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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재개 100일…해법 없이 갈등만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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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일 시작된 밀양 송전탑 공사가 8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지금도 밀양에서는 공사 강행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과 경찰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으며, 경찰의 방패 너머로 한전의 송전탑 공사가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밀양을 바라보는 밖에서도 정부와 한전이 주민들의 생명까지 무시하고 공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과 국책사업에 대한 양보없는 님비현상일 뿐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 한전의 공사 순조로워...송전탑 6기 완공

한전의 송전탑 건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한전은 태풍의 영향으로 공사를 일시 중단한 것 외엔 쉬지 않고 공사를 하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한전은 공사 시작 이후 매일 한전직원 시공사 직원 200여여명을 교대로 투입했다.

공사 재개 55일만인 지난해 11월 25일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84번 송전탑이 처음으로 완공된 이후 81, 82, 89, 95, 125번이 차례로 완공돼 모두 6기의 송전탑이 들어섰다.

현재 24곳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며, 기초공사를 완료한 곳도 7곳이나 된다.

한전은 올해 말까지 밀양시 4개 면에 46기의 송전탑 공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해 차질없이 밀양 송전탑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8년 끌어온 공사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공권력'

한전의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공권력 덕분이다. 공사재개도 경찰이 대부분 현장을 먼저 선점해 공간을 확보하면서 시작될 수 있었다.

경찰은 20개 중대 2천여 명을 교대로 투입해 공사 현장으로 가는 길목부터 차단하는 등 공사 현장을 철저히 막고 있다.

공권력이 한전을 집중지원하면서 사실상 한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공권력이 없었다면 지난해 5월 공사 때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적극적인 방해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 경찰은 주민들에게 '한전의 방패막이', '한전의 앞잡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목숨 건 주민들의 대치와 충돌..."경찰이 주민 인권침해"

공사 재개 이후, 공사 현장에서는 공사를 저지하려는 주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끝도 없는 대치가 계속됐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전쟁터와 같은 상황이 100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60대 이상인 고령의 노인들이 맨 몸으로 몸싸움에 나서다 보니, 다치는 일이 허다하다.

지금까지 수십여명의 주민들이 몸싸움을 하는 도중 다치거나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일부 후송된 주민들은 아직까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또, 주민들과 경찰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경찰이 주민들의 인권을 크게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을 지켜본 인권단체들은 의견서를 내고 경찰의 통행과 물품 반입 제한과 깊은 고랑과 낭떠러지에서의 막무가내 밀어내기 등을 지적하며, "공권력에 의해 밀양 주민들 극심한 불안상태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권력에 대한 밀양주민들의 반감은 극도에 달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경찰은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공권력 투입됐지만, 주민들이 보기에 지금 주민들의 안전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가 바로 경찰"이라고 밝혔다.

◈ "밀양주민 죽이지 마라" 시민단체·종교계 밀양 지지 잇따라

 

어렵게 싸움을 이어 가고 있는 밀양 주민들을 지지하는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공사 재개와 동시에 전국에서 탈핵희망버스가 수차례 운행되는가 하면,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각종 시민단체 회원들, 종교계 관계자들이 밀양을 방문해 시위를 벌이면서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전국의 송전탑 피해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전국송전탑 반대 네트워크 소속 당진과 청도 주민 50여명도 밀양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탑 피해 주민들을 대책은 커녕 죽음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해 각 종교계에서도 잇따라 밀양 현지를 방문해 밀양 송전탑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기원하는 종교행사를 열기도 했다.

250여개의 각 분야 시민단체들은 '밀양 송전탑 서울대책회의'를 구성하고 "밀양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송전탑 건설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지난 해 11월 30일에는 전국에서 2천여명이 참가한 밀양 희망버스가 진행되기도 했고, 오는 25일에는 2차 희망버스가 예정돼 있다.

밀양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한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많은 국민이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어 밀양 송전탑 갈등은 결코 밀양만의 싸움이 아니라 전국적인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과 장하나 의원은 국회의원 80명의 서명을 받아 밀양 송전탑 공사 일시중단과, 정부와 주민 간 대화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발의했다.

◈ 고 유한숙씨의 죽음 이후 다시 들끓는 밀양

지난 달 6일 새벽, 유한숙(71)씨가 부산의 한 병원에서 끝내 숨졌다. 유씨는 사흘 전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농약을 마셨다.

유씨는 "(송전)철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게 낫겠다"는 말을 남겼다.

유씨의 죽음에 대해 경찰은 음주, 돼지값 하락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가, 유족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동안 주민들과 경찰은 큰 충돌 없이 소강상태를 보이던 밀양은 유 씨의 죽음 이후 주민들의 저항으로 다시 뜨거워고 있다.

유씨의 분향소 설치를 둘러싸고, 경찰과 충돌을 빚었고, 주민들은 밀양시 삼문동 영남루 맞은편에 임시 분향소를 설치해 조문객을 맞고 있다.

 

이마저도 밀양시는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일주일 뒤에는 주민 권모씨가 수면제가 포함된 다량의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주민들과 경찰의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밀양 상동면 고답마을에서는 컨테이너를 설치하려던 경찰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 등이 몸싸움을 벌어졌다.

주민들은 경찰의 숙영용 컨테이너를 설치하기 위한 카고 크레인이 진입하려 하자, 크레인에 몸을 묶거나 차량 아래에 들어가 진입을 막았고, 경찰은 이를 진압하려고 했다.

이같은 충돌로 이틀 동안 주민과 활동가 등 10여 명이 다쳤다. 또 주민 정모(73)씨 등 6명이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 장기화되는 대치상황…해법은 없나?

이처럼 극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더이상 다른 대안은 없다며 공사강행만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는 데다, 공사 반대에 나선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어 양측의 대치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재개된 대화도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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