상상력이고 창조력인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는 능력들... 그런데 이건 굉장히 넓은 의미의 뭐랄까, 패러다임의 전환인데 이걸 정부에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임기 내에 성과가 나올 어떤 경제정책, 이런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것이 유감입니다.

◇ 김현정> 어떻게 해야 그러면 창조경제가 이름에 걸맞게 나아갈 수 있을까요?

◆ 진중권> 문제는 이런 겁니다. 창조경제가 되려면 정치, 경제, 문화, 특히 교육, 이 부분에서 혁명이 일어나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쉽게 말하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꽂는 문화가 회귀하고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작년 내내 했던 게 종북논쟁이었잖아요. 사람들 공포로 몰아넣는 것. 그 다음에 정치권에서는 김진태 의원의 변호인 접견권 제한 이런 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심지어는 도청의무화, 서상기 의원.. 이런 게 나오고. 국정교과서 사건도 보시면 8개 교과서의 다양성을 참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상한 교과서 만들어서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겠다 이런 발상이잖아요. 그리고 교육현장에서는 또 학생인권조례 같은 것도 철회되는 이런 상황이고. 그러니까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이런 분위기 하에서 과연 자유로운 상상력, 창조경제가 나오겠나 하는?

◆ 진중권> 제가 볼 때는 결국 세모난 동그라미처럼 형용모순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 스스로도 이걸 자꾸 한강의 기적, 3개년 계획, 5개년 계획 이러는데. 지금 창조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적인 게 박정희 모델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나저나 미학 하시는 분이 왜 시사평론을 택하셨어요?

◆ 진중권> 우연하게 그렇게 됐습니다. 사실은 제가 미학에 관한 글을 청탁을 받았습니다. 서양미술에 나타난 악마주의라는 글을 청탁 받아서 도판 다 찾아서 원고를 보내놨는데 나중에 잡지가 나와서 보니까 그게 뭐냐하면 박정희를 찬양하는 맥락 속에 그게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이용당한 거죠, 정치적으로. 그때 화가 나서 그걸 항의하는 과정에서 얼떨결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 김현정> 후회는 안 하십니까, 얼떨결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

◆ 진중권> 네. 인생의 후회는 없죠. 항상 인생은 수열이기 때문에. 1, 2, 3, 4 안에 반드시 4만 나올 필요는 없잖아요. 5가 나와도 되는 수열의 공식을 가지고 쓰면 되니까요.

◇ 김현정> 미학과 관련된 책을 또 쓰실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제가 들었는데 어떤 계획 가지고 계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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