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경주 조기 이전 무산과 관련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수성 의원이 경주 시민들에게 '조기 이전 무산과 관련한 언급을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협박성 발언을 한데 이어, 이미 경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부 한수원 직원들마저 서울로 다시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져 경주시민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 정수성 의원 경주시민에 '협박성 발언'경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은 지난 3일 열린 경주 신년인사회에서 한수원 본사 이전을 연기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시간 이후부터 서라벌대학 운운하는 사람은 경주를 망치는 사람"이라며 "어떤 정치인도 서라벌대를 정치적으로 이슈화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라벌대는 교육부가 '2년 이내의 임시사무실 사용은 가능하다'고 통보해 한수원이 경주로 조기이전 할 경우 임시사무실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았던 곳이지만 정 의원은 지난해 말 한수원 조기 이전 무산을 발표해 물거품이 됐다.
정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경주지역 여론은 들끓고 있다.
경주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지역 여론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자신만의 틀에 갇혀 '일방통행식' 여론몰이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수성 의원은 경주시민 상당수가 바라던 한수원 본사의 조기 이전을 무산시킨 뒤 반발여론이 거세지자 '안하무인'식으로 시민들을 몰아붙이며 '내가 옳다'는 식의 독단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경주시민의 대표가 아닌 동경주지역의 대표인 것처럼 행동하는 정 의원의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4성 장군 출신인 정 의원은 훌륭한 군인이었을지는 몰라도 지금의 모습은 보면 훌륭한 정치인은 절대 아니다"며 "시민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모습에서 정 의원이 얼마나 지역민을 무시하는지를 알 수 있다. 앞으로 반드시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수원 건설 본부 서울 복귀, 지역 여론 '급냉'이런 논란 속에 2013년 1월부터 경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수원 건설본부 인력 170명이 서울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여론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건설본부 직원들은 지난해 말까지 본사가 경주로 완전 이전하지 않을 경우 서울로 복귀하기로 지난 2012년 노-사 합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건설본부 인력을 서울로 옮기고, 같은 규모의 인력을 경주로 이전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인력 순환 배치의 일환으로 노사합의를 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 건설본부의 인력만큼 다른 직원들이 경주로 내려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주로 내려오는 직원들은 건설본부처럼 하나의 본부가 아닌 몇 개의 팀 단위나 개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은 한수원의 상임이사이자 임원인 건설본부장이 경주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팀 단위로 내려올 경우 1급 갑으로 직원신분인 본사이전추진실장이 한수원을 대표하는 까닭이다.
한 언론 관계자는 "건설본부의 서울 복귀는 한수원과 직원들이 얼마나 경주를 기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이런 상황에서 본사의 조기 이전을 알아서 무산시켜 준 지역정치인들은 반드시 반성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경주 유치에 따른 반대급부로 본사를 지난 2010년까지 경주로 이전할 계획이었지만 본사 부지 선정 논란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옮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